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밀라 켄제타예바
유네스코키르기스스탄위원회 문화담당관

유르트(Yurt)는 단순히 수많은 유목민족이 사용하는 이동식 거처가 아니라 유목민의 창조성의 정점이자 키르기스인들의 민족적 정체성의 상징이다. 유르트는 구조가 단순해서 소수의 사람만으로도 재빨리 조립하고 해체할 수 있으며, 추위와 뜨거운 태양을 피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유르트는 모두 자연에서 얻은 재료로 만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유르트는 생태관광, 수백 년 된 전통과 공예를 촉진하는 가장 좋은 선택권이 된다. 키르기스스탄에서 유르트를 설치하지 않고는 인생의 어떠한 큰 행사도 치를 수 없다. 탄생과 결혼, 장례까지 모두 전통적으로 유르트에서 거행된다. 이는 지역적 차원에서부터 국가적, 국제적 차원에 이르기까지 모든 축제, 의식 그리고 중요한 행사의 필수적인 부분이다.

티운두크(tyunduk, 유르트의 지붕)의 채색, 조립 후 모습 © Kamila Kenzhetaeva

키질-투(Kyzyl-Tuu) 마을은 키르기스스탄의 이시크-쿨(Issyk-Kul)주에 있는 이시크-쿨 호수의 남쪽에 있다. 이 마을은 주요한 공예품, 바로 보즈 위(boz ui)라고 불리는 키르기스 전통 유르트로 유명하다. 2021년 세계공예협의회(World Crafts Council)로부터 ‘전통 유르트 공예 도시(World Craft City for Yurt)’로 인정받았다. 유르트를 제작하는 공동체는 키르기스스탄 전역에 존재하지만, 이 마을은 마을 사람들의 90% 이상이 유르트 제작 과정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전통 지식과 기예를 갖춘 남녀 공예가들이 유르트를 제작한다. 유르트 제작은 집단적 노력이 필요하며 여러 공예가의 협업으로 이루어진다. 때로는 온 가족이 이 일에 관여하기도 한다. 유르트 제작에 필요한 지식과 기예는 현장 실습의 장에서 구전으로 전승되어 왔다. 공동체 구성원들은 어릴 때부터 연로한 장인을 도우면서 그의 지도와 실습으로 공예술의 특성을 배운다. 키르기스의 속담에 “유르트 제작에는 70가지의 기술이 필요하다.”라는 말이 있다. 이는 하나의 유르트를 만드는 데는 목공예, 직조, 펠트, 자수 등 다양한 기술과 지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유르트는 키르기스의 모든 종류의 응용 장식미술을 반영하고 있으며, 공예인과 그들 가족을 하나로 통합시킨다.
유르트는 원형이며, 케레게(kerege)라고 불리는 목재 틀이 벽체를 이루고 길고 굽은 기둥인 우크(uuk)는 유르트의 원형 돔을 형성하며 티운두크(tyunduk)는 돔을 지탱하는 유르트의 지붕 꼭대기가 된다. 공예 장인이 고품질의 유르트에 들어가는 각각의 목재 부재를 만드는 데는 1~3개월이 걸리며, 심지어는 그 목재 부재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버드나무를 키우는 데 수년이 더 걸린다. 목공예는 종합적인 과정으로 나무의 선정부터 건조, 구부리고 색을 입히는 것까지 특별한 지식과 기술을 필요로 한다. 키질-투 마을의 공예가들은 나무에 색을 입히는 데 해로운 화학약품보다는 황토와 같은 천연염료를 더 선호한다. 천연염료는 독성이 없고 생분해성이며 목재 부재를 더 오랫동안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공예가 공동체는 독성 화학약품이 나무는 물론 나무로 작업하는 사람들 혹은 유르트에 거주하는 사람들 누구에게도 해를 끼쳐서는 안 된다고 믿는다.
은 나무는 우선 나래새풀로 만든 매트로 덮은 다음 펠트로 만든 카펫으로 덮는다. 이 전통 펠트 카펫은 3겹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특별한 기술로 만들어서 내구성이 좋다. 유르트에는 다양한 종류의 펠트 카펫이 사용되는데, 목재 틀, 돔, 바닥 그리고 문을 덮는 데 쓰인다. 이들 유르트 덮개와 실내 장식용품은 여성 공예가들이 만들며 특별한 관심을 받고 있다. 다양한 문양, 색깔, 디자인은 미의식을 반영하고 있으며 장인의 솜씨를 보여준다. 유르트 건축 과정에는 전통적으로 못이나 금속선은 사용되지 않는다.
공예가들은 바느질, 자수, 펠트, 직조 등 다양한 공예 기법을 사용한다. 그리고 작업이 이루어지는 과정 동안 이야기를 나누거나 노래를 부른다. 키질-투 마을의 어린 소녀들은 아주 어린 나이부터 자신들의 어머니가 일하는 모습을 보고, 도와주고, 지역의 작업장에서 놀면서 이러한 기법을 배운다. 상호 학습은 젊은 사람들을 현지의 작업장으로 불러들이며 그 결과 자연스레 공동체의 무형문화유산의 전승이 이루어진다. 어느 여성 장인의 말처럼, “수를 놓는 것은 시와 같다. 그것은 영감이 필요하다. 바느질은 모든 사람이 직접 해보면서 배울 수 있지만 자수를 배우려는 사람은 창조적인 정신과 재능이 필요하다.”
유르트는 해체가 용이하다. 하지만 이를 설치하려면 몇 가지 규칙을 따라야 한다. 유르트의 기하학은 매우 튼튼하며 공예가들은 세부적인 설치 사항에 필요한 치수들을 잘 알고 있어서 강한 바람에도 안정적인 유르트를 만들 수 있다. 유르트의 내부 설치는 영역이 지정되어 있는데, 왼쪽 부분은 남성, 오른쪽은 여성의 영역이어서 균형을 보장한다. 전통적으로 남성의 영역에는 의복, 사냥 도구 혹은 공예품을 벽에 걸고, 오른쪽에는 여성들의 의복과 부엌이 자리한다. 유르트 중앙에는 키르기스인들에게 성스러운 의미가 있는 화덕 콜롬토(kolomto)가 놓인다. 그들 사이에 놓인 불은 정화의 기능을 하며 사악한 기운을 몰아낸다는 믿음이 있다.
유르트 종목은 키르기스스탄 공동체에 매우 중요한 것이다. 키질-투 공동체는 유르트의 모든 세부적인 부분을 제작하는 데 필요한 전통 지식과 기술을 보호해 왔으며 그들의 유산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전통적으로 지식과 기술은 어머니에서 딸로, 아버지에서 아들로 혹은 장인에서 그의 제자에게로 수 세대에 걸쳐 전승되어 왔다. 때때로 마을 사람들은 공동체 회의를 열어 공예품의 품질 유지, 천연 재료 활용, 안전 규칙 관련 문제를 논의한다. 키질-투의 공예인들은 내부 장식을 포함하여 유르트 제작의 품질에 대해서 상당히 까다롭다. 예를 들어 펠트 공예품 시르닥(shyrdak, 펠트 카펫)의 평균 수명은 약 100년 정도이지만 유르트의 목재 건축 부재는 30여 년 정도 사용한다.
이 공동체는 유르트 제작에 참여하는 청년 세대를 자랑스러워한다. 나이가 많은 공예인이건 더 젊은 공예인이건 이들은 모두 새로운 유르트를 만들고 오래된 유르트를 보수하여 전시회, 생태관광 혹은 판매에 활용한다. 유르트 제작이 공예인들의 주요 수입원이라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이 종목은 지나치게 상업화될 위험이 없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공예인 공동체는 자신들의 정체성을 반영하고 소속감을 강화하는 전통 지식과 기술을 계속해서 활용한다. 나아가 이 공예 기술은 공동체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 기여한다.
이 종목의 중요성을 인정받으면서 2012년 이후 키르기스스탄과 카자흐스탄의 공동체 및 다른 이해 당사자들은 무형문화유산 대표 목록 등재신청서 작성을 위한 실무진에 통합되었다. 공예인 공동체는 실제로 이 일을 시작하는 과정에서 주요 원동력이었다. 수년간의 공동작업 끝에, 2014년 ‘키르기스스탄과 카자흐스탄의 유르트 제작에 관한 전통 지식과 기술(투르크족의 이동식 주거)’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 목록에 등재되었다. 양국은 박람회, 회의, 전시회 또는 경연 대회와 같은 다양한 형태의 활동을 이 종목을 홍보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조직한다. 공동체는 지속해서 지역 차원의 행사를 개최하고 엑스포와 같은 국제 전시에도 참여하여 국제 사회의 인식을 높인다. 유르트는 여전히 키르기스스탄과 카자흐스탄 사람들의 삶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나아가 이는 국가적 정체성, 가족, 환대의 상징이며 자연과 조화로운 공존에 관한 조상들의 풍부한 지식의 산물이다.

장인의 지도에 따라 작업 중인 여성 공예인 © 유네스코키르기스스탄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