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인화
선임연구원, 국립국악원 장악과

1939년 이왕직아악부에 의해 편찬된 <이왕가악기(李王家樂器)>에는 66종의 전통악기가 기록되어 있다. 이 악기들은 연주 음악의 장르에 따라 아악(雅樂), 당악(唐樂), 향악(鄕樂)의 세 종류로 분류된다. 아악과 연주악기들은 사람들에게 질서와 조화를 계도하는 예(禮)와 악(樂)을 강조한 송(宋)대의 성리학을 표방하는 점에서 매우 중시되었다.

아악의 악기는 고려 예종 11년(1116년) 중국 송나라에서 도입되었다. 그 중 편경(編磬)과 편종(編鐘)은 필수적인 악기로 간주되었으며, 궁중음악에 이상적인 선율을 산출한다.

악기의 전통적 분류체계인 팔음(八音)에 따르면 편경은 석(石)에 속하며, 편종은 금(金)에 속한다. 금, 석, 사(絲), 죽(竹), 포(匏, 바가지), 토(土), 혁(革), 목(木)의 재질로 구성된 팔음은 우주의 여덟 가지 질료이며, 팔방(八方), 팔괘(八卦)와 비교된다.

음양론의 음과 양에 상응하는 한 쌍인 두 악기는 종묘제례악과 문묘제례악을 비롯한 궁중음악에서 연주된다. 편경의 경우 나무틀 아래쪽에 한국 민속의 우아한 형상인 오리나 거위가, 편종의 경우 사자의 포효와 같은 악기음을 상징하는 사자나 호랑이가 조각되어 있다. 또한 틀 양끝에는 편경의 경우 불사조, 편종의 경우 용의 형상이 조각되어 있으며 각각 음과 양을 상징한다. 틀의 꼭대기에 배치된 화려하게 장식된 다섯 마리의 목제 공작은 악기음이 멀리 퍼져나가기를 바라는 소망을 반영한다.

한국에서 편경과 편종이 제작되기 시작한 시기는 음악을 애호하고 예와 악을 통해 나라를 통치한 조선 세종 당시로 전해진다. 세종 11년(1429년) 주종소(鑄鐘所)가 한강 근처에 세워졌으며, 특수한 옥돌인 경석(磬石)이 경기도 남양 지역에서 발견되었다. 세종은 새로운 음악 이론과 악기에 깊은 관심을 지닌 음악가이자 학자였다. 음악에 대한 날카로운 감각을 지녔던 왕은 편경의 틀린 음을 지적할 정도였다고 전해진다.

편경은 16개의 L자형 경석 석판, 편종은 16개의 동종(銅鐘)으로 구성되며, 두 악기 모두 화려하게 장식된 나무틀에 8개씩 상하 2열로 석판과 종을 매단 형태이다. 악기음은 석판과 종의 두께에 따라 달라지며, 두 악기 모두 황소 뿔로 만든 각퇴로 쳐서 연주한다. 석판과 종이 두꺼울수록 높은 소리가 조성된다. 편경의 음역은 C에서 D#이며, 편종이 편경에 비해 한 옥타브 높은 음을 낸다. 특히 편종은 그 명쾌한 울림음으로 많은 애호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