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angible Cultural Heritage of Asia and the Pacific

말레이시아 원주민(바테크(Bateq)족)의 식물 활용 사례들 Ⓒ 말레이시아의 민속식물, 국립수목원 (왼쪽) 베르탐 팜(bertam palm) 잎(Eugeissona tristis)으로 만든 오두막과 벽에 사용하는 매트 (오른쪽)약용으로 쓸 식물의 뿌리캐기

말레이시아의 민속식물학

말레이시아 원주민(바테크(Bateq)족)의 식물 활용 사례들 Ⓒ 말레이시아의 민속식물, 국립수목원 세마이족의 치료주술사

민속식물학은 특정 문화권이나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전통지식을 통해 전승해온 토착 식물의 실제적 활용성을 조사하는 학문분야(www.fs.fed.us/wildflowers/ethnobotany)다. 존 윌리엄 하쉬베르거(John Willian Harshberger)가 처음 이 용어를 만들어냈지만 이 분야는 리차드 에반스 슐테스(Richard Evans Schultes)가 아마존탐험을 시작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Balick 2012). 식량자원과 약제로서 식물 활용에 대한 역사는 인류의 기원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오랜 시간동안 여러 문화권의 토착 지역민들에 의해 다양한 형태로 발전해왔다. 식물을 인류의 삶에 활용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사람들은 다양한 종의 식물을 확인하고 분류하는 법을 알게 되었고 식물 각각의 특성과 기능을 이해하게 되었다. 이와같은 전통 지식은 지역 문화권 내에서 세대를 통해 전승 및 발전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인류의 식물 활용법은 더욱더 정교해졌다.
지난 1000여 년 동안 식물은 식량자원으로서 그리고 건강문제의 치료법으로서 인류의 삶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인 부분으로 자리잡았다. WHO에 따르면 세계 인구의 약 80%가 식품에서 유래하는 약품 및 건강 보조제들을 사용하여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아스피린의 개발은 버드나무껍질을 해열제로 사용했던 로마인의 전통지식을 활용했으며, 타미플루Tamiflu로 알려진 항생제인 오셀타미비르Oseltamivir 또한 향신료인 중국 팔각에서 추출한 것이었다. 이와 같은 통계와 사례들은 인류의 삶에 있어 식물이 가지는 중요성을 반증함과 동시에 민속식물학적 지식을 보존할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된다.
이를 반증하듯 1992년에 생물다양성협약(Convention on Biological Diversity)이 채택되었으며, 이듬 해에 발효되었다. 2010년

말레이시아 사바 보르네오 전통 공예품 © rumandawi, kr.123rf.com 공유사진
사라왁 보르네오에서 만든 수공예 대나무 바구니 © Oleg Doroshenko, kr.123rf.com 공유사진

에는 원주민들과의 공정하고 평등한 이익분배를 증진하기 위한 “나고야의정서:유전자원에 대한 접근과 생물다양성협약의 활용을 통해 발생하는 편익의 공정하고 평등한 분배(Nagoya Protocol on Access to Genetic Resources and the Fair and Equitable Sharing of Benefits Arising from their Utilization to the Convention on Biological Diversity)”가 채택되었으며, 민속식물학적 지식을 포함한 전통지식 보호는 의정서 제5조 5항과 7조에 의거하여 이루어지고 있다. 전통지식 보호는, 특히 유전자 자료의 범위와 수혜자에 대한 모호성과 관련된 조항만으로 완벽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는 하지만 이미 세계 많은 지역에서 이 중요성에 대해 인식하고 있으며 식물자원을 보존하기 위한 노력은 지속될 것이다.
말레이시아는 적도 주변의 열대지역에 위치하는 국가로, 생물 다양성이 풍부한 나라 중의 하나로 꼽힌다. 또한, 민족적 다양성도 풍부하여 세 개의 주요 소수민족인 말레이족, 화교 그리고 인도인을 포함해 약 20여 부족이 존재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최초의 원주민인 오랑 아슬리Orang Asli족은 18개의 지역 부족으로 이루어져있으며 이 부족은 크게 세노이Senoi, 네그리토Negrito, 멜라유 아슬리Melayu Asli 이렇게 3개의 주요그룹으로 나눌 수 있다. 약 15만 명 정도의 아랑 아슬리족은 생활수단이 되는 다양한 식물 종이 서식하는 아직 개발되지 않은 농촌 지역에 살고 있다. 이들은 민속식물학적 지식, 특히 약초 지식의 전문가들로, 최근 옹Ong과 아즐리자Azliza의 연구(2015)에 따르면 13개의 오랑 아슬리 부족에서 아칸투스 이리시폴리우스Acanthus ilicifolius와 유리코마 롱기폴리아Eurycoma longifolia가 당뇨병 치료에 사용된다고 한다. 이 두 가지 식물 이외에도 오랑 아슬리족 사람들은 당뇨병 치료에만 20여 종 이상의 식물을 사용한다(Ong and Azliza 2015). 이 외에도 풍부한 민속식물학적 지식을 지닌 80개의 지역 소수 민족이 사바Sabah와 사라왁Sarawak 전역에 분포하여 거주하고 있다. 말레이 원주민들은 종종 미신과 마법을 믿는데, 그들은 과학이 발전된 오늘날에조차 숙련된 의사들이 있는 병원에 가기보다는 약초를 처방해주는 주술사나 샤먼을 찾아가는 경향이 있다.

화장품과 전통 자양강장제 및 조미료로 사용되는 식물 Ⓒ 말레이시아의 민속식물, 국립수목원 (A&B) 아베로아 빌림비, (C) 커리나무, (D) 큰질경이

인류 역사에서 식물은 모든 문화권에서 주식의 원천으로 사용되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기본적인 주식인 쌀 이외에도 음식으로 섭취할 수 있는 다양한 식물들이 있다. 예를 들어, 사고 팜Sago palm, 메트록실론사구Metroxylon sagu는 다양한 디저트를 만들 때 사용하는 전분의 원료가 된다. 또한 말레이 원주민들은 죽순, 고사리순 그리고 코코넛을 자주 사용하여 음식을 만들며, 흥미롭게도 식물로 만든 음식을 잎, 줄기 그리고 식물 껍질 등 식물로 만든 용기에 담아 제공한다.
말레이시아의 수백여 개가 넘는 지역 부족들은 식물을 약이나 음식 뿐만 아니라 염색, 일상생활용품 그리고 화장품 등 일상생활의 다양한 부분에 활용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와 관련된 지식에 대한 기록은 부재하다. 예를 들어, 야생식물을 이용한 말레이시아의 전통 약제는 대부분 그 사용법과 기능에 대한 자세한 기록이 빈약한 까닭에 동양의학의 한 부분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또한 이 부족들이 거주하는 일부 소규모 마을은 오늘날 도시개발로 건설된 고속도로와 같은 인위적인 장애물들로 인해 물리적으로 소통이 단절되었으며, 소외되고 있다. 인위적인 사회기반시설 건설 등의 예상치 못한 산업화의 부작용으로 소중한 전통지식이 소멸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민속식물학 지식과 관련한 기록물을 보존하는 데에 있어서 아카이빙은 매우 중요하지만 지금까지는 이러한 노력이 매우 부족했다. 비록 민속식물학의 실제 활용에 관한 연구조사 보고가 주기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기본적으로 약학 분야에서 수행되었다. 지난 10년동안 말레이시아 식물학자 루시아 고 교수(푸트라 말레이시아 대학교)와 한국의 식물 분류학자 이남숙 교수(이화여자대학교)를 위시한 한국 국립수목원의 식물학자들로 구성된 대규모 공동연구단이 구성되었으며, 이들은 말레이시아인들의 소중한 민속식물학 지식을 보존하기 위해 의 노력을 해왔다. 그 결과 국립수목원(Korea National Arboretum)은 2019년 말레이시아의 민속식물(Ethnobotanical plants of Malaysia)도서를 편찬했다. 이 도서에는 말레이시아의 여러 부족이 사용하는 식물의 상세한 설명과 적용법이 담겨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말레이시아의 엄청난 민속식물학 지식의 아주 작은 부분만을 담았을 뿐이다. 여전히 많은 지역 특히, 생물 다양성이 풍부한 나라의 소중한 민속식물학적 지식들이 산재해있으며, 이 유산들이 사라지기전 서둘러 이 전통의 가치와 지식을 보호해야한다.

 


참고문헌
Nam Sook Lee, Sang Mi Eum, You Mi Lee, Ruea Go. 2019. Ethnobotanical plants of Malaysia. Korea
National Arboretum, Pocheon, Korea
Balick M. J. 2012. Reflections on Richard Evans Schultes, the Society for Economic Botany, and the Trajectory of Ethnobotanical Research. Medicinal Plants and the Legacy of Richard E. Schultes. 2012:3
Ong H. C. and M. A. Azliza. 2015 Medicinal plants for diabetes by the Orang
Asli in Selangor, Malaysia. Studies on Ethno-Medicine. 9:1, 77-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