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반기문 제 8대 유엔 사무총장 세계무형유산포럼 특별강연 요약

인류는 욕망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상당부분 자연의 특권을 누리고 그것을 훼손해왔다. 1987년 세계환경개발위원회(WCED)를 설립한 이래로, 우리 공동의 미래(our common future)를 자각하고 향후 수 백만 년동안 우리 후손들이 쓸 수 있는 자원을 확보하는 동시에 현재 세대가 풍요롭게 살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지 고민했다. 이것이 곧 지속가능발전 (sustainable development) 개념이 되었다.

20세기 초 고도 경제성장을 추구하던 산업화 시대와 달리, 지속가능발전은 경제성장, 사회통합, 환경보전이 각 영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지고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는 것을 추구한다. 유엔은 2015년에 2030년을 향한 17개의 목표를 제시하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발표 했다. 새천년개발목표(MDGs)가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한 발전계획이었다면, 지속가능발전 목표는 지구가 전 인류와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하고, 특히 정부, 기업, 시민단체가 협력 파트너십을 형성하여 상호 기여하는 매우 야심차고 원대한 계획이었다.

지속가능발전 목표에는 문화가 한 개 목표로 직접 제시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포용적 경제발전, 환경적 지속가능성, 평화와 안전 등 각각의 목표에 문화와 문화유산의 요소를 다양하게 반영하였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지속가능발전 채택과정에 있어 유엔의 유네스코와 긴밀한 협력은 인류가 문화를 얼마나 중시하는지 보여주고, 문화가 지속가능발전 목표에 있어 기여하는 바가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무형유산은 다음의 4가지 목표에 특히 크게 기여한다.

포용적 사회

지속가능발전의 첫 번째 키워드는 ‘빈곤(Poverty)’이고, 두 번째는 ‘식량(Food)’, 세 번째는 ‘건강(Health)’이다. 그만큼 지속가능발전은 식량안보를 핵심과제로 삼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무형유산은 바로 이 부분에 크게 기여한다. 조리법, 농사법, 수렵채취방법, 식량수집방법 등 식생활과 관련된 무형유산의 다양한 전통지식은 지속가능한 식량안보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또한 무형유산은 성평등과도 관련이 있다. 무형유산의 전승에는 여성의 역할이 매우 크고 우리는 이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유네스코에서는 이러한 점을 인지하고 무형유산과 성평등에 관한 브로슈어를 발간한 바 있다.

환경

전통적인 치수(治水) 방법도 무형유산에 속하는데, 이는 지속가능발전의 여섯 번째 목표인 ‘깨끗한 물과 위생 (Clean Water and Sanitation)’의 달성과 관련이 있다. 자연과 기후에 대응해온 선조들의 전통 지식은 오늘날의 기후변화 대응전략에도 매우 유용한 정보가 될 수 있다.

포용적 경제발전

무형유산은 집단과 공동체의 생계유지에도 크게 영향을 미친다. 무형유산을 활용한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으며, 특히 빈민과 약자를 포함한 광범위한 사람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함으로써 경제발전의 중요한 원천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무형유산은 매우 훌륭한 관광자원이 될 수 있으며, 무형유산을 활용한 관광활성화를 통해 지역사회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 할 수 있는 요소가 있다.

평화와 안전

인류는 문화를 통해 옛것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분쟁의 요소를 해소 할 수도 있다. 우리는 세계 곳곳에서 종족이 다르다는 이유로 학살을 자행하는 일들이 벌어지는 것을 목격하곤 하는데, 이럴 때 서로의 전통지식과 생존 방식들을 공유한다면 서로를 이해하고 화해와 공존을 이룰 수 있으며, 이러한 방법으로 문화가 평화와 안전 유지에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러 가지 사례들이 보여주듯, 무형유산은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 기업, 시민사회가 함께 공동으로 힘써야 한다. 정부는 정책과 제도를 통해 무형유산을 보호하고, 기업은 후원을 통한 사회적 공헌을 하고, 시민사회는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정체성을 가지고 고유한 문화를 지속하는데 앞장서야 한다.

시민사회는 자생적 공동체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대의 시민사회는 집단 이익보다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다. 지속가능발전이 추구하는 포용적 사회발전은 자생적 공동체로서 우리의 시민사회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일 것이다. 이러한 사회의 회복을 위해 공동체가 중심이 되는 무형유산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