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니나 푸티탄
퍼실리테이터, 유네스코 무형유산

많은 문화권에는 성에 따라 그들의 특정 역할, 기능 혹은 문화적·사회적 활동을 수행하는 데 기대되는 성 개념이 있다. 남자들은 강하고 힘이 세다고 생각되어, 주로 힘든 육체노동, 지도력 그리고 문해 능력과 관련된 역할을 담당한다. 전통적으로 여성은 여성스럽고 모성애적인 특성을 띠는 것으로 여기고 사회적 행사에서 남성을 돕는 역할을 맡긴다. 비록 이러한 성별 특성과 역할에 대한 개념이 문화에 따라 매우 다양하지만, 문화의 특정 부분에 참여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을 결정하는 전통적 관습은 종종 성에 대한 고정관념과 금기와 얽혀져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여성 또는 남성이 전통적으로 반대의 성과 관련된 역할을 맡고 싶다면 어떨까? 과연 그들이 속한 공동체에서 수용될 수 있을까? 이러한 변화가 허용되고 존중받을까? 이러한 변화는 공동체와 무형문화유산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며 사회발전의 측면에서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태국 람푼(Lamphun)주에서 열리는 살락 욤(Salak Yom) 축제의 사례연구는 이 주제에 대한 몇 가지 시사점을 제시한다.

유네스코의 2003년 무형문화유산 보호 협약(이후 ‘2003 협약’)에서 밝힌 것처럼, 무형문화유산은 공동체의 사회적·환경적 맥락 변화에 대응하면서 지속적으로 재창조되었음을 강조한다(2003 협약 제2조). 여기서 말하는 변화는 사용되는 재료의 종류와 도구, 행위의 의미와 목적, 시간적·공간적 배경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는 공동체 내에서 유산을 연행하고 전승하는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2018년에 개정된 2003년 협약 이행을 위한 운영지침(2018 Operational Directives for the Implementation of the Convention for the Safeguarding of the Intangible Cultural Heritage) 역시 무형문화유산 보호에서 성의 중요한 역할을 강조하며, 성차별 요소의 제거를 지지하고 있다.

성 평등은 UN 지속가능발전목표(SDG Goals)의 17개 목표 중 하나로 포함되어 있다. 이는 모든 성의 자율권뿐만 아니라 상대 성에 대한 존중, 평등한 권리와 기회의 증진을 강조한다. 하지만 무엇에 대한 권리와 기회인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일반적인 대답은 교육, 사회적 서비스, 보건, 경제적 자원 그리고 취업과 관련된다. 하지만 사람들은 종종 남성, 여성 그리고 다른 성에 속하는 사람들 역시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행사에 참여할 권리를 부여받았다는 사실을 잊고 있다. 즉, 그들은 자신들의 생각을 말할 수 있고 문화적·사회적 활동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역할을 담당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좀 더 도전적인 질문은 만약 성 역할 변화가 성 역할에 대한 사회적 규범 또는 관습에 반하는 것이라면 그것이 자신들의 공동체에서 받아들여질지에 관한 것이다.

태국 북부의 람푼(Lamphun)주에서 열리는 살락 욤 축제는 용 타이-루(Yong Tai-Kue) 소수민족에 의해 연행되고 있다. 이는 매년 9월이나 10월경에 행하는 매우 중요한 불교의 공양의식 중 하나이다. 사람들은 승려와 사원에 다양한 형태의 공양물을 바치는데 이 중에는 여러 물건으로 장식된 다채로운 색의 긴 대나무가 있다. 이를 살락 욤 나무라고 부른다. 역사적으로 미혼의 젊은 여성이 결혼 적령기인 19살이 되었을 때 살락 욤 나무를 바치는 것이 문화적 규범이다. 공양물에는 엄청난 노력, 시간 그리고 비용이 든다. 그래서 이를 통해 얻는 공덕은 남성들이 일시적으로 승려가 되는 전통에서 얻는 공덕에 버금가는 것으로 여겨졌다. 태국에서 여성 불교도는 승려가 되는 이러한 전통에 참가가 허락된 적이 없다. 공동체의 다른 구성원들은 살락 욤 나무를 만들어 바치는 지루한 작업에 젊은 여성과 그녀의 가족들을 도와주기 위해 모인다. 이때 성에 따른 명확한 역할 구분이 있다. 여성들은 요리하고 바느질이나 옷감을 짜며 과일과 채소를 다듬고 가벼운 다른 공예품을 만든다. 반면 남성들은 나무를 자르고, 갈고, 조립하는 일을 한다. 그들은 또한 악기를 만들고 여성 기증자의 약력을 묘사한 긴 시를 읊는다. 이 긴 시를 “칼롱(Kalong)” 또는 “캄함(Kamham)”이라고 한다. 옛날에는 남성들만 이 노래를 부를 수 있었다. 이전에 이 역할을 맡았던 여성은 한 명도 없었으며, 이 전통은 엄격하게 지켜져 왔다. 그러나 불과 몇 년 전 비로소 새로운 변화가 일어났다.

2016년 왓 프라탓 하리푼차이(Wat Phrathat Hariphunchai)-람푼주의 주요 사원-에서는 마이크를 통해 칼롱을 노래하는 여성의 강력한 목소리가 낭랑하게 울려 퍼졌다. 4명의 4,50대 여성으로 구성된 이 팀은 칼롱 경연대회에 참가했다.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왜 칼롱대회에 참가했느냐고 물었을 때, 그들은 “왜 안 되나요? 옛날에 여성 참가자 없었던 이유는 여성들이 글을 읽을 줄 몰랐기 때문이죠. 승려가 되기를 원하는 남자들만이 학교에 갈 수 있었고 여성들은 가사를 돌보아야 했죠. 이제 여성들도 글을 읽을 수 있으니 칼롱도 노래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여성도 남성과 다르지 않아요.” 그래서 그들은 칼롱 경연대회에 참가했다. 지역의 남성들은 같은 이유로 이들을 전적으로 지원했으며, 심지어 그들의 연습을 도왔다.

이는 성 역할 변화가 공동체에서 수용되고 환영받은 사례이다. 이러한 변화는 여성들을 해당 전통 연행에서 그들 나름대로 역할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은 구성원으로 보고, 이들에 대한 공동체의 존중과 인식을 바탕으로 한다.

그러나 여전히 엄격하게 고수되고 있는 지역 공동체의 다른 성 차별적 요소들이 많이 남아있다. 불교사원의 특정 공간이나 특정 불교의식에는 오로지 승려와 남성들만 출입이 허락되고 여성들은 출입이 제한되는 예가 있다. 필자의 관찰에 따르면 종교적 관습과 직접 관련되지 않는 무형문화유산에서는 성 역할의 변화가 훨씬 더 유연하게 일어난다.

이 축제에서 보이는 규범적 성 역할과 관련된 다른 변화는 예전에는 여성들만 살락 욤 나무를 봉헌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남성이 봉헌자였다는 어떠한 증거도 없다. 그러나 오늘날의 사회경제적 변화는 살락 롬 나무와 같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봉헌물을 만들 수 있는 여성의 가치와 경제적 능력에 영향을 주고 있다. 이를 만드는 데에 들어가는 비용은 1개에 약 5만 바트에서 10만 바트 정도 된다. 현재 많은 여성들은 농사나 가사일 같은 전통적인 여성의 일을 하는 대신에 학교에도 가고 야외활동도 한다. 따라서 전통적인 방식으로 살락 욤 나무를 만들어 바치는 개별적 여성을 보기가 거의 불가능해졌다. 결국, 살락 롬 나무는 공동체가 함께 준비하여 공헌한다.

이는 이제 남성들도 집단적인 봉헌자 역할에 참여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성에 따른 제한이 없어짐으로써 남성들도 매년 열리는 이러한 불교 행사에 자신들의 신심을 담아 공덕을 쌓을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남성들도 불교 행사를 통해 자신들의 중요한 문화적 정체성을 인식하게 되었다. 다른 성도 당당하게 그리고 공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이 무형문화유산의 근대적인 의미는 공동체의 결속과 영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살락 욤 축제의 구성원들은 모든 성의 참여를 지지한다.

우리는 이 사례연구를 통해 전통적으로 기대되는 성 역할이 변화할 수 있음을 알게 된다. 개념적으로 무형문화유산은 이러한 변화도 포함한다. 비록 관광이 축제의 자금조달과 관리 뒤에 숨은 커다란 힘이긴 하지만, 이 축제의 기능은 기본적으로 젊은 여성들의 통과의례와 권한에서 연례적인 종교, 문화 그리고 사회적 행사로 변화하였다. 성 역할의 변화를 포함하여 많은 변화가 관찰되었다. 일부 과거의 역할은 약화되었고 동시에 새로운 역할이 등장했다. 그들 나름의 방식대로 공동체는 사회경제적 변화를 목격하고 그와 함께 진화하고 있으나, 모든 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그들의 결의는 단호해 보인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존중은 연행자, 보유자 그리고 간접 참여자들의 범위를 확대하는 등 많은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주고, 이는 살락 욤 축제의 지속성을 위한 강력한 토대를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