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발라드
부교수, 호주국립대

사이클론 팜 이후 추장 로이 마타의 영역을 정화하고 재봉헌 하는 추장 무르무르 © Chris Ballard

자연적 위험 요소(지진이나 가뭄 등)와 재난(이러한 위험 요소가 사람과 사회적 인프라에 미치는 영향) 간의 차이는 적어도 1970년대 이래로 명확하게 규정되어 왔다. 어떤 재난도 완전히 자연적인 것은 없다.
하지만 위험 요소는 사람들이 이러한 위험 요소의 영향에 노출되는 방식과 위험 사건에 대응하고 미래의 재난에 대비하는 공동체와 국가역량의 측면에 비추어 취약한 부분을 파고든다. 자연적 위험 요소 혹은 원자력 공해와 같은 인위적 위험 요소와 관련된 재난은 유행성 질병, 무력 분쟁과 더불어 위기 상황으로 분류된다. 문화유산의 맥락에서 볼 때, 이 모든 상황이 공통으로 내비치는 부분은 위기 상황이 문화와 유산에 미치는 영향과 위기 상황의 영향에 대응하여 그것을 제한 할 수 있는 문화와 유산의 역량이라는 이중적 측면이다.
2016년 이후,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보호 정부간위원회는 매년 열리는 회의에서 무형문화유산과 위기 상황 간의 관계에 깊은 관심을 가질 것을 주장해왔다. 위원회는 자연재해와 인재의 맥락에서 본무형문화유산의 보호와 동원(Safeguarding and Mobilising Intangible Cultural Heritage in the Context of Natural and Human-induced
Hazards)에 관한 기초자료연구(2017, https://ich.unesco.org/doc/src/38266-EN.pdf)와 위기 상황에 처한 무형문화유산에관한 전문가 회의(Expert Meeting on Intangible Cultural Heritage in Emergencies, 2019, https://ich.unesco.org/doc/src/46083-EN.pdf)를 포함한 일련의 이니셔티브를 요구해 왔다. 이를 통해 위기 상황에 처한 무형문화유산 보호를 위한 운영 원칙과 양식의 초안을 마련하였으며 이는 2020년 총회에서 마침내 채택되었다(https://ich.unesco.org/en/operational-principles-and-modalities-in-emergencies-01143). 재난 위기 경감과 무형문화유산의 기초(Basics in Disaster Risk Reduction and Intangible Cultural Heritage, U063)와 재난 위기 경감과 무형문화유산 목록의 통합(Integrating Disaster Risk Reduction into ICH Inventorying, U064)이라는 두 개의 교육모듈이 개발되어 2021년 필리핀과 온두라스에서 열린 워크숍에서 시범적으로 운용되었다. 무형문화유산은 재난 관리 주기의 매 단계, 즉 재난을 대비하고 그에 대처하며 나아가 재난에서 회복하는 데에 있어서 종종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지만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역 차원에서 재난 위험 관리 혹은 완화에 중요한 지식과 관습은 소수 전문가의 역할이나 기관에 집중되어 있다기보다 대개 공동체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유지된다.
예를 들어, 사이클론에 의한 피해를 피할 수 있는 정착지를 정할 때, 경관, 생태계 그리고 기후에 대한 지역적 이해는 그러한 피해의 위험을 줄이는 데에 이용된다. 특정 관습은 일상생활에 내재되어 대대로 이어진다. 그리고 재난의 역사적 경험을 통해 습득된 지식은 구전 전통과 암호처럼 담겨 있는 경고를 통해 전승된다. 무형문화유산 전통이 유지되고 있는 곳에서 재난 위기 경감에 대한 무형문화유산의 영향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2004년 인도양에 쓰나미가 덮쳤을 때 사상자 수를 엄청나게 줄였던 인도네시아의 시메울루에(Simeulue) 섬사람들과 그들의 스몽(smong) 전통이나, 2007년 솔로몬제도에 쓰나미가 닥쳤을 때 심보(Simbo) 섬사람들이 지니고 있었던 유사한 지식이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이 두 경우 모두, 이러한 형태의 지역적 지식이 없었던 이주 공동체에서 사상자 수는 비극적일 정도로 더 많았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의 여파 속에서 전통 의례와 의식의 회복을 목격했듯이, 무형문화유산은 또한 공동의 목적을 지닌 공동체로 다시 한번 화합하도록 도와주는, 삶을 긍정하는 의식을 통해 재난으로부터 회복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공예는 재난 이후 수익을 창출하는 비교적 신속한 수단을 제공할 수 있다. 재난 속에서도 필요한 재료에 접근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비록 재해 관리에 있어서 무형문화유산의 역할에 대한 인식은 높아지고 있지만, 재난이 무형문화유산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는 잘 알려지지 않으며 기록도 잘되어 있지 않다. 재난 이후 수요평가(Post-Disaster Needs Assessments)와 여타 조사연구체계에서는 유형유산에 대한 영향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재난과 무형유산의 영향 혹은 상실과의 정확한 관련성에 대한 지식 기반은 매우 한정적인 상황이다. 부분적으로 무형문화유산 종목과 연행자에 대한 적절한 사전 목록 작업의 부족과 재난 계획에서 이러한 요소들이 과소평가되고 있음을 반영한다. 또한 무형문화유산이 시간에 따라 전승되는 방식과 어떻게 그것이 재난에 노출되거나 취약해지는지에 대한 일반적 모델의 부재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만약 우리가 무형문화유산을 근본적으로 역동적인 것으로 평가하지 않고 그것이 전승되는 방식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무형문화유산을 보호할 수 있겠는가.
5등급에 해당하는 사이클론 팜(Cyclone Pam)이 바누아투의 세계문화유산 ‘추장 로이 마타의 영역(Chief Roi Mata’s Domain)’을 강타했을 때, 사이클론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지역에 위치한 전통 유적지의 대부분은 훼손되지 않았지만, 현대적 관광 인프라 대부분은 파괴되었다(사진 1). 하지만 유형유산에 한정된 이러한 물리적 피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이클론 역시 전통적인 재해 경감 전략과 무형유산으로서 전승 상황을 성찰할 기회를 의미한다는 공동체 내 유산 관리자들 사이의 인식이었다(사진 2). 2008년 이후 바누아투의 세계유산 관리 과정에서 관리자들은 공동체의 생계와 유·무형 유산을 통합하는 유산의 지속가능성 모델을 개발해왔다. 바로 “사람, 장소 그리고 이야기”라고 하는 모델이다(사진 3). 환경, 경관, 유물(“장소”)과 같은 물질적 세계는 그에 대한 무형적 서사와 지식을 통해 의미가 만들어진다(“이야기”). 그리고 이 지식은 공동체와 개인들(“사람”) 사이에서 발전하고 소통된다. 이 세 가지 유산의 양상과 공연, 표현 혹은 생산을 통한 표출 양상 모두를 의식적으로 보호하는 것은 성공적인 유산 전승에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바누아투 모델과 같은 어떤 것이 무시무시한 기후변화 위기 속에서 우리가 무형문화유산과 재난에 접근하는 방식에 필수적인 플랫폼이 될 것이다.
읽기 자료
C. Ballard, M. Wilson, Y. Nojima, R. Matanik, and R. Shing (2020). “Disaster as Opportunity? Cyclone Pam and the Transmission of Cultural Heritage,”  Anthropological Forum, 30:1–2, 91–107, https://doi.org/10.1080/00664677.2019.1647825.

Figure 3. People Place, Story: A Framework for Knowledge Transmission, and Safeguarding

참고문헌
1. M. Wilson, and C. Ballard (2017). “Safeguarding and Mobilising Intangible Cultural Heritage in the Context of Natural and Human-induced Hazards,” Desk Study. Paris: UNESCO. https://ich.unesco.org/doc/src/38266-EN.pdf.
2. UNESCO (2019). “Expert Meeting on Intangible Cultural Heritage in Emergencies,” Report, 16 October 2019. Paris: UNESCO. https://ich.unesco.org/doc/src/46083-EN.pdf.
3. UNESCO (2019). “Operational Principles and Modalities for Safeguarding Intangible Cultural Heritage in Emergencies.” Paris: UNESCO. https://ich.unesco.org/en/operational-principle s-and-modalities-in-emergencies-011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