Intangible Cultural Heritage of Asia and the Pacific

놀이하는 인간을 위한 무형유산 교육

2015년 유네스코방콕사무소는 무형유산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교육 간 융합을 목적으로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파키스탄, 팔라우 4개국에서 진행한 시범사업의 결과를 담고 있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무형유산 학습: 아시아태평양 교사들을 위한 지침서』를 발간하였다. 이 지침서의 개요는 넬슨 만델라의 문구로 시작한다. “교육은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이다.”

긍정적 또는 부정적 결과 모두를 가져올 수 있는 분명한 명제이다. 유네스코가 교육 분야에도 힘을 쏟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최근에는 문화유산과 교육 간 통섭적 접근이 강조되면서, 무형유산에 대한(about) 배움에서 무형유산과 함께(with), 무형유산을 통한(through) 배움으로 무형유산 교육의 관점이 변화하고 있다.

학생들이 연극을 위해 만든 대사를 연습하고 있다. © ICHCAP/천영택

국내에서도 지금까지의 문화유산교육 방법이 변화되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최용규 외, 2006, p.5-6). 기존의 문화유산교육과 새로운 문화유산교육 간에는 교육 주체, 목적 등의 주요한 부분에서 차이를 보이는데, 이를 비교하면 아래 표와 같다(김용구, 2018, p.162).

구분 기존의 문화유산교육 새로운 문화유산교육
과거와의 관계 과거 지식의 확장 과거와 현재의 연결성 확보
교육 주체 교수자 중심 학습자 중심
교육 목적 문화유산에 대한 지식 강화 사회적 맥락의 확보
주요학습자 관람객 또는 방문자 주민
공간범위 유물 또는 유적의 점유 공간 지역, 생활공간
해석 방식 국민주의적 해석, 전문가의 해석 독점 개인적이고 일상적인 해석, 해석의 민주화

이러한 흐름 속에서 무형유산 분야 유네스코 카테고리2 기구인 유네스코아태무형유산센터(이후, 센터)는 교육 분야와의 협업을 통해 지속가능한 무형유산 전승환경을 조성하고, 초등학교 통합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교육현장에 관련 콘텐츠를 제공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무형유산 초중등 네트워크 구축’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본 사업은 아태지역 교육담당 지역사무소인 유네스코 방콕사무소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바탕으로 발전되었으며, 2019년에는 전주교육대학교가 주축이 되어 국내 초등교과과정 분석 및 개발 연구용역을 진행하였다. 이후 이를 통해 만들어진 교안을 활용하여 전북 김제에 있는 검산초등학교 4학년 한 교실에서 수업이 이루어졌다.

2003년 무형문화유산보호협약 제2조에 따르면 “무형문화유산은 공동체와 집단의 환경, 자연과의 상호작용, 역사에 따라 끊임없이 재창조되고, 그들에게 정체성과 연속성을 제공함으로써 문화적 다양성과 인류의 창의성에 대한 존중을 증진”한다고 되어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상호작용을 강화할 수 있으며, 창의성 증진을 위한 자유로운 전승 환경은 어떻게 조성할 수 있을까?

무형유산을 살아있게 하고, 미래세대가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자발적 참여와 관심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콘텐츠가 재미있어야 한다. 외워야 하는 또는 시험의 대상이 되는 무형유산은 삶의 일부로써 받아들여질 수 없다. 문화 그 자체가 놀이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 호이징아Johan Huizinga를 생각해 볼 때, 공동체의 무형유산 기저에는 분명 놀이하는 인간이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전승의 위기와 단절 앞에서 ‘의무’교육의 힘을 빌려 교육과정 내로 들어온 무형유산은 학생들의 타의적 학습을 가져왔던 것이 사실이다. 더는 놀이하는 인간은 찾아볼 수 없었다.

봉산탈춤(국가무형문화재 제17호) 전수교육조교 장용길 선생이 교실에서 춤동작을 가르치고 있다. © ICHCAP/천영택

이번 시범수업은 이제까지의 교육 방식을 바꾸어 반향을 불러일으키고자 하는 작은 불씨였다. 영어에서 교육과정을 의미하는 단어인 curriculum은 ‘달린다’, ‘뛴다’라는 의미를 가지는 라틴어 ‘currer’에서 유래된 말로써 경주 또는 경주로 그 자체를 의미한다고 한다. 무형유산교육의 궁극적 지향점이 보호 및 전승으로 대표되는 지속가능성이라면 교사는 학생들에게 가장 먼저 도착하는 길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학교 안팎에서 학생들이 겪는 모든 경험이라는 교육과정의 넓은 의미를 적용하여 다양한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시범수업은 과목별 진행이 아닌 ‘주제통합’ 수업으로 진행되었다. 그동안의 수업 방식이 개별 과목을 중심으로 분절된 교육 방식이었다면, 최근에는 초등학교를 시작으로 교과 지식과 삶의 연관성을 높이는 것을 궁극적 목표로 하는 교과목 간 주제 중심 통합 수업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검산초교의 시범수업은 탈문화에 대해 국어, 사회, 음악, 미술, 체육 다섯 교과목을 융합하여 진행되었다. 탈을 제작하고, 탈춤이 갖는 사회 풍자의 의미를 전달하고, 장단과 춤을 배우며 직접 대사를 만들어 극을 펼쳐 보였다. 특히, 음악과 체육 교과에서는 봉산탈춤 전수교육조교가 직접 학생들을 지도하며 표면적인 ‘따라하기’기 아니라 ‘함께하기’를 강조하는 수업이었다.

수업이 끝나고 한 학생이 이런 말을 했다.

예전에 부모님과 어디를 갔는데, 마당 같은 데서 누가 탈을 쓰고 ‘휙, 휙’ 하는 이상한 걸 봤어요. 이제는 이상한 게 아니라 저건 ‘탈춤’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미래세대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은 학교이다. 무형유산 연행 현장을 직접 보러 가고, 전승자들을 만나는 일은 더더욱 쉽지 않은 일이기에 무형유산은 학교 안으로 들어와야 한다. 그러나, 무형유산이 획일적으로 교육되고 서열을 위한 평가의 기준이 된다면 학생들의 재미를 끌어낼 수 없을 것이다. 정책입안자, 학교, 전승자, 공동체 모두의 인식제고와 교육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가 필요하다.

한국 전통악기 장구로 박자를 배우는 음악시간 © ICHCAP/천영택
무형유산 초중등 네트워크 사업은 센터의 중기사업으로써, 금년도에는 유네스코아태국제이해교육원(APCEIU)과 협력하여 교안개발 및 아태지역 시범사업 진행, 교사 워크숍을 계획하고 있다. 또한, 유네스코 본부와 무형유산 교육 관련 전문가 회의에서 시범사업 결과를 공유하고 향후 확대 적용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보완하고자 한다.

참고문헌

1. 최용규 외. 『초·중학교 문화재 교육 활성화 방안 연구』, 청주: 한국교원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2006.
2. 김용구. “문화유산교육의 전개과정과 지역문화유산교육의 부상”, 문화재, 제51권 2호, 2018, p.154-169.

인터뷰

권자경 (검산초등학교 교사)

Q: 시범수업 전반에 대한 평가를 해주신다면?
A: 안타깝게도 우리 무형유산인 탈춤에 대해 아이들의 관심과 흥미가 상당히 낮습니다. 사회과목에서 짧게 서민의 민속놀이 정도로만 소개되고, 체육과목에서 기본적인 춤사위를 배워보며 단편적으로 수업이 이루어집니다. 이번 수업을 통해 탈춤의 의미, 탈을 쓴 인물이 되어 대사 꾸며보기, 나만의 탈 꾸미기, 전문가에게 탈춤을 배우고 모든 친구들과 함께 표현해보는 활동으로 탈춤에 대한 이해와 표현과정이 통합적으로 이루어진 수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Q: 수업을 준비하고 진행하는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나요?
A: 이번 수업에서 가장 어려운 점으로는 먼저, 교사가 탈춤과 장구 장단 등을 기본적으로 익히고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저는 봉산탈춤 전수교육조교 선생님께 탈춤을 배워 아이들을 지도하였는데 이러한 통합 수업을 위해서는 교사가 연수 등을 통해 기본적인 역량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또한, 이번 시범수업은 수업공개에 대한 시간 제약이 있었지만 평상시에는 국어, 사회, 미술, 체육 시간 등을 재구성하여 진행한다면 시간적으로도 여유있고 더 내실있는 수업이 이루어지리라 생각합니다.

Q: 수업 이후 비슷한 성격의 수업이 진행된 적이 있는지, 선생님으로서 학생들의 참여나 무형유산에 대한 관심도를 평가한다면? 수업 전후 바뀐 점이 있다면?
A: 무형유산을 교과서와 동영상 등으로 학습할 때와 달리 이번 시범 수업은 학생 참여 중심의 수업이었습니다. 따라서 아이들이 훨씬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흥미를 유발하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수업 후에 장기자랑을 할 시간이 있었는데 아이들이 봉산탈춤을 추어서 한바탕 웃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처럼 이번 수업을 통해 탈춤에 대해 더 친숙하게 생각하고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Q: 향후 이 사업이 진행되기 위해서 더 개선되어야 할 점은?
A: 우선, 우리 문화유산의 중요성과 그 확산을 위한 교사의 관심과 인식 개선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러한 사업이 확대되기 위해 유네스코아태무형유산센터, 교육청, 교육대학 등의 관계 기관들이 함께 교사 연수, 사례 나눔 등 홍보 역할을 하여야 할 것 같습니다. 또한, 지역별 특색을 살린 농악, 전통춤 등 무형유산을 찾아내어 아이들과 함께 배울 수 있도록 지원한다면 교과서에 나오는 획일적인 문화유산 수업이 아닌 지역 속에서 살아있는 수업이 이루어질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