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키 타카쿠라
교수, 도호쿠 대학교

재난과 ICH

불운을 방지하기 위해 마을에서 행해지는 닝교사마(지푸라기 인형) 의례(미야기현 니야마하마, 2012년 2월) © Hiroki Takakura

재난과 무형문화유산(ICH)의 관계는 재난과 유형의 문화유산과의 관계와 유사하면서도 다를 수 있다. 유네스코는 무형문화유산을 공연예술, 축제 그리고 의식과 같이 세대 간에 전승되어 온 전통 혹은 살아있는 표현으로 정의한다. 이러한 무형유산에 대한 정의는 네 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 바로 전통과 현대, 포괄성, 대표성 그리고 공동체 기반이다. 자연재해는 유형의 유물과 기념물을 파괴하고 사람들, 장소 그리고 무형유산과 관련된 공동체에 타격을 가하며 지식, 기능 그리고 기술을 단절시킨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는 무형유산과 유형유산에 가해지는 재해의 영향으로부터 보호할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한편, 살아있는 유산을 사람들, 장소 그리고 공동체와 연결하는 것은 무형유산이 재해의 영향을 어떻게 완화할 것인가에 대한 대안적 방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재해 경감과 위기 감소에 있어서 문화의 역할은 최근의 재난 정책에서 비롯된 생각이다. 유엔 재난위험경감사무국(United Nations Office for Disaster Risk Reduction, UNDRR)은 공동체의 재난 위기 경감을 위한 관리역량 강화를 증진하고 있다[효고 행동계획(HFA, Hyogo Framework for Action)]. 그리고 다른 무엇보다 통합적, 포용적, 경제적, 법적, 구조적, 보건 그리고 문화적 수단을 통한 재난위기 경감을 지지한다[센다이 강령(SFDRR, Sendai Framework for Disaster Risk Reduction)]. 재난 위기 경감을 위한 문화적 대책은 무엇이며, 무형유산은 어떻게 재해 경감에 기여하는가? 나는 이 문제에 관한 최근의 학문적 발전을 검토하고 일본에서 발생했던 3.11 동일본대지진에 대한 사례연구를 통해 설득력 있는 주장을 확인했다.

사회문화적 관점
사회과학자들은 재난 경감을 위한 사회문화적 대책을 연구해왔다. 예를 들어 토착적 지식에 관한 연구는 주로 2004년 수마트라-안다만(Sumatra-Andaman)의 지진과 인도양에서 발생한 쓰나미를 계기로 이루어졌다. UNDRR은 효과적인 재난 위기 경감 수단으로써 재난 전후 단계에서 토착적, 지역적 지식에 대해 알아둘 것을 적극적으로 권고했다. 현대적 사고는 토착적 지식과 재난 위험 경감 사이의 어떠한 관련성에 대해서도 회의적일 수 있다. 그러나 특정 토착 지식은 재난과 분명 관련이 있고 그러한 지식은 바로 문화적 특수성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연구자들은 위험 경감과 관련된 지역의 지식을 조사했으며 고유문화를 넘어 그것의 적용 가능성에 대해서도 숙고해왔다. 그 성공적인 사례가 바로 쓰나미 텐덴코(tsunami tendenko)이다. 이는 쓰나미가 덮쳤을 때 자신을 구하기 위해, 심지어 가족을 떠나는 대가를 치르더라도, 고지대로 달아나라는 긴급한 충고를 전하는 일본의 지역 구전 전통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가능한 많은 사람의 생존을 보장하려는 것이다. 이 구전 전통은 재난 방지 문화의 한 부분으로 여겨질 수 있다.
정치사회학자 다니엘 알드리히(Daniel Aldrich)와 다른 여러 학자는 일관되게 재난 경감에 있어서 비물질적, 사회적 인프라 혹은 사회 자본의 중요성을 주장해왔다. 그들은 더 나은 사회 자본이 더 큰 회복력을 가져온다는 것을 암시함으로써 상호 이익을 위한 행동과 협력을 촉진하는 네트워크, 규범 그리고 신뢰와 같은 사회 조직의 특징을 설명한다. 대표적인 재난 인류학자인 앤소니 올리버-스미스(Anthony Oliver-Smith)는 재난은 혼란에 맞서는 사회의 저항력을 관찰할 드문 기회를 제공한다고 한다. 이 사회 저항력은 사회 구조(social mechanisms)의 본질이다. 사회문화적 과정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정책 분야에서 재난 취약성과 회복력에 있어 문화의 역할에 대한 논쟁을 끌어낸다. 사람들은 위험에 대한 수동적 관찰자가 아니라 스스로 위험을 더 악화시킬 수도 혹은 위협을 피할 수도 있다.

부서진 문화회관 잔해가 있는 곳에서 추는 우라하마 지역의 카나쓰류 시시오도리 (이와테현 오푸나토, 2011년 6월) © Satoru Hyoki

일본의 3.11 동일본 대지진과 지역 공연문화
3.11 동일본 대지진 참사를 보는 데 있어서 가장 눈에 띄는 점 중 하나는 공동체 회복의 상징인 지역 공연예술과 축제 행사에 대한 보도와 인류학적 관심을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심의 한 가지 이유는 역사적 전통을 지닌 해안가 소공동체의 지리적 위치이며 또 다른 하나는 공연예술이 지닌 애도와 관련된 종교적 기능이었다. 인류학자 이사오 하야시(Isao Hayashi)에 따르면 쓰나미로 고통받고 대피소에서 생활하고 있었던 사람들이 희생자들의 장례식 후 특정 정해진 날짜에, 대재앙이 난지 수개월 만에 희생자들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한 민속 공연을 했다. 이는 현지 불교식으로 행해졌다. 아키코 이주카(Akiko Iizuka) 박사와 플로렌스 라우르낫(Florence Lahournat)박사는 지역민과 재난 자원봉사자를 포함한 비지역민과의 유대감을 진하면서 생존자들의 심리 회복에 미치는 무형유산의 영향과 정체 성과 공동체 형성에 기여하는 무형유산의 통합적 특성을 깨달았다.

재난을 극복하기 위한 임시 거처로서, 여신을 모시는 이동이 가능한 사당인 미코시 (미야기현 카사노, 2012년 7월) © Tsutomu Inazawa

다른 학자들은 비상시 대안적 시간의 회상이 가져오는 효과에 대해 말해왔다. 생존자들은 피난민으로서 낯선 어려움에 직면하며 생계수단도 상실한다. 이러한 어려움의 한 가지 이유는 정부와 NGO가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의 축에서 정책 옵션을 두고 대안을 선택하라고 강요하기 때문이다. 사회학자 교코 우에다(Kyoko Ueda)는 축제적 행사가 반복적 시간에 대한 개념을 제공하고 참가자들이 재난 이전의 생활로 되돌아가도록 분위기를 조성한다고 주장한다. 히로키 타카쿠라(Hiroki Takakura) 역시 의례는 참가자들에게 특정 공동체의 구조화된 역사적-문화적 깊이감을 제공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는 기존의 사회 통합 방식을 공동체 기반의 전통에서 기인하는 정당성으로 새롭게 교체할 수 있는, “지금 여기서”를 넘어서는 새로운 사회적 연대방식을 제공한다.
이러한 연구들은 무형유산이 지역의 애도 계획, 연대 그리고 미래에 대한 대안적 비전을 제공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생존자들의 고통과 곤경을 완화하고 그들이 사회적 연대와 협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는 재난 위기 경감에 기여하는 무형유산만의 독특한 방식이다. 무형유산은 결코 전능한 것이 아니지만 공동체를 기반으로 살아가는 고통받는 사람들의 주도권을 환기하도록 해주는 강력한 도구이다. 문화 정책 입안자는 재난 정책 입안자들과 함께 지역적 맥락에서 재난 위기 경감을 위한 무형유산의 실질적 가치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