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영
학예연구사, 당진시

줄다리기는 줄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놀이로서, 전 세계에서 널리 전승되고 있다. 특히 아시아 권역에서는 농업공동체의 풍요와 평안을 기원하는 의례의 형태와 결합하여 공동체의 화합과 단결을 이끌어내는 중요한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며 널리 연행되고 있다. 이러한 점을 인정받아 2015년 캄보디아, 필리핀, 대한민국, 베트남 4개국의 ‘줄다리기 의례와 놀이’가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한국의 당진시에서 건립, 운영하는 기지시줄다리기박물관은 2011년 개관하였다. 전통 줄다리기를 테마로 하는 이 박물관에서는 지역의 국가무형문화재 기지시줄다리기의 전승과 교육, 전시, 연구뿐만 아니라 그 외 한국의 줄다리기, 세계 다른 나라의 줄다리기에 대한 관심을 갖고 다양한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또한 박물관 내 기지시줄다리기의 전승 주체인 기지시줄다리기 보존회가 함께 입주하여 전승 교육과 보존에도 힘쓰고 있다. 기지시줄다리기박물관은 일본 전통 줄다리기와의 교류, 국제심포지엄 개최 및 줄다리기 학술조사, 베트남과 필리핀의 전승공동체 교류 등을 기획, 진행하거나 참여하였으며, 2014년 국내 전통 줄다리기 전승단체 간의 교류와 협력을 위한 한국전통줄다리기전승단체연합회 창립의 구심점 역할을 하며 전통 줄다리기의 발전과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였다. 이러한 활동을 바탕으로 박물관은 줄다리기의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기지시줄다리기박물관의 체험 교육 프로그램 © 고대영

기지시줄다리기박물관은 대외적인 이러한 활동뿐만 아니라 지역의 시민들에게도 다양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보존회와 함께 기지시줄다리기의 이해와 소개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10여 년 이상 운영하고 있다. 지역의 학교에 방문하거나 박물관에 방문하는 관람객, 정해진 날짜에 모집한 가족 단위의 방문객을 대상으로 줄다리기에 대한 이해, 기지시줄다리기의 유래와 역사, 줄 제작 체험, 줄다리기 체험의 순으로 기지시줄다리기를 개괄적으로 파악하고, 이를 실제 체험을 통해 경험해보는 방식이다. 이러한 교육은 그 가치를 인정받아 교육 초기부터 문화재청의 예산 지원을 받아 이루어졌으며, 상대적으로 대도시에 비해 교육 및 문화 프로그램이 부족한 소도시의 문화 욕구 충족과 무형유산 교육에 나름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교육 프로그램은 국가무형문화재 기지시줄다리기가 무엇인지 배우고, 기초 전승교육으로서 지역사회에 전승되는 무형유산의 이해를 증진하고, 지역 소속감과 자부심을 가지는 데 기여한 바 있으며, 타지역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단일한 주제로 교육의 다양성이 부족하고 기지시줄다리기를 홍보하는 데 급급했던 교육이었던 점에서 한계가 분명했다. 유네스코 등재 이후 변화한 줄다리기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의 증진과 공동 등재한 종목에 대한 교육이 필요한 여건에서 공동 등재 과정에서 각국과의 협력과 소통, 현지 조사를 통해 느꼈던 부분을 교육에 반영하고 싶었다.

아태센터 줄다리기 문화상자 © ICHCAP

한국은 대체로 음력 1~2월 정월대보름에 연행하는데, 베트남은 께오 꼬(kéo co), 캄보디아는 테안 프롯(teanh prot), 필리핀은 푼눅(punnuk)으로 불리며, 베트남과 캄보디아는 4월 크메르력으로 새해에, 필리핀은 8월 벼의 수확을 마치고 다음 농사를 준비하는 시기에 줄을 당긴다. 공동등재 과정에서도 강조했지만, 모두 줄의 형태나 명칭, 시기는 다르지만 마을 공동체의 화합과 평안, 풍요를 기원하고 도모하는 하나의 의례이자 놀이이고, 마을 축제로서 벼농사를 기반으로 한 아시아 권역의 공동체 문화를 잘 보여주는 민속으로 공통점이 있었다. 이러한 공통점을 바탕으로 ‘모습은 모두 조금씩 다르지만 서로 일맥상통하는 가치를 가지고 공존하고 있다. 다른 나라의 사람들 역시 우리와 같은 사람들로서, 다양한 문화와 특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분명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판단,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하게 되었다.
2021년 유네스코아태무형유산센터와 협력하여 개발한 줄다리기 문화상자는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며, 각국의 민속의상과 줄다리기와 관련한 모형 및 자료, 활동지, 태블릿 컴퓨터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학습 내용은 무형문화유산으로서 줄다리기의 다양한 모습을 살펴보고 이러한 줄다리기에 담긴 의미를 생각해 보고, 여러 나라의 줄다리기가 비슷하지만 조금씩 다른 형태로 전승되어 오는 점, 단순히 줄을 당기는 경쟁 활동이 아니라 마을 공동체의 화합과 풍요를 기원하는 문화유산으로서의 줄다리기의 의미를 생각해 보는 것이다.

교육 프로그램 개발을 통해 그동안 상대적으로 단편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던 방식에서 여러 지역의 다양한 줄다리기를 비교, 검토할 수 있는 종합적 접근이 가능해진 점이 의미가 있었다. 주체와 객체가 없는 접근방식을 통해 균형 잡힌 문화에 대한 이해와 가치를 이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부분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코로나19 상황에서 탄생하게 되었다. 해외와의 교류와 대외 행사에 많은 제약이 있었던 2020-2021년 사이 개발된 것으로 지속적인 교육 프로그램의 운영을 통해 계속 보완과 수정이 필요하다. 또한 이렇게 개발된 교육 프로그램을 국내외 줄다리기 전승공동체, 관련 교육기관과의 협업과 배포, 공유를 통해 널리 알리고 활용될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무형유산을 주제로 한 박물관으로서 해당 주제 종목을 널리 알리고, 전승 기반을 닦는 것도 물론 중요한 역할이지만, 이러한 무형유산의 가치와 의미를 보편적인 가치로 연계하여 사람들의 인식을 개선하거나 더 나은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해 변화에 앞장서는 것 역시 무형유산 박물관으로서 필요한 사명이자 중요한 목표이다. 한국에는 다양한 국가에서 건너온, 결혼 이민자들과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다. 물론 과거에 비해 여건이 조금 나아졌지만, 여전히 한국은 단일민족에 대한 신화와 선입견이 존재하고 있다. 줄다리기 문화상자를 통해 다문화 사회를 넘어 문화다양성 사회로 가는 길이 조금 더 넓어지기를 기대한다. ■

필리핀 키나아그(Kina-ag) 모형 © 고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