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마 잠쇼
연구원, 로덴 재단

어릴 적 할머니가 들려주던 남쪽 평원에서 살던 버팔로 노르부(Norbu)가 그의 친구들에게 티베트에서 소금을 가져오겠다고 약속했던 이야기가 지금도 생각난다. 소금을 얻기 위해 노르부는 친구 버팔로의 털을 전부 가져가기를 원했다. 그는 친구 버팔로의 털을 가지고 소금을 얻으러 길을 떠났다. 하지만 티베트에 도착한 그는 그곳을 사랑하게 되었고, 날씨는 산에서 영원히 살아도 될 만큼 따뜻했다. 그래서 야크는 털이 많고, 버팔로는 노르부가 소금을 가져오는지 알아보려고 지금도 별을 쳐다본다고 했다. 나의 할머니가 이야기를 들려주던 그때 나는 그것을 그저 단순한 이야기로만 받아들였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내 할머니가 내게 해주었던 이 이야기가 훗날 나의 아이들에게 들려줄 수 있도록 나에게 전승된 무형문화라는 것을 점차 이해하게 되었다. 하지만 지금의 내가 생각하는 문제는 이러한 무형문화유산의 지원활동을 늘리고 대대로 물려주어 그것을 보호할 수 있을 것인가이다.
나는 교육과 사회적 기업을 통해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부탄의 문화와 전통의 보호에 헌신하고 있는 부탄시민사회기구(Bhutanese Civil Society Organization, CSO)인 로덴 재단(Loden Foundation)에서 일하고 있다. 재단은 구전 문화와 기록문화의 통합 아카이브를 만들어 부탄의 독특한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전승하며, 이를 통해 부탄의 오랜 지식과 지혜를 대대로 전해주기 위해 노력하는 곳이라고 말할 수 있다.
로덴 재단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사라져가고 있는 부탄의 무형유산 10개 종목을 발굴해 냈다. 이들 문화 전통의 기록을 보존하고 이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제고를 위해 유네스코아태무형유산센터의 지원을 받아 이들 종목에 대한 기록 영상 제작 작업을 진행 중이다.
사라져가는 전통의 하나는 야클라(Yaklha)이다. 이 의식은 야크(Yak) 신을 위무하기 위해 매년 여는 의식으로 부탄에 불교가 보급되기도 전인 거의 1,000여 년 전에도 존재했던 문화다. 수풀이 우거진 고원지대에서 얼마나 많은 우라(Ura)의 야크 목동들이 자신들의 가족과 야크와 함께, 야크로 만든 제품으로 생계를 유지하며 소박한 삶을 살았는지 상상해 보는 것은 멋진 일이다. 하지만 시골 지역이 발전하면서 심각한 인구학적 변화가 일어났으며, 우라 지역의 직업 문화는 이제 야크 목동 하나뿐으로 야크 사육과 거의 사라질 위기에 처한 야클라 의식과 같은 야크와 관련된 문화만이 남아있다.
야클라 의식에 관한 기록은 카르마 푼쵸(Karma Phuntsho)가 쓴 짧은 에세이를 제외하고는 찾아보기 어렵다. 로덴 문화팀은 사라져가고 있는 전통에 대한 기억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기 위해 영상으로 제작하는 일을 담당하고 있는데, 우라에 남아있는 야크 떼 사이에서 열리는 의식을 기록하기 위해 그곳으로 조사를 갔다. 나는 이 사라져가는 문화를 발전된 기술을 통해 기록하고 담아내는 데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이 뿌듯했다. 전체 의식은 주요 장면의 사진과 인터뷰, 개인적인 대화 녹음과 함께 4K 비디오로 담겼다. 영상팀은 이 결과물을 현재 로덴 재단이 제작하고 있는 디지털 자원 ‘부탄의 문화(Cultures of Bhutan, CoB)’ 웹사이트에 업로드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거의 3,270시간 분량에 달하는 민담, 음악, 시, 이야기, 언어, 음식 조리법, 농사법, 사회계약, 관습 등의 구전 전통과 다양한 종목의 무형유산이 담기게 될 것이다.

푸르셰 산을 오르는 우라 여인들은 린진 초모의 북소리에 맞춰 “쇼모 알레로모(Shomo Alelomo)”를 불렀다. 상(Sang) 의식과 아체라모(Azhe Lhamo) 춤은 우라와 인근 싱카르 마을만의 독특한 문화 관습이다. 둘 다 전적으로 지역 여성들에 의해 연행되고, 불교 이전부터 존재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의식 기간 내내 여성들이 앞장서서 축제를 이끈다. 그러나, 대부분의 젊은 여성들이 학교, 대학, 또는 직장에 다니기 위해 지역을 떠나며 연행이 줄어들었다. © The Loden Foundation, Karma Jamtsho

단순히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무형유산에 인식을 높이는 것은 아니다. 특히 오래 이어져 온 무형유산 자체에 대한 인식이 없고 소셜 미디어에 깊이 몰두하는 젊은 층에게는 더욱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문화 증진을 위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그리고 유튜브와 같은 소셜 미디어 플랫폼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술적 매체를 활용하면 부탄은 물론 해외에서도 야클라에 대한 인식을 상당히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우라의 야클라와 상(Sang) 의식에 대한 정보를 보급했던 경험은 전문적인 소셜 미디어를 이용하여 무형문화에 대한 인식을 어떻게 유지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증거였다. 페이스북의 게시글과 사진은 24시간 만에 수백 번 공유되었고 약 158,662명이 영상을 시청했다.
더 나아가 개인적으로 기록을 가상현실(VR)로 경험하는 것이 얼마나 멋있는 일인지를 상상해 본다. 그 속에서 해설자는 종목에 대해 설명하고, 경험자는 사실적으로 그것을 볼 수 있다. VR 속에서 우리는 실제로 우리 조상들의 기억을 현실로 가져올 수 있다. 비록 그것이 디지털 아바타이지만 말이다. 젊은 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나의 문화적 정체성을 돌아보며 우리의 부모 세대로부터 이어져 온 이러한 문화, 전통 그리고 일상의 관습과 습관들이 나의 행복에 필수적임을 이해한다. 현세대는 무형문화유산을 지키는 유산의 담지자로서 이러한 문화와 전통에 대한 지식과 기억은 잃어버리는 것이 아니고 반드시 우리의 아이들에게 선물로 물려주어야 하는 책임을 갖고 있다. 이렇게 해야 야크 노르부 이야기, 그리고 수천 가지의 다른 이야기들이 인류의 유산으로 지속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