겡옵 카르충(Gengop Karchung)
정보미디어담당관, 부탄 국립도서관·아카이브센터

부탄의 풍부한 문화유산에는 부탄이 탄생한 이래 창조, 발전, 사용되어 온 다양한 악기들도 포함되어 있다. 다양한 악기들 중 링금(lingm, 피리), 피왕(pi-wang, 피들), 다녠(dra-nyen, 기타), 양첸(yang-chen, 하프)이 부탄 전통음악의 가장 대중적인 악기로 연주되고 있다.

‘아름다운 선율의 소리’라는 의미의 다녠은 부탄에서 비종교적 목적에서 사용되는 가장 신성한 악기이다. 다녠의 선율로 표현되는 지혜의 여신 사라스와티(Saraswati)는 과거와 현재, 미래를 아우르는 모든 부처들의 어머니로 여겨진다. 다녠을 통해 사라스와티는 부처의 세 법신(Trikaya)에게 찬미의 음악을 공양한다. 또한 여신은 불법(佛法)을 수호하기 위해 다녠의 선율로써 악의 세력을 제압, 응징한다. 따라서 다녠에서 나오는 음악은 매우 신성하고 영적인 대상이다.

구비전승에 따르면 일곱 명의 다키니(Dakini, 천녀)가 목욕을 하기 위해 천계에서 지상으로 내려왔다. 그들 중 가장 어린 천녀는 목욕을 하는 동안 자신의 다녠을 근처의 나무 위에 걸어두었다. 그 때 땔감을 줍기 위해 그 곳을 지나던 가난한 고아 소년이 다녠을 발견하였다. 소년은 다녠을 집어들고 연주하기 시작하였다. 다녠의 선율을 들은 다른 다키니들은 날아서 천계로 돌아갔지만 가장 어린 다키니는 소년이 악기를 돌려주려 하지 않아 지상에 남게 된다. 하지만 실랑이 끝에 두 사람은 다녠을 다른 사람들 눈에 띄지 않게 보관하고, 반드시 한밤중에만 연주한다는 두 가지 조건에 합의하게 된다. 약속한 대로 소년은 매일 한밤중에 다녠을 연주하고 어린 다키니는 밤마다 소년을 찾아왔다가 동이 트기 전에 떠나곤 하였다. 다키니와 다녠의 축복을 받은 소년은 나날이 부강해졌다.

강가 다른 편에는 한 부유한 가족이 살고 있었다. 그들은 고아 소년이 부자가 된 사실에 크게 놀랐다. 그 집안의 딸들이 소년을 찾아와 그가 자신들의 삼촌이라고 속이는 데 성공한다. 그는 부자의 딸들과 시간을 보내면서도 악기를 안전한 곳에 보관하라는 다키니의 말을 따른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활쏘기 시합에 나간 사이 딸들이 다녠을 발견한다. 다녠 선율을 듣고 나타난 다키니는 다른 사람이 신성한 다녠을 연주하고 있는 것을 보고 상심한다. 화가 난 다키니는 다녠의 한 줄을 잘라버리고 떠나간다. 집에 돌아온 소년이 악기를 연주하나 다키니는 찾아오지 않는다. 다키니를 찾던 그는 줄 하나가 사라졌음을 발견한다. 그후 그의 재산은 날이 갈수록 줄어들었다. 이전처럼 가난해지기 전에 그는 목욕터를 찾아가 꽃들 사이에 몸을 숨겼다.

다키니들이 떠나려 할 때 그는 뛰쳐나와 가장 어린 다키니를 붙잡는다. 그는 다키니에게 줄을 고쳐달라고 요청하나 그녀는 그가 약속을 지키지 못해 자신의 목숨을 위태롭게 하였기 때문에 청을 거절한다. 그러나 소년이 완강하게 버티자 다키니는 결국 청을 들어준다. 이후로 이 악기는 대중적인 악기가 되었다.

다녠은 짧은 1현을 포함한 7현 악기이다. 7현은 7명의 다키니를, 짧은 현은 가장 어린 다키니를 각각 나타내며, 동시에 짧은 현은 어린 다키니와 소년의 깨져버린 약속을 상징한다. 또한 현의 수는 연주자의 기량을 보여주는 토대가 된다. 머리의 형태는 악기마다 다르며 가장 흔한 형태는 악을 쫓아내는 위력을 지닌다고 믿어지는 악어 머리 형상이다.

부처에게 음악을 공양하는 악기인 다녠은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한다. 신앙심을 가지고 다녠을 연주하면 복을 받는 반면 그렇지 않을 경우 그 선율이 사악한 무리에 정서적 동요를 일으켜 재액을 입게 된다. 따라서 연주자는 ‘인과의 원리’에 따라 그 영향을 느끼게 된다. 다녠은 존경하는 마음으로 다루어지고 연주될 경우 부와 영화, 복을 얻는 데 도움을 준다고 믿어지고 있다.

오늘날 다녠은 이러한 정신적 요소들과는 별도로 신의 찬미, 애정의 표현, 의사소통 등 다양한 경우에 연희 목적으로 널리 사용되고있다. 이처럼 다녠 문화는 부탄에 깊이 정착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