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누아투 퍼더아트

북동 암배 지역의 한 여성이 마른 판다누스 잎사귀를 묶고 있다 © 지나 카이팁렐, 퍼더아트

바누아투 앰배(Ambae)섬: 11,000명이 넘는 앰배섬 토착 이주민들의 고향

2017년 4월, 앰배섬 롬벤벤(Lombenben)산 정상의 마나로(Manaro) 화산의 분화구에서 화산재와 가스가 뿜어나와 섬 대부분을 두꺼운 화산재로 뒤덮고 농지와 정원을 파괴하였다. 바누아투 정부는 앰배섬 주민들에게 강제 대피명령을 내렸고 앰배섬 사람들은 자신들의 집, 가축, 농작물을 남겨두고 이웃 섬인 펜테코스트(Pentecost), 메우(Maewo) 그리고 에스피리투 산토(Espiritu Santo)로 이주할 수밖에 없었다. 그영향은 파괴적이었다. 학교 교육은 엉망이 되었고 활기는 사라졌다. 많은 사람들은 재난 이후 트라우마와 싸워야 했으며, 연고도 없는 새로운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그리고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애써야 했다.
6개월간의 대규모 이주 이후, 우리 ‘퍼더아트(Further Arts)’는 바누아투 문화센터(Vanuatu Cultural Centre) 그리고 유네스코와 협력하여 앰배섬의 무형문화유산에 대한 재난 이후 영향 평가를 시행했다. 우리는 산토로 이주해 간 앰배섬 추장 위원회(Ambae Council of Chiefs)로부터 긴밀한 협력과 함께 문화지식과 관습을 보존하기 위한 공동체 인터뷰 기록을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이번 영향 평가 결과를 통해 앰배섬 여성들이 난민 캠프의 생활 여건 속에서 그들의 문화유산과 관습,특히 직조기술의 상실에 관한 우려섞인 이야기가 자주 언급됐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앰배섬의 문화유산은 위험에 처해 있었다.

2020 평화를 위한 직조 공예 워크숍에서 직물을 짜고 있는 젊은 여성들 © 지나 카이팁렐, 퍼더아트

2020 평화를 위한 직조 공예 워크숍에서 젊은 여성들에게 돗자리 직조 기술을 가르치는 여성들 © 지나 카이팁렐, 퍼더아트

우리는 호주평화갈등연구소(Peace and Conflict Studies Institute of Australia, PaCSIA)의 재정지원을 받아 그다음 해에 다시 앰배 이주 공동체로 돌아가 구성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그들의 직조 공예를 어떻게 지속하고 젊은 세대에게 기술을 전승할 수 있을지에 대한 가능성을 모
색했다.

“우리는 산토에서 직조에 필요한 판다누스 잎을 구할 수가 없었어요., 무척 슬펐습니다. 우리의 관습을
잃고 직조 방법을 잊어버릴까 봐 걱정이 됐어요. 정말 힘들었어요.”         – 에스더 타리(Esther Tari), 앰배 남부 출신의 직조 공예가

2018년 이후, 퍼더아트는 ‘판다누스 뱅크 블롱 미(Pandanus Bank blong Mi)’라는 프로그램을 시행하여 회복력 강화와 평화 구축 그리고 이주한 앰배 직조 공예가와 예술가의 무형문화유산 보호 활동을 지원하였다. 산토의 퍼더아트 소속 현지 활동가인 리타 빌(Rita Bill)은 앰배 여성들이 임시 거주지에서도 직조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산토의 이주 공동체와 다른 공동체의 연결을 추진하여 판다누스 잎을 제공하였다. 또한 산마(Sanma) 주의 20여 공동체는 바로 직조에 사용할 수 있는 말린 판다누스 잎 여러 단을 기부했다. 이처럼 우리는 산마 추장 위원회(Sanma Council of Chiefs)를 비롯해 산마의 주요 협력자들에게큰 도움을 받았다. 이러한 도움에 힘입어 인근 말레쿨라(Malekula)와 펜테코스트(Pentecost) 섬의 공동체에게도 많은 판다누스 잎을 지원하였다.
판다누스 잎을 구할 수 있게 되자 이주 앰배 여성들은 직조 활동을 통해 경제적으로 더욱 자립할 수 있었다. 그들의 공동 직조 활동은 평화를 구축하는 힘이 되어 분열되어 있던 이주 공동체와 지역 공동체를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하게 되었다. 또한 재난 이후 무력감, 범죄, 갈등 혹은 도박과 같은 부정적인 면들을 방지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

바나나나무 줄기에 디자인 문양을 세기는 모습 , 이는 직조된 판다누스 돗자리에 문양을 남기기 위해 염색 과정에서 사용된다 © 지나 카이팁렐, 퍼더아트

공동체에서 판다누스 돗자리 직조의 중요성
판다누스 나무는 바누아투에서 가장 가치 있는 천연자원 중 하나이다. 바누아투의 직조 공예는 판다누스 잎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언제, 어디에서 직조하는지 등을 알려주는 전통 신앙과 가치 체계를 통해 전승되어왔다. 또한 직조는 앰배 사람들의 정체성 형성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즉, 재난 이후 현재 상황에서 그들의 전통적인 생활방식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주며 지속가능한 농촌 생계를 지탱하는 중요한 원천이다.
판다누스 잎을 활용한 직조는 보에부돌루에(Boevudolue)라는 앰배 섬 출신의 한 남자에 의해 시작된 것으로 전해진다. 전설에 따르면 보에부돌루에는 자신의 지위 상승을 염원하며 전통 의식을 준비하고있었다. 그 제차에서 돼지를 잡는 의식을 치뤄야 했는데, 그때 돗자리가 필요했다. 추장의 지위를 얻기 위해 그는 토만가가(Tomangaga)라고 불리는 특별한 돗자리 형태의 직물을 몸에 걸쳐야 했으며, 돼지를 잡는 의식을 위해 타부케(Tavuke)라는 돗자리를 깔아야만 했다. 이것이 판다누스 잎을 활용한 직조의 시초로 여겨진다.
2019년, 화산활동이 잠잠해지자 많은 앰배 이주민들은 자신들의 고향으로 돌아갔다. 이후 퍼더아트의 리타(Rita)와 비비안 오베드(Viviane Obed) 국장은 앰배 지역 공동체와 함께 협업하여 여성 공예가와 예술가를 위한 워크숍 개최를 지원했다. 이 워크숍은 평화구축증진과 이주로 인해 많은 것을 잃고 무기력해진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주면서, 사회를 결속해주는 부분에 초점을 맞추었다. 7일간의 워크숍 기간 동안 토론의 주된 주제는 여성들이 공예품을 만드는데 사용하는 판다누스 및 다른 현지 재료의 가치 공급망을 강화하는 것이었다. 또한 생산, 전시, 교육, 시장 기회 확대를 위한 안전한 제작 공간을 조성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돗자리는 앰배 사람들의 생활 전반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남부앰배 지역만 살펴보더라도 여러 목적(전통 의상, 결혼, 매장, 담요, 무역, 일상적 용도)에 사용되는 9가지 돗자리 형태를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그 종류가 다양하다. 앰배의 각 부족은 자신들만의 독특한 형태의 돗자리와 디자인을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각각의 돗자리마다 전승되어 오는 전통 지식(직조의 준비, 돗자리의 치수, 활용, 가치)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부족들이 특정 돗자리를 만들 때 부르는 전통 노래가 있으며,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여 디자인 및 문양을 만들어 염색을 하는데 활용한다.
돗자리의 독특한 패턴과 디자인은 직조 장인이 쉽사리 전승해주지 않는다. 젊은 직조가들은 특정 문양을 짜는 법을 배우기 전에 직조에 관한 이야기와 그와 관련된 전통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권리를 먼저 얻어야 한다. 젊은 세대에게 이 모든 지식을 전달하여 전통을 보존하고 보호하기 위해 지역 추장들과 공동체는 지금도 계속 노력하고 있다.

염색이 완료된 직물 – 남부 암배에 사는 ‘트리샤’라는 소녀가 워크숍에서 직물을 만들고 염색하였다 © 지나 카이팁렐, 퍼더아트

성과와 향후 계획

“이는 토착민들과 앰배 공동체 모두에게 중요한 이정표이다. 판다누스 잎을 통해 평화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는 앰배 여성들은 고대에 섬 사이의 교류와 무역에 활용되었던 우리의 전통 돗자리를 보존하고 있다.”

– 나다니엘(Nathaniel Jones) 존스 추장, 말바투마우리(Malvatumauri) 루간비유(Luganville) 추장 대표

퍼더아트는 앰배와 산토의 앰배 공동체와 함께 했던 작업들을 통해 직조 공예가들과 예술가들이 재난 이후 공동체의 문화 회복력에 주는 영향력에 대해 배울수 있었다. 그리고 국가 포럼에서 목소리를 높여 그들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결과적으로 정책 및 재난복구 프로그램 개발에도 기여를 했다. 예를들어 피난처 클러스터(Shelter Cluster)와 성 보호 클러스터(Gender and ProtectionCluster) 참여를 통해 국가의 ‘기후변화 및 재해 유발 변위에 대한 국가 정책’(National Policy on Climate Change and Disaster-Induced Displacement) 및 ‘국가 재난 복구 체계’(National Recovery Strategy)에 중요한 정보를 제공했다.
또한, 퍼더아트는 예술 및 문화적 창조 활동 대한 지원과 관심, 인식 제고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우리는 예술가들의 지원 활성화를 통해 재난 피난민들을 위한 복지 향상이 가능하다는 것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술을 통한 접근과 서술은 문화적 관습을 보호하고 활력을 불어넣는 강력한 방법이 될 수 있다.
판다누스 뱅크 블롱 미 프로그램의 하나로서 퍼더아트는 앰배 공동체, 특히 여성 직조가들의 이야기를 담은 4부작 비디오 시리즈를 제작하였다. 이 시리즈는 2021년 온라인 매체를 통해 배포될 예정이며, 활용 및 기록보관을 위해 관련 공동체와 결과물을 공유할 예정이다.
해당 프로그램과 다른 퍼더아트의 자료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퍼더아트 웹사이트나 페이스북에서 찾아볼 수 있다.
www.furtherarts.org
www.facebook.com/FurtherArts
비디오 다큐멘터리 “Home Away From Home”은 퍼더아트가 2017년 화산폭발 이후 앰배에서 강제 대피한 이주민들의 이야기를 더 상세히 담기 위해 제작한 것이다.
(https://youtu.be/kANt4xMXwn8)
퍼더아트는 이러한 공동체 활동을 지속적으로 지원해 주고 있는 ‘호주평화갈등연구소’에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