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레 라후이(Hale Lahui)
연구관, 파푸아뉴기니 국립문화위원회

파푸아뉴기니는 750개의 민족집단과 언어를 가진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문화를 지닌 곳 중 하나이다. 24개 주(州) 정부로 구성된 파푸아뉴기니는 모마세(Momase), 고산지대, 뉴기니 군도, 남부의 네 지역으로 구분된다.

신체 분장은 파푸아뉴기니의 고유한 문화요소로서 민족집단의 활력과 연대성, 정체성을 나타내는 특수한 상징과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신체 분장은 파푸아뉴기니의 남부과 고지대 권역을 중심으로 전승되고 있는데, 특히 고산지대의 공동체들 사이에 널리 연행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산간 부족인 훌리(Huli)족은 호전적 기질과 함께 전투 시의 화려한 얼굴 분장과 의상으로 유명하다.

훌리족은 천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타리(Tari), 코로바(Koroba), 마가리마(Magarima), 코모(Komo) 주의 남부 고지대에 정착하여 살아왔다. 이제까지 그들의 역사와 문화는 대부분 구비 전승되어 왔으며, 1936년까지도 그 존재가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다. 실제로 서구 식민 정부가 훌리족과 최초로 접촉한 것은 1951년 이후이다. 외부 세력의 영향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훌리족의 전통적 생활 방식은 문화적, 인류학적으로 순수함을 유지하고 있다.

고대의 문화적 관습을 유지해 온 훌리족에게 얼굴과 신체 분장은 제의와 축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역동적인 특징을 지닌 얼굴 분장은 다양한 특징을 보이는데, 전사로서의 훌리족은 보는 이에게 두려움을 유발하는 노란색과 붉은색의 분장을 선호한다. 전투 시에 훌리족의 의식용 국장(國章)과 함께 강렬한 분장색은 적들에게 두려움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전사들의 의식을 고양한다. 이러한 심리 상태에서 훌리족은 부족의 상호정체성과 집단적 결속력을 통해 개인적 두려움을 물리친다.

훌리족 문화에 있어서 얼굴 분장이 전투는 물론 그 전후 의식을 위한 관행적 습속으로 정착되어 있으나 그 밖에 정령들의 춤, 입사의식과 같은 특정한 집회와 계절행사, 제의에서도 얼굴 분장이 행해진다. 특히 아동에서 성인으로의 존재론적 통과의례인 입사의식에서 분장은 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러한 행사에서 남자들은 화려한 형상의 모관과 어울리는 정교한 얼굴 분장을 한다. 한편 말리(mali)라고 불리는 춤을 출 경우에는 성인 남녀와 아동들 모두 얼굴 분장을 한다.

얼굴 분장의 배경색은 황색 점토(ambua)로 조성되며 그 위에 붉은색 점토(hare)와 백색 점토(momo), 주홍색(goloba) 안료, 숯(irapunga) 등으로 장식적 형상과 문양을 그린다. 경우에 따라 백색이 배경으로 쓰이며, 색상 안료가 불필요한 경우 투명한 나무 수액(mbagwa)이 분장 재료로 쓰이기도 한다.

훌리족의 특정한 제의와 문화활동에서 중요한 요소로 활용되어 온 분장예술은 최근에와서 관광객들의 흥미를 끄는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관객들의 즐거움을 위해 훌리족은 종종 아크릴 물감과 현대식 재료를 활용하여 전통에서 벗어난 색상의 분장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심지어 전통적 행사를 위한 분장 대신 관광객들을 위한 쇼를 위해 매일 분장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이러한 인위적인 사례는 전통적으로 훌리족이 전승해온 문화유산을 보호해야하는 필요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