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자 압디라마노바
프로젝트 코디네이터, 아이기네 문화연구센터

콘두크는 키르기스스탄의 산악 지대에 있는 오지마을로, 오쉬(Osh)주의 쿨룬-아타(Kulun-Ata) 자연보호구역에서 멀지 않은 알라이-쿠(Alai-Kuu) 계곡에 자리 잡고 있다. 이 보호구역은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지역으로 희귀한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그리고 이 마을 공동체에는 약 1,500명 정도가 살고 있다. 마을의 일부 남성들은 보호구역에서 일하고 있는데, 그들은 보호구역의 동물과 생태 다양성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며 그들이 살아가는 땅을 보존하기 위해 세대를 거쳐 전승된 관습, 구전 이야기 그리고 관련 전통을 보유하고 있다. 2020-2021년 아이기네 문화연구센터(Aigine Cultural Research Center)팀은 이 공동체의 전통 생태학 지식을 조사한 바 있다.

성지 보호와 지원
보호구역 내에는 크기가 작은 호수(키치, Kitch)부터 중간 크기의 호수(오르토, Orto) 그리고 큰 호수(촌, Chon)까지 독특한 아름다움을 지닌 호수가 있다. 지역민들 사이에는 호수와 호수의 이름 그리고 그 기원에 관한 다양한 전설과 구전 이야기가 알려져 있다.

성지는 지역민에게 특별한 정신적, 종교적, 문화적 혹은 역사적 중요성을 지닌 장소다. 키르기스스탄에는 1,100개가 넘는 신성 지역이 있다. 이러한 장소는 생태 다양성의 온상이기도 하다. 자연 보전에 기여하고 생명을 해치는 것을 금하는 성지에서의 행동 원칙은 자연과 식물 그리고 동물을 보존하기 위한 키르기스스탄의 전통으로 여겨진다. 알라이-쿠 계곡과 마을에는 호수 말고도 숲과 샘물 등 성지가 여러 군데 존재하는데, 이 지역들은 치유의 능력뿐만 아니라 공동체에 의해 생겨나고 보존되어 온 나름의 역사도 가지고 있다.

바타(Bata) 의식
이 마을에는 호수로 흘러 들어가는 커다란 쿨룬(Kulun)강이 있다. 지역민들은 그곳에서 종종 낚시를 하기도 했는데, 낚시는 어린아이들과 어른들이 오락 삼아 하는 여가 활동이었다. 하지만 3년 전, 주민들은 강의 물고기 개체 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음을 깨닫고, 강과 물고기를 보호하기 위해 지역민들은 한데 모여 5년간 쿨룬강에서 낚시를 금하는 바타 의식(축원의식)을 행했다. 이 전통적인 금어를 실시한 결과, 물고기 개체 수가 현저히 회복되었다.

전통적 금기와 자연 존중 원칙의 구전 전승

쿨룬-아타 자연보호구역 내에는 다양한 동물군이 살고 있다. 곰, 눈표범, 사슴, 산양 그리고 그 외 다양한 동물들이 이 보호구역에 서식한다. 콘두크 주민 중에는 세대를 거쳐 사냥 기술과 지식을 이어온 사냥꾼들이 많이 있다.
고대 이래로, 키르기스스탄 전통에서 사냥은 인류 생존 방식의 하나로 여겨져 왔다. 몇 번의 생존 위기가 있던 시대에 사람들은 사냥꾼들로부터 먹을 것을 얻었다. 동시에 사냥은 큰 책임이 따른다.
사냥에서 가장 중요한 요건 중 하나는 바로 야생동물을 대하는 사냥꾼들의 신중한 태도다. 콘두크 마을 사람들 사이에는 자연을 낭비하고 부주의하며 탐욕스러운 태도의 결과로 인간의 운명에 영향을 미친 구전 이야기와 전설이 널리 퍼져 있다.
마을의 연장자 중 한 사람인 마토프 보콘바이(Maatov Bokonbai)가 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옛날 콘두크에 잔사리(Zhansary)라고 하는 부자가 살고 있었는데, 그에게는 나시프쿨(Nasipkul)이라는 아들이 하나 있었지.
나시프쿨은 부자였음에도 불구하고 마을 사람들의 소를 멀리 떨어진 동굴로 끌고 가서 그 소를 죽이는 버릇을 가지고 있었는데, 한번은 이 때문에 그의 친척인 칼미르자(Kalmyrza)가 화가 나서 동굴로 그를 쫓아갔어.
그를 보자 나시프쿨은 화가 난 친척에게서 도망치려 했지만, 칼미르자는 그를 붙잡아 목에 돌을 둘러 매달아 논에다 던져버렸고, 나시프쿨의 시신은 발견되지 않았지. 후에 칼미르자는 사슴을 쏘고 쫓아가다가 부상을 당했고 절벽에서 연못으로 떨어져 버렸대. 현재 그 장소를 칼미르자라고 부르지.

어른들은 이 모든 이야기가 자연을 오용한 결과를 말해준다고 한다.

자연보호구역 내 호수 전경 © Aigine CRC

교훈을 주는 코조자쉬(Kojojash) 역사
지금은 보호구역의 관리원으로 일하는 현지의 전직 사냥꾼들 사이에서는 코조자쉬(Kojojash) 또는 카이베렌(Kayberen)의 영혼으로부터 아이얀(ayan, 환영)을 마주하는 경험을 하는 것이 흔한 일이다.
키르기스스탄 사람들에게는 야생동물 수호신의 존재에 대한 믿음이 있다. 이러한 신 중 하나가 바로 ‘카이베렌’인데 이는 암컷 산양의 영혼이다. 이런 종류의 환영을 본다는 것은 사냥꾼에게 야생 산양을 포함하여 사냥을 그만둘 때가 되었다는 것을 알려주는 신호다. ‘코조자쉬’는 같은 이름을 가진 키르기스스탄의 작은 서사시의 주인공이다.

콘두크(Konduk) 마을 모습 © Aigine CRC

코조자쉬는 사냥 성공률이 높은 숙련된 사냥꾼이었다. 그는 긴 겨울 동안 가축을 잃는 상황에서도 친척들을 굶주림에서 구해주었다. 많은 친척들은 코조자쉬의 행운을 믿었기 때문에 실제로 사냥으로 잡은 짐승에 의존하여 가축의 고기를 먹지 않고 버틸 수 있었다.
어느 날 코조자쉬는 야생 염소를 사냥한 후 깎아지른 듯한 바위 정상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꿈을 꾸었다. 그는 두려워하며 아내에게 꿈을 해석해 달라고 했다. 그녀는 그에게 생명이 위험할 수 있으니 다시는 사냥에 나가지 말라고 충고했다. 그러나 나이가 많은 어른들은 그 꿈을 다르게 해석했고 코조자쉬는 계속해서 수르 에크키(Sur Echki, 회색 암컷 염소)의 새끼를 사냥하기로 결심했다. 서사시에서 수르 에크키는 자연의 비옥함, 천 마리 야생 염소의 어머니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코조자쉬가 수르 에크키의 어린 새끼를 죽여버린 후 사냥꾼과 신성한 동물 간의 대치가 격화되었다.
여러 차례 회의를 통해 수르 에크키는 코조자쉬에게 자신의 마지막 남은 새끼 알라바쉬(Alabash)를 살려달라고 간청했다. 하지만 신이 났던 사냥꾼은 그 마지막 염소를 죽였고 그로 인해 수르 에크키의 집안은 절손되었다. 수르 에크키는 자손을 죽인 코조자쉬에게 복수할 것을 맹세하고 사냥꾼은 그를 잡을 때까지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고 선서했다. 결국 수르 에크키는 사냥꾼을 바위 비탈로 유인하여 그가 굶주림과 추위로 죽어가도록 그곳에 버려두었다. 고통을 견딜 수 없었던 코조자쉬는 바위에서 급히 내려가다 죽고 말았다.

이 구전 이야기는 보호구역과 그 인근 마을에서 살아가는 야생동물을 사냥하고 죽이는 데에 제한을 가하는 확고한 규칙으로서 지역민들에 의해 전승되고 있다.

약초를 보여주는 콘두크 마을 주민 © Aigine CRC

전통 공예와 의학

알라이-쿠 계곡의 주민들은 어릴 때부터 이곳의 목초지와 경사지에서 자라는 다양한 약초를 활용해 왔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어린 시절부터 이들 식물에 대한 지식을 갖고 있다. 전통적으로 봄이 시작되는 5월이 되면 아이들은 여럿이 모여 가장 가까운 산으로 무리지어 몰려간다. 그곳에는 이쉬킨(yshkyn, 야생 괭이밥), 야생 마늘, 코부르괸(koburgön, 산양파), 죄르괴무치(zhörgömuch, 야산에서 나는 곡물)와 다양한 맛 좋은 야생 약초가 많이 자란다. 콘두크의 여성들은 이들 식물에 대해 잘 안다. 이러한 지식은 화학 약품으로 인한 환경이나 자연의 파괴 없이 그들이 삶을 영위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마을 주민 주마칸 아파(Jumakan apa)에 따르면, 그들은 집에서 실제로 약을 먹지 않고 약초로 치료하는데 약초마다 나름의 기능이 있다고 한다. 그는 “두통에는 박하가 좋고 위병에는 단풍잎이 좋다. 나는 산에서 단풍잎을 모아 말려 놓았다가 아이들에게 차로 끓여 준다”고 했다.
알라이-쿠 계곡에서 자라는 풍부한 약초를 활용하여 지역민들은 다양한 모직물과 펠트 직물을 생산한다. 펠트는 천연 양털로 만들며, 오로지 약초만을 이용해 자연적인 방식으로 염색한다. 이런 종류의 가정용품들은 다 닳아도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는다.
마을 주민인 키이즈바예바 아르자임(Kiyizbayeva Arzaiym)는

“나는 나의 어머니로부터 수공예를 배워서 펠트, 자수, 여행 가방 그리고 침대 덮개를 만드는 법을 알고 있어요. 우리는 이 모든 것을 만들 때 산에서 나는 약초들을 사용해요. 산에서 나는 울잔(Uuljan)이라는 약초를 모아서 제품을 만들 때 같이 넣어요. 그리고 에르멘(ermen, 사철쑥)과 카르코르(karkor, 산쑥)와 같은 약초는 펠트 제품과 함께 보관할 수도 있죠. 어머니가 이 모든 것을 나에게 보여주고 가르쳐주셨기 때문에 나는 이 모든 기술을 계속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어머니는 펠트와 양모를 약초로만 염색했어요. 예를 들면 박하나 부루마 카라(Burmа kara, 검은 코리달리스)라고 하는 약초를 쓰는데 이 식물의 염료는 색이 금방 바래는 화학 염료와는 달리 햇빛에도 잘 바래지 않아요. 약초는 장점이 아주 많아요.”라고 말했다.

마을 사람들은 보호구역 내에서 일하며 근대적인 자연보호 방법을 활용한다. 동시에 수십 년 동안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현지의 토착 지식도 잊지 않고 있다. 자연 보전에 대한 그러한 모델과 접근법은 많은 자원을 필요로 하지 않으며 동시에 장단기적으로 가시적인 결과를 가져다 준다. 지역의 천연 원료와 염료를 활용한 전통 공예와 전통 의학 사례는 자연 친화적인 공동체 모델을 보여준다. 알라이-쿠 계곡의 신성시되는 동물의 종류, 성지 그리고 식물에 관한 지식은 공동체의 영적 교육에 이바지하며, 대량 동물 살상에 대한 금기의 확산은 이 마을과 여타 다른 마을의 신세대 사냥꾼의 윤리 교육에 이바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