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나라 보순바예바
전문관, 유네스코키르기스스탄위원회

키르기스스탄은 고대 실크로드의 ‘아시아의 심장’에 위치한 가장 매력적인 나라 중 하나로, 94% 이상이 산악지대로 둘러싸인 나라다. 키르기스 공화국에는 80여 개의 민족이 살고 있으며, 대부분은 키르기스 민족이다. 키르기스의 문화유산은 상당 부분 유목 유산의 영향을 받았다. 키르기스인들은 독특한 문화환경을 형성하였으며, 풍부한 무형문화유산(ICH)을 보유하고 있다. 문화유산의 생명력은 관습, 표현 혹은 구전을 통해 비공식적인 방식으로 세대를 거쳐 보호되고 전승되고 있다. 글이나 시청각 기록의 형태는 20세기 들어서야 겨우 활용되기 시작했다.
근대국가의 형성 과정은 고대의 역사, 문화, 전통, 풍습을 포함하며, 관습과 표현에도 반영된다. 유목민 조상들은 현대 키르기스 가족 속에 여전히 살아있고, 일상의 영적 태도 속에 스며있다. 빈센트 오브라이언(Vincent O’Brien)과 케네시 주수포프(Kenesh Dzhusupov)에 따르면 “키르기스 민족은 의식 관습을 통해 조상들이 물려준 가치를 다음 세대로 전해주고, 자신들의 후손이 고대 유목민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고향 땅에 대해 특별한 태도를 갖도록 장려하면서, 자신들의 세계의 신성한 체계를 보존하고, 세계 질서를 유지하기를 열망한다.”¹ 유목 전통과 관습은 사회관습, 의식 및 축제, 전통 공예 등과 같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실행되고 있다. 따라서 문화적 기억과 ICH는 키르기스 민족의 생활에서 매우 중요한 일부이며, 이는 가정생활, 관습 그리고 의례 등으로 입증된다. 문화유산의 생명력은 유산의 실행과 구현에 필수적인 지식과 기술의 지속적인 전승을 통해 보장된다.
게다가, 키르기스 민족의 문화유산은 세계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문서 기록의 형태가 아닌 구전으로 전승되어 왔다. 따라서 무형적 형태로 이어오는 기억은 더 중요한 가치를 갖고 있다. 키르기스 문화에서 가장 유명한 사례는 “마나스 서사시(Epic of Manas)”다. 이는 대대로 구전으로 전승되어온 엄청나게 긴 시로, 이것이 기록되기 시작한 것은 근대에 이르러서이다. 마나스 서사시는 이 종목의 보유자를 일컫는 ‘마나스치(manaschi)’에 의해 구전으로 전승되어 온, 세계에서 가장 긴 서사시 중 하나이다. 이 서사시는 20세기에 들어서 비로소 기록되기 시작했다. 궁극적으로 마나스 서사시는 키르기스 민족의 전통, 관습, 의례, 의식, 명절 그리고 일상생활을 묘사하고 있으며 문화의 핵심으로서 키르기스 민족 사이에 널리 퍼져 있다. 따라서 사람들은 비록 글로 쓰여있지 않아도 그것을 자신들의 문화유산으로 잘 인식하고 있다.

키르기스스탄 국경일에 행해지는 전통 놀이 © National Commission of the Kyrgyz Republic for UNESCO

문화유산의 가치와 그 실천은 다양한 공동체의 영향을 받아 발전하므로 충분히 집단의 기억으로 여겨지고 있다. 따라서 키르기스 민족은 사회적 결속을 강화하는 다양한 문화를 대표하는 공동의 유산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키르기스스탄은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많은 다국적 유산을 공동 등재했다. 예를 들면, ‘전통적 지능 전략 게임: 토기즈쿠말락(Togyzqumalaq), 토구즈 코르굴(Toguz Korgool), 망갈라/괴취르메(Mangala/Gocurme)’는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그리고 터키가 공동 등재했고, ‘플랫브레드를 만들어 나누어 먹는 문화: 라바시(Lavash), 카티르마(Katyrma), 주프카(Jupka), 유프카(Yufka)’는 아제르바이잔, 이란(이란 이슬람 공화국),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그리고 터키가 공동 등재했으며,
‘누루즈(Nooruz)’는 아프가니스탄, 아제르바이자, 인도, 이란, 이라크,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 파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그리고 터키가 공동 등재했다. 이는 키르기스 민족이 유목 문화에 기반한 풍부한 역사, 문화 그리고 전통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표현과 전승은 세대를 거치면서 계속 진화해 왔다. 비록 다양하고 중복된 기억으로 구성되어 있다 할지라도 기억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문화유산은 사람들에게 정체성에 대한 인식과 과거에서 현재, 그리고 미래로 이어지면서 환경에 따라 변화할 수 있는 지속성을 제공한다. 키르기스 문화의 모든 것은 물질적, 정신적 세계를 나타내는 고대 조상들의 자취를 묘사한다. 하지만 무형유산은 가장 부서지기 쉬운 섬세한 형태의 유산이며, 보호와 발전을 위한 원천이기도 하다. 특히 세계화와 근대화로 인해 살아있는 유산의 가치가 평가절하되고 있다.
근대화와 기술 발전에 따라 키르기스스탄에서도 문화적 기억이 기록되고 디지털화되기 시작했다. 디지털 기록을 통해 공동체의 문화적 기억을 보호하고 전승할 수 있게 되었다. 키르기스 공화국에는 문화적 기억의 디지털 기록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다수의 정부 및 비정부기구들이 있다. 그 예로 국립키르기스공화국과학아카데미(National Academy of Science of the Kyrgyz Republic)와 KTRK(Public Broadcasting Corporation of the Kyrgyz Republic)를 들 수 있다. 또한 유네스코 2003 협약에 따라 인증된 비정부기구인 ‘아이기네 문화연구센터(Aigine Cultural Research Center, CRC)’는 현대 서사시 창자들이 암송하는 3부작 서사시
“마나스, 세메테이, 세이테크”의 디지털화를 개척했으며, 비정부기구인 농촌개발기금(Rural Development Fund, RDF)은 자연과 우주에 관한 지식과 관습뿐만 아니라 키르기스 전통 지식의 디지털 기록 시리즈를 개발했다. 키르기스 국립도서관을 비롯한 키르기스스탄의 도서관은 점점 더 많은 독자가 인터넷을 이용해 세계의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디지털 형태의 국가 도서 목록을 개발했다. 예를 들어 국립도서관은 ‘유산네트워크(Network of Heritage)’ 프로젝트의 틀에서 전자 CD-ROM에 역사적, 문화적으로 중요한 서적뿐만 아니라 마나스 서사시의 초창기 본에 나오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담아냈다. 디지털화는 키르기스 전통 지식의 핵심을 소개하는 문화유산에 대한 청년세대의 인식을 제고할 뿐만 아니라 문화적 기억을 효과적으로 보호하고 전승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키르기스 민족의 문화유산은 집단의 기억으로서 구전으로 혹은 관습과 표현을 통해 세대를 거쳐 보호되고 전승되어 왔다. 그러나 현대의 생활 방식은 일반 대중, 특히 젊은이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현대적인 접근법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디지털 기록의 개발은 키르기스 공화국에게도 오늘날의 기준을 충족시키는 혁신적인 방법이다. 기성세대는 무형유산의 보호를 보장하고 이를 젊은 세대에게 전승하기 위한 디지털화의 대상이 되는 소중한 문화적 기억을 지니고 있다.

NOTES
1.Vincent O’Brien, Kenesh Dzhusupov, and Tamara Kudaibergenova (2012), “Land, culture and everyday life in Kyrgyz villages,” in Ian Convery, Gerard Corsane, and Peter Davis (eds), Making Sense of Place: Multidisciplinary Perspectives (Woodbridge: Boydell Press), p. 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