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루마레마나 스티븐 퍼시발l
무형유산 통신원, 사모아

바이로로(Vailolo), 전통적 의식에서 바치는 꽃이 꽂힌 코코넛 음료. © Steven Percival

사모아는 언어와 인종이 단일한 독립 국가로 폴리네시아의 ‘주도’를 구성하는, 폭넓게 정의된 제도에 속한다. 사모아 전체 인구는 20만 명에 조금 못 미치며¹ 80%가 넘는 사모아인이 농촌에 거주하는데 농촌의 생활 방식은 외부 패러다임, 가치, 수입 식품, 매우 열악한 건강 상태로 인하여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했다. 사모아인 대다수가 기독교 계열 종교를 믿으며 사모아에 거주하는 인구의 최소 두 배 이상이 호주, 뉴질랜드, 미국 등 해외에 거주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외부의 영향과 세계화에도 불구하고 사모아인의 무형유산은 여전히 풍요롭고 독특하다. 이러한 사모아 무형유산의 근간에는 구어가 있다. 사모아인의 삶의 방식이 구전 문화에서 문자가 우세한 사회로 바뀐 지는 겨우 200년에 지나지 않는다. 성경을 사모아어로 번역했던 초기 선교사들의 노력은 토착어로 쓰인 성경뿐 아니라, 현존하는 사모아 문자 모델을 탄생시켰다. 구어가 무형유산의 근본이라면, 문자 형태의 언어를 포착한 것은 사모아와 사모아 디아스포라에서 세대에 걸쳐 언어가 계속 사용되고 전승하는 데 기여했다.

라우가(Lauga): 웅변술
사모아의 제의와 전통 의식에서 유창한 연설은 문화적 지식의 정점을 보여주며 집단 기억의 주요 형태로 작용한다. 부족장 수여식이나 장례식 등의 공식 행사에서는 웅변가 족장인 투라파레(tulafale)가 라우가(연설)를 하는데, 이 연설의 영예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은 매우 치열하며 몇 시간 동안 이어진다. 이 토론은 “오 레 시바 로아 마 레 파아타우 파이아(o le siva loa ma le fa‘atau pa’ia)”, 즉 오랜 춤과 신성한 만남이라 한다. 이러한 숙의와 이어지는 연설은 사람, 장소, 시간에 관한 풍성한 지식과 이야기로 가득하고, 가족의 유대와 조상에 대한 예를 강화하면서, 정체성, 전통, 자격을 강조한다. 시, 노래, 춤에서 표현하는 것은 바로 이처럼 유기적으로 결합된 지식이다.
하지만 그러한 행사에서 공유되는 지식은 진공 상태에 존재하는 게 아니다. 정적인 것도, 불변인 것도 아니다. 문화적 표현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현실의 반영이며, 무형유산의 변화는 느리고 짧은 시간에 알아채기는 어렵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면 중요한 변화를 드러내며, 생활 방식, 언어, 문화적 표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관습은 변하지만 근본적인 목적은 영원하다
무형유산 전승에서 변화를 받아들이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현대 사모아의 흥미로운 격언이 있다. “에 수이 파이가 아에 투마우 파아바에(e sui faiga ae tumau faavae).” 웅변가 족장들이 자주 언급하는 이 격언은 관습(파이가) 또는 사모아 문화를 드러내는 방식이 변할 수는 있지만, 관습의 근본(파아바에) 또는 기본 목적은 여전히 동일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과거에는 관습에 따라 예를 갖춰서 수아 탈리 수아(sua tali sua), 통돼지와 다른 음식 제물, 섬세하게 직조한 매트를 바치던 자리에 이제는 웅변가 족장이 ‘수아 탈리 수아’라 칭하는 돈 봉투를 대신 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신선하고 풋풋한 코코넛 대신 와인이나 청량음료를 바이로로(vailolo, 의식에서 바치는 음료)로 사용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그리고 현대 사모아에서 제의에 코코넛을 사용할 때면, 이제 꽃 대신에 지폐를 말아서 코르크 마개에 꽂는다. 현대 사모아인들은 이러한 변화가 관습의 근본적인 목적에 영향을 미칠지가 당연히 궁금할 것이다. 알로파(사랑)를 표현하려는 바람이 제의에서 코코넛을 바치는 관습을 탄생시킨 거라면, 와인의 취기나 청량음료의 높은 당 함량은 여전히 이러한 미덕을 반영하는가? 편의로 인해 과거에 전통적 공물이 요구하는 노력이 사라진 것인가?
한편 타지 르 파고고(Tagi le fagogo)는 교훈적인 우화를 읽어주는 사모아의 관습으로 과거 외부와의 접촉이 없던 시절에 널리 연행되었다. 제의의 웅변과 더불어, 정기적인 우화 읽어주기는 기억되는 현실의 중요성을 전형적으로 보여준다. 이야기와 양질의 세대 간 대화가 오가던 한때 매우 소중하고 도덕적 권위가 있던 공간이 사라지면서, 현재 사모아인들이 알고 있는 다양한 무형유산은 크게 감소했다. 이제 더는 밤에 우화를 읽어주는 소리가 들리지 않고, 사모아인은 TV를 보거나 라디오를 들으며 시간을 보낸다. 이러한 신기술들은 무형유산을 전달할 수 있지만, 이 전달에 더는 친밀감이 존재하지 않는다.

바이로로 대체물로 바치는 와인. 병의 윗부분에 붙어있는 20불 지폐에 주목 © Steven Percival

페이스북이 사회적 대화에서 중요하게 군림하는 현대 세계를 살아가면서 고대 사모아 문화의 중요한 특징을 보존하는 능력은 진화의 과정에 있다. 사모아의 문화적 풍경과 그 운명은 여전히 사모아인에게 달려 있지만, 사모아 문화를 다양하고 풍성하게 차별화시켰던 원동력이 인류의 다양하고 통합된 세계 속에서 고귀하고 발전적인 방식으로 보존되기를 희망한다

NOTES
1.2016년 사모아 통계청 기록에 따르면 사모아 인구는 195,979명이며, 2021년 예상 인구는 203,552명이다.[https://www.sbs.gov.ws/images/sbs-documents/social/Abstract/Abstract_2020.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