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angible Cultural Heritage of Asia and the Pacific

국립국악원의 아쟁 산조 VR 콘텐츠 촬영 모습. 지금까지 총 20종의 VR 국악 콘텐츠를 유튜브에 올렸다. © 국립국악원

코로나-19 시대와 한국의 무형유산 보호 사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대유행은 전 세계의 많은 제도와 삶의 양식을 급격히 바꾸며 새로운 풍경을 만들었다. 한국 무형유산 보호활동도 예외는 아니었다. 각종 무형유산 행사와 교육 프로그램들이 취소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보호의 방식이 고민되었으며, 비대면 방식으로의 전환은 오히려 무형유산 보호와 진흥의 외연을 넓혔다.

비대면 방식으로 인한 외연의 확장
현재 국가 주도로 운영되고 있는 무형유산 기관들에서 보여지는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기존 대면방식의 무형유산 교육과 보호활동이 온라인으로 전환되며 새로운 다이나믹이 생겼다는 것이다. 국립무형유산원은 그동안 오프라인에서 이뤄졌던 무형유산 신규 이수자 교육과정을 4월 말부터 온라인 강의로 만들어 진행했다. 총 15개 종목의 이수자 교육 동영상은 종목당 25분씩 4회의 영상으로 이뤄져 있으며 신규 이수자는 교육 동영상을 다 본 뒤 소감과 질문을 강사에게 제출해 서로 소통할 수 있도록 했다. 해당 사업 담당자인 국립무형유산원의 김명현 주무관은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교육은 수정과 편집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수자들에게 조금 더 정제된 내용을 전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밝혔다. 국립무형유산원은 교육과정의 일부로 무형문화재 장인들과 대담을 하는 영상 프로그램을 만들어 이수자 뿐 아니라 일반 대중들도 시청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국립무형유산원은 7월부터 무형문화재 온라인 전시관을 홈페이지(www.nihc.go.kr)에 개관해 누구나 온라인으로 전시해설을 들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서울에 위치해있어 그동안 도심의 많은 사람들이 찾았던 국립국악원 역시 코로나-19의 확산에 따라 대부분의 국악 공 연을 취소했다. 대신 매일 오전 하루에 한편씩 국악 공연을 유튜브 계정에 올리고, 주요 공연은 무관중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했다. 기존 유료로 진행되던 공연들이 무료로 대중들에
게 공개되며 관객의 기반을 넓혔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공연장에서 실연자와 함께 있는 느낌을 극대화하기 위해 VR공연 서비스도 제공했다. VR은 1인칭 시점의 근접 촬영을 통해 주변 경관과 연주자들의 표정, 무용가의 섬세한 동작까지 360도 전 방향에서 감상할 수 있게 구성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국민소통실은 지난 3월 코로나-19로 인해 ‘집에서 즐기는 문화생활’ 캠페인을 벌이며 38만여점에 달하는 국악 기록 및 전시를 볼 수 있는 ‘국악 아카이브(archive.gugak.go.kr)’와 온라인 강좌를 통해 전통악기와 판소리 등을 배울 수 있는 ‘e국악 아카데미(academy.gugak.go.kr)’를 시민들에게 소개하기도 했다.

지난 7월 1일 코로나-19로 인해 국립국악원에서 무관중 공연으로 진행된 서은영 연주자의 해금 독주회 포스터 © 국립국악원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전승 현장
학교와 무형유산 보존회 등 민간 영역에서도 코로나-19의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립국악원 무용단의 안무자이기도 한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의 김혜자 겸임교수는 올해 초 코로나-19가 처음 발발했을 때 e메일 수업, 모바일 메신저로 진행하던 방식이 발전하여, 현재에는 Zoom 영상을 이용한 수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집에서 노트북으로 자신의 모습을 촬영해 전송하고 학생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화면은 TV로 연결해 수업을 한
다. 과제 역시 학생들이 자신의 연습 모습을 촬영해 영상을 올리면 김교수가 해당 영상을 확인해 일일이 피드백을 해준다. 김 교수는 “손으로 학생들의 몸을 직접 교정해줄 수 없다는 단점이 있지만 학생들이 찍은 영상을 자세히 돌려 보며 세밀한 부분까지 피드백을 해줄 수 있어서 학생들에게도 유익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김 교수는 영상에 찍힌 자신의 몸 사위를 확인하며 스스로 다시 공부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국가 무형문화재 제61호인 은율탈춤의 이수자인 차은선씨는 그동안 인천과 김포 지역의 초중등학교에서 탈춤을 가르쳐왔다. 차씨는 코로나-19 이후 학교에서 온라인 수업과 대면 수업을 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럿이 호흡을 맞추고 접촉하는 은율탈춤 특유의 연습 방식이 현재 어렵기 때문에 대면 수업에선 탈춤의 일부 내용을 수정, 간소화해서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각자의 소품과 의상을 이용해 개개인의 탈춤을 출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다”고 차씨는 밝혔다.
오는 12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 등재 여부가 결정되는 한국의 전통 불교행사인 연등회도 코로나-19로 인해 40년만에 처음으로 취소됐다. 국가무형문화재 제122호로 지정된 연등회를 불교계가 직접 취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한불교조계종은 한국의 종교문화인 부처님오신날 역시 한달 연기했다. 대신 불교계는 코
로나-19 극복과 치유를 위한 기도를 이어오며 국민들이 위기를 이겨낼 수 있도록 힘을 보탰다.

국가무형문화재 제79호인 ‘발탈’의 예능보유자인 박정임씨(사진 오른쪽)가 국립무형 유산원의 ‘무형문화재 신규 이수자 입문 과정’의 영상을 촬영하고 있다. © 국립무형유산원

2020년 하반기로 들어서자 철저한 방역 가운데 공연과 행사를 조심스럽게 재개하는 곳도 등장했다. 국가무형문화재 제84-1호로 지정된 고성농요의 보존회는 ‘대한민국 민속음악 대축제’를 8월 첫째날 경남의 고성농요 공연장에서 개최했다. 행사는 선사제향, 풍물판굿을 시작으로 보리타작소리 및 물레소리 고성농요공연, 홍성 결성농요 및 수영 농청놀이의 초청공연 등으로 꾸려졌다. 공연은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초등학생 고성농요 시연은 없애고, 참석 인원은 100명으로 제한했다. 경기도 양주시의 양주소놀이굿 보존회는 역시 8월 양주별 산대놀이마당에서 제37회 양주소놀이굿 정기공연 ‘전통문화의 향기’ 행사를 진행했다. 정기공연은 가족의 번창과 풍년을 기원하는 양주소 놀이굿 원형공연과 함께 태권도 시범, 엿가위치기, 국악합주, 축원경, 판굿, 좌수영어방놀이 공연 등으로 이뤄졌다. 방청 시민들은 발열 체크, 손 소독, 마스크 착용 등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준수하며 공연을 관람했다. 경남 진주시도 올해로 13회를 맞은 ‘진주 무형문화재 토요 상설공연’을 8월부터 시작했다고 밝혔다. 토요상설공연은 8월부터 10월까지 매주 토요일 촉석루에서 개최되며 국가무형문화재 진주삼천포농악, 진주검무와 도지정무형문화재 진주포구락무, 신관용류 가야금산조, 진주오광대 등의 공연을 보여준다. 시 관계자는 “올해는 특히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해 생활 속 거리두기 지침 등을 준수하며 행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생태·환경 맥락 속 무형유산 보호 고민
코로나-19가 한국의 무형문화유산 보호에 끼친 또 다른 영향은 우리를 둘러싼 생태와 환경을 돌아보며 무형유산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보호활동을 고민하게 했다는 것이다. 유네스코 아태무형유산센터는 유네스코 방콕사무소와 함께 6월부터 8월까지 총 4회에 걸쳐 ‘코로나-19 시대의 무형유산 보호’를 주제로 하는 웨비나를 개최하였다. 웨비나 시리즈에선 코로나-19가 무형유산 보호에 미치는 영향, 팬데믹으로 인한 대학의 문화유산교육 변화, 무형유산 보호를 위한 고등교육 네트워크 현황 등 관련된 다양한 주제를 다뤘다. 특히 웨비나 첫회에서 발표됐던 유네스코 무형유산과의 ‘코로나-19 세계 무형유산 보호 활동 조사’는 감염병 시대 세계 각국에서 무형유산을 어떻게 보호, 활용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줬다. 특히 이 조사는 무형유산 보호를 주제로 전 세계를 이어주는 지도(ich.unesco.org/en/living-heritage-experiences-and-the-covid-19-pandemic-01123)를 만들어준 기회이기도 했다.
한편 국립무형유산원은 2017년부터 매년 개최해온 ‘세계무형문화 유산포럼’의 올해 주제를 ‘인간과 자연 그리고 무형문화유산’으로 정했다. 인간 중심의 관점에서 벗어나 자연과의 새로운 관계 속에서 무형유산을 성찰해볼 기회를 마련한다는 것이다. 포럼의 의제 분석을 위해 국립무형유산원은 7월 생태·환경 전문가인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를 모시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생태적 전환과 무형문화유산의 미래’라는 주제로 특강을 개최했다. 특강에서 최 석좌교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주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타 종과 인간과의 공생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민속학자인 천진기 전 국립전주박물관장과의 대담을 통해 자연과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인류의 무형문화유산에 대해 논의했다. 포럼은 올해 9월 23일부터 3일간 개최된다. 많은 민속 의례와 행사가 중단되면서 코로나-19는 무형문화유산을 지키고 전승하는 데에 위협적인 존재가 되었지만 우리는 위기를곧 기회로 만들었다. 세계적 유행병의 확산 가운데 한국의 무형유산 보호 사례가 다른 나라에 유익한 참조가 될 수 있길 바란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의 김혜자 겸임교수가 자택에서 Zoom으로 연결된 학생들의 춤을 직접 지도하고 있다. © 김혜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