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우르 케림(Nour Kerim)
집행위원장, 유네스코 키르기스스탄국가위원회

세계화와 대중문화의 급속한 확산 속에서도 역사적 기억과 민족문화 정체성을 보존하기 위해서 전통문화에 대한 키르기스 국민들의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민족문화의 보존, 발전, 전파는 물론 문화전승과 연속성의 증진에 기여해 온 유네스코의 역할은 클 수 밖에 없다.

중앙아시아의 소국인 키르기스스탄은 오랜 역사와 풍부한 무형문화유산을 지니고 있다. 키르기스스탄의 유목민들은 자신의 국가적 위상과 영토, 문자를 보존해 왔으며, 거의 2천년의 역사 중 3~5세기 동안 중국과 아랍에서 저술된 역사기록과 연대기에서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났다. 어떤 환경에서도 그들은 자신의 문화유산을 보호하고 비옥하게 가꾸어 왔다. 키르기스스탄의 많은 무형문화유산 중에서 키르기스의 서사시 3부작인 ‘마나스(Manas)’는 가장 핵심적인 것이다.

21세기에도 키르기스스탄의 민속이 유지되고 성행하고 있다는 점은 놀라운 현상이다. 그 중에서도 키르기스 민족의 영화로운 과거에 대한 젊은 계층의 관심이 사라지지 않은 점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오늘날 다양한 연령의 마나스치(Manaschi, 서사시 음송예인)들이 자신의 기량을 경쟁하고 있지만, 누구에게나 이 명예가 수여되는 것은 아니다. ‘말’, 즉 50만 행으로 이루어진 마나스 서사시 전달자로서의 마나스치의 지위는 선택으로 이끄는 동기로서의 꿈이나 조상으로부터의 계승을 통해 ‘위’로부터 주어진다. 서사시 음송예인은 시구의 철학적, 시적 구송에 따른 정서적 특질을 지닌 일련의 글과 형상, 형태를 수 시간, 수 일, 수 주 동안 연행하며, 종종 운율을 유지하면서도 몰아지경에 빠지기도 한다.

신성한 의식과 우주발생론적 요소는 마나스를 대중들에게 전달하도록 맡겨진 명성 있는 예인의 창작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음송예인은 중대한 역사적 사건과, 영웅 마나스와 그의 후손인 세메테이(Semetei), 세이텍(Seitek)이 주도한 자유와 독립, 나아가 통일을 향한 수 세기에 걸친 키르기스인들의 투쟁에 관한 이야기를 널리 알린다. 실제로 서사시는 마나스의 7대 조상들과 7대 후손들을 묘사한 14부로 구성되어 있다.

마나스의 신화적 층위를 분석하는 연구자들은 서사시가 주로 중앙아시아 민속과 결부되어 있으나 그 일부는 다른 세계와의 유사성을 지니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서사시는 세계의 3대 종교에 대한 정보를 포함하고 있으며, 이는 키르기스스탄 내의 역사적, 고고학적 유적에 의해 확인된다. 과거에 키르기스스탄의 유목민 대부분은 하늘과 천상의 존재, 다양한 자연물과 자연현상을 신봉하는 다신교도였으며, 샤머니즘이 성행하였다. 현재 키르기스스탄에서 샤머니즘 전통은 부수적이나 유목 문화에서 꾸준히 나타나는 현상이며, 무엇보다도 이 영적 문화의 보유자와 수호자, 전승자와의 긴밀한 관계 속에서 지속되고 있다.

연구자들은 서사시 음송예인과 샤먼 사이에 분명한 차이가 있음을 언급하지만, 양자는 같은 계통에 속하며 키르기스 사회의 뿌리깊은 초자연적 발견 및 상승의 관념(즉, 인간계와 영계의 중매자 역할을 하는 이들의 기술과 지위)과 결부되어 있다. 이 점에서 마나스치의 창조적 정신은 키르기스인이 가진 집단적 기억의 자생적 힘, 나아가 마나스에 관한 모든 정보의 인식과 변형, 후대 ‘전승’에 바탕을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