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진희
전문관, 유네스코아태무형유산센터 연구정보실

디지털 생태계의 확장과 일상화가 전 세계적으로 보편화되면서 ‘공유 플랫폼’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가치의 공동 창조’가 새로운 혁신 모델로 부상하면서, 공유에 기반을 둔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최배근, 2018)1. 이와 같이 경쟁이 아닌 협력의 키워드를 지닌 플랫폼의 특성은 경제 분야뿐만 아니라, 문화예술 및 국제협력 분야 등에서도 전방위로 진행되고 있다. 무형유산 분야에서도, 무형유산 보호와 활용을 위한 공동 거버넌스 메커니즘에 관한 담론이 커지고 있다. 청 양(2019)은 “열린 협력적 거버넌스 메커니즘이 빅 데이터 시대에 무형유산 보호의 효율성을 증대시키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2 무형유산은 세계화, 산업화, 도시화, 기후변화 등 각종 환경변화에 노출되면서 사라질 우려가 있으며, 과거 무형유산 관련 기록도 훼손 및 관리 미흡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이것이 그 어느 때보다 무형유산 보호를 위한 디지털 기반 협력 메커니즘이 필요한 이유이다.
유네스코아태무형유산센터(이하 센터)는 유네스코 카테고리 2센터로서, 지난 2011년 설립 후 약 10년 간 아시아태평양 지역 유네스코 48개 회원국들과 함께 무형유산 및 그 보호 활동에 관한 정보의 관리(아날로그 자료의 디지털화, IT 소외지역의 무형유산 ICT 기반 지원 등) 및 보급(영상 제작, 출판물 발간) 이해관계자 네트워크 강화, 무형유산 가시성 및 인식제고(공공행사 및 축제 지원)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이러한 노력과 성과는 아태지역 무형유산 및 그 활동 정보와 콘텐츠의 축적 및 공유, 무형유산과 그 보호의 중요성에 대한 대중 인식제고를 가능케 했다.
최근 몇 년간 센터 내부에서는 ‘정보와 네트워킹’의 핵심 기능을 보다 강화하는 ‘질적 변화’를 실현할 신규 사업을 고민해 왔다. 이 같은 고민은 개별적으로 진행해 오던 센터의 여러 사업을 아우름과 동시에 역내 협력기관들과 함께 플랫폼을 통한 무형유산 콘텐츠의 공유와 활용을 온·오프라인으로 활성화하는 센터 역사상 가장 규모 있는 중장기 프로젝트의 계획으로 발전됐다. 플랫폼 사업은 단순히 무형유산 관련 정보를 저장해두는 소극적·미시적인 접근을 넘어, 무형유산을 공동체의 문화다양성 측면에서 거시적이고 통합적인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으며, 이러한 접근으로 축적된 기록과 콘텐츠를 가공하고 공유하는 새로운 장이 될 것이다.

지난 4월 9일 화상으로 열린 ‘센터 사업 영향력 평가 및 정보공유플랫폼 구축 연구용역 최종보고회’ⓒ 유네스코아태무형유산센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기에 앞서 센터는 지난해 10월 말 열린 정기이사회를 통해 이 프로젝트의 계획을 소개했다. 이어 2019년 12월 3일 갱신된 「대한민국 정부와 유네스코 간의 유네스코아태무형유산센터에 관한 협정」에는 무형유산 보호와 관련된 정보의 효과적 공유를 보장하기 위한 체계를 구축할 것을 센터 기능으로 명문화하여, 무형유산 정보기관으로서 센터의 국제적 역할 수행을 강조하였다. 이렇듯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이 플랫폼의 이름은 ‘ichLinks’로, 아태지역의 무형유산 전문 아카이브 거점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플랫폼은 아태지역 원스톱 통합 온라인 서비스, 회원국 참여 중심, 콘텐츠 확장성 기반, 온오프라인 활용 기능을 특징으로 한다.
세부적으로, ichLinks는 무형유산 종목, 학술정보, 이해관계자 정보, 행사 및 뉴스와 같은 기본 정보들을 아태지역 회원국의 참여를 통해 연계·공유하면서도, 체계적인 메타데이터 관리로 정보 간 유기적 연결과 콘텐츠 큐레이션을 가능하게 하고, 이를 온·오프라인에서 활용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플랫폼은 정보가 많을수록 이용자 유입이 늘어나고, 이를 통해 더 많은 정보가 공유되는 원리로 작동하기에 이 플랫폼의 지속가능성은 무엇보다 참여국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활동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온라인 기반 플랫폼의 활용은 오프라인 활동으로도 확장될 수 있으며, 센터는 플랫폼으로 구축된 디지털 공유 콘텐츠를 활용하는 오프라인 프로그램들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발생하는 플랫폼 콘텐츠의 가치 창출은 아태지역의 연대감을 고취시키며 역내 무형유산 보호 활동에 대한 상호 학습과 적용을 증진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아태지역 무형유산 분야 정보공유플랫폼에 대한 수요는 최근 센터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35개 유네스코 회원국 무형유산 실무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긍정적으로 나타났다. ichLinks 프로젝트의 참여 의향을 묻는 설문지에 응답한 21개국 가운데 17개국이 “참여하겠다”는 답변을 내놨다. 이들은 덧붙여 “무형유산 보호를 강화하는 좋은 방법”, “참여 자체가 큰 경험이 될 것”, “다른 국가의 경험과 지식을 배우기 위해 참여할 것”, “무형유산 부서의 역량을 키울 기회”,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무형유산 정보 접근성에서 효과적일 것”, “다른 회원국과 의사소통하고 네트워킹을 쌓는 좋은 장이 될 것”이라며, 이번 플랫폼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센터는 설문조사 외에도 플랫폼의 프로토타입 개발을 위한 전문가 자문회의, 사업 실행계획 수립 용역3 보고회 등 수차례 회의를 개최하여 ichLinks가 나아가야 할 방향들을 정립하고 있다. 글로벌 코로나 위기 속에서 이 같은 회의들은 일부 화상으로 진행됐으며, 이런 상황은 온라인상의 활발한 정보 공유의 필요성을 더욱 부각시켰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일상의 정상화를 앞두고, 향후 온라인을 통해 공유된 지식과 정보 그리고 협의는 다시 오프라인 협력 활동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센터가 부여한 플랫폼의 핵심가치, 즉, 분산화(Decentralization), 공유와 개방성(Sharing and Openness),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은 이처럼 공유 및 협력의 온·오프라인 활성화를 통해 구현될 전망이다.

한편 금기형 센터 사무총장은 “각국의 무형유산 콘텐츠를 잘 모아 활용하는 장기적인 프로젝트의 첫걸음”이라며, “10년간 진행해 온 센터의 개별 사업들 자체도 의미 있지만, 회원국들의 참여에 힘입어 무형유산 콘텐츠 공유의 틀이 될 이번 프로젝트에 기대감이 크다”고 밝혔다. 또한 함한희 전북대학교 명예교수는 자문회의에서 “참여국들의 적극적 참여가 중요하며”며 “수평적이고 민주적인 관계에서 플랫폼이 운영 되도록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노명환 한국외국어대학교 정보기록학대학원 교수 역시 “회원국의 자발적 참여가 관건”이라며 “특히 활용의 비전을 많이 보여주고, 온라인 시스템에서 의미와 상징체계가 심어진 시멘틱 아카이브를 적용해 다양한 콘텐츠 큐레이팅과 검색 접근성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센터는 플랫폼 구축, 기능 고도화, 확장을 통한 3단계에 걸친 시스템 개발을 진행할 예정이다. 2020년 ichLinks 시스템 구축을 시작으로 하여 2023년에는 실제 활용 가능한 수준까지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어 2024년부터 2027년까지 시스템 고도화를 비롯해축적된 콘텐츠의 활용과 참가국 협력기관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우선적으로 올해는 참여기관과의 성공모델 개발에 대한 기획과 플랫폼 개발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이후 참여기관을 순차적으로 확대해 플랫폼의 네트워크를 확장해 나갈 예정이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센터는 아태지역 무형유산 콘텐츠의 체계적 아카이브 구축으로 국제 지식기반을 확충하고, 전략적 문화 자원화를 통해 참여회원국 내 지속가능한 경제적 발전과 연계하고, 2003 협약 이행 촉진, 문화다양성 증진, 무형유산의 국제적 홍보 및 순회 행사 개최 등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ichLinks 그래픽 이미지 ⓒ 유네스코아태무형유산센터

NOTE

1 최배근, “플랫폼 경제와 공정경제: 양극화 독과점 극복을 위
한 새로운 모색”, 「공유경제와 공정경제의 만남, 공유플랫폼
기업 육성법 검토를 위한 토론회」 국회정책토론회 자료집,
2018.12.19. p.12
2 Cheng, YANG, “Collaborative Governance Mechanism for
the Safeguarding of Intangible Cultural Heritage in the
Internet Age.” In 4th Annual International Conference
on Social Science and Contemporary Humanity
Development (SSCHD 2018). Atlantis Press, 2019: pp. 44-
46
3 센터는 아태지역 유네스코 회원국의 무형유산 정보화 촉진의
계기 마련과 협력 주체 중심의 자발적이고 지속적인 정보공유
체제 구축을 위해 <유네스코아태무형유산센터의 사업 및 영 향력평가와 아시아·태평양 무형유산 정보공유플랫폼 구축 사 업 실행계획 수립 용역>을 지난 2019년 6월 발주했으며,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이 용역을 2020년 4월까지 수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