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angible Cultural Heritage of Asia and the Pacific

베트남 라오카이 계단식 논 © Thuong Tran, kr.123rf.com 공유사진

포스트 코로나 시대 생태적 전환과 무형유산의 미래

지난 7월 7일 특별한 석학 초청 강연이 국립무형유산원 국제회의장(전라북도 전주시 소재)에서 개최되었다. 본 특별강의 주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생태적 전환과 무형유산의 미래’로 오는 9월 국립무형유산원에서 개최될 ‘2020 세계무형문화유산포럼’
의 주제 ‘인간과 자연 그리고 무형유산’에 대한 대중의 이해와 공감을 높이기 위한 사전행사로 기획되었다.
최재천 이화여자대학교 석좌교수는 이번 특강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주요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생태와 자연 속 생명체들과의 공생의 중요성에 대한 강연에 이어 1시간 가량 천진기 前 국립전주박물관장과의 대담을 통해 자연과 무형유산의 관계를 짚어보고 자연과 인류의 무형유산에 대해 심도 있게 토론했다.

* 본 원고는 기 진행된 강연내용 및 대담을 기반으로 ICH Courier 편집부에서 각색, 편집했다.

최근의 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 아래 생물학자들은 기후변화와 팬데믹의 상관관계에 대한 많은 질문을 받는다. 둘 사이에는 여
러 복합적인 요인들이 얽혀 있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열대 박쥐를 예로 들어 설명하겠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열대 박쥐의 분포 지역이 넓어지면서 주로 온대 지방에 거주하는 인간과 물리적 거리가 좁아졌다. 이와 동시에 인구 증가로 인류의 거주 공간 확대가 진행되는 일련의 과정에서 박쥐가 감염시킨 동물과 인간의 접촉이 코로나-19의 발현으로 이어졌다.
야생동물이 매개가 되는 바이러스의 전파는 예전부터 있어왔다. 다만 과거와 다른 것은 ‘전파’의 빈도와 속도다. 바이러스와 세균의 생존에는 사람이나 가축 등의 매개체를 통한 ‘전파’가 필수 요소다. 앞서 말한 대로 지구온난화와 인간의 거주공간 확대로 인해 바이러스와 인간의 접촉 빈도가 높아졌다. 또한 군집생활을 하는 인류와 가축의 특성 때문에 바이러스는 무리 안에서 급속도로 전파된다.
나는 생물학자로서 현재의 급격한 기후변화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기후변화는 생물 다양성 감소의 주요 원인이다. 최근 호주의 대형 산불이 초래한 대규모 생물 다양성 소실의 사례를 보아도 기후변화와 생물 다양성은 깊은 상관관계를 가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생물 다양성의 유지와 공존은 인류의 미래를 위한 필수 요소다. 그러나 현재 인류는 생물 다양성을 보존하는 것과는 반대의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 생물 다양성, 혹은 유전적 다양성의 보존은 바이러스 감염을 방지 또는 제어한다. 그러나 가축의 개량과 공장식 사육은 유전자의 단일화를 초래했으며 유전자 다양성이 결여된 오리와 닭의 사육은 바이러스에 취약하여 집단감염을 초래한다.
진화는 다양성 확보를 추구한다. 오랜 시간에 걸쳐 한 종이 여러 종으로 끊임없이 분화했고, 이는 어마어마한 생물 다양성으로 이어졌다. 이 다양성의 가치로는 저항력과 회복력을 들 수 있는데, 다양성을 갖춘 건강한 생태계는 외부로부터의 충격을 잘 견디고 복구를 용이하게 한다.
영국의 이론 생물학자 윌리엄 해밀턴(William Donald Hamilton) 교수는 “자연은 순수를 혐오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여기
서 순수란 유전적 다양성을 없앤 상태를 의미한다. 21세기에 우리에게 필요한 건 생태적 전환(Ecological turn)이다. 우리는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 즉 ‘현명한 인간’이라 자화자찬하지 말고 공생인 호모 심비우스(Homo symbious)로 거듭나야 한다.
이러한 관점은 문화 분야에도 적용 가능하다. 문화의 다양성은 인류 문화생태계의 저항력과 회복력을 높인다. 문화다양성을 담보하는 데 무형유산이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는 점은 널리 인정되고 있는 바이다. 따라서 인류의 건강한 문화생태계를 지탱해주는 무형유산의 보호와 전승이 미래세대를 위해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며 이러한 과제해결을 위해 국제사회가 더욱 연대하고 협력해야 한다.

석학과의 대담

최재천, 이화여자대학교 석좌교수, 유엔기후변화협약 명예 대사
천진기, 前 국립전주박물관장

대담중인 최재천 교수(오른쪽)와 천진기 관장(왼쪽) Ⓒ 유네스코아태무형유산센터

 

생태백신과 문화다양성

천진기현재의 코로나 사태를 타파할 화학백신의 개발을 전 세계가 염원하고 있는데요, 교수님은 화학백신의 개발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도 마스크를 쓰거나, 손을 씻는 행동을 통해 바이러스의 전파를 막는 ‘행동백신’과 자연을 존중하고 인간의 침범을 막는 등의 ‘생태백신’의 역할 또한 강조하셨습니다. 생태백신은 생물 다양성과 그것이 유지되는 건강함을 뜻한다고 볼 수 있겠는데요. 생태백신을 문화와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까요?

최재천
우리는 종종 자연 생태의 반대가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저는 ‘최재천의 자연과 문화’라는 신문 칼럼을 쓰고 있는데, 사실 자연과 문화는 다른 게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고자 제목을 이렇게 붙였습니다. 인간만 문화를 영위하는 것처럼 이해하는데, 사실 다른 동물들도 그들 나름대로 문화가 있기 때문입니다. 생물 다양성 조사를 위해 많은 과학자들이 현대의 과학적 방법론을 사용해오고 있는데, 사실 오래전부터 자연과 함께 살아온 인류는 이미 다양성 보호에 필요한 전통적인 지식과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이 이와 같은 것들을 연구에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천진기
문화적 관점에서 보면 무형유산이 문화 다양성을 보장하는 일종의 문화적 ‘생태백신’의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올가을에 진행될 무형유산포럼에 대해서도 기대가 됩니다. 특별히 당부하실 부탁의 말씀이 있으신지요?

최재천
기후변화를 넘어 기후위기라고 표현할 정도로 세계 각국의 자연환경은 매우 나빠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팬데믹을 통해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자연을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고 있음을 느낍니다. 이를 전통문화유산 차원에서 잘 연결한다면 이번 포럼에서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천진기
과거에는 분파적으로 각자의 입장에서 자연을 해석했다면, 이번 팬데믹 이후 통합이 중요해졌다는 점에서 오늘 강의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통섭학자로서 무형유산을 어떻게 바라보시는지요?

최재천
아마도 이 시기가 지나가면 연대, 소통 즉 통섭의 역할이 더욱더 강조될 것입니다. 자본주의가 극에 달하면서 개인주의와 빈부격차 또한 심해졌는데, 이번 일을 겪으면서 이른바 ‘가진 자’들이 나만 잘 살면 되는 세상이 아님을 느꼈을 겁니다. 이와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과거 사회의 전통적 삶의 모습을 돌아봐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고 소통과 연대로 나아가는 실마리가 될 수 있습니다.

다양성과 건강성

천진기
생태의 건강성만큼 문화의 다양성과 건강성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생태의 다양성과 건강성을 문화의 건강성과 대입시켜 비교할 수 있을까요?

최재천
건강한 세상을 위해서 다양성의 확보는 필수요소입니다. 문화적 차원에서도 앞으로는 우리가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하고, 필요한 전통가치와 지혜를 취하고 또 공유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하며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다양성의 추구는 더 나은 세상으로 향하는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천진기
생물학적 다양성이 사회의 건강성을 담보하는 것처럼 문화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현대의 문화 획일화 현상은 문화적 다양성을 저해하고 있습니다.

최재천
다양성의 확보는 저항력과 회복력이라는 두 가지의 가치를 가집니다. 다양한 생태계는 외부의 충격에 비교적 잘 견디고, 타격을 입더라도 복구도 잘합니다. 생태계의 건강성을 설명하는 이 개념을 문화 다양성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문화는 저항력과 회복력이 높을 테니까요.

천진기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오늘 특별강연의 참석자분들에게 생태학자로서 한마디 하신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최재천
이번의 충격적인 경험을 계기로 확실하게 이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인식하고 공유하고 공부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합니다. 잊어버리기 전에 제대로 공부하고 인식하는 과정이 꼭 필요합니다. 그 과정이 결국 생태백신을 접종하는 과정이고, 그럼으로써 세상이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최재천 교수
강연자인 최재천 교수는 한국을 대표하는 생물학자 중 한 분으로 사회생물학의 창시자인 에드워드 윌슨의 제자이자 그의 저서인 「통섭」을 번역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간사회는 자연과 적절한 거리두기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생태백신’과‘행동백신’이라는 용어를 최초로 만들어 사용했다. 그는 <2020 세계무형문화유산포럼>의 자문위원을 맡고 있으며, 이번 특강은 전주 MBC 유튜브 채널로도 실시간 중계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