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오스티 라즈반다리 카야스타
룸비니 불교 대학교 강사

팔은 풍부한 사찰, 수도원(혹은 비하라)처럼 다양한 무형유산이 연행되는 다수의 사회·문화적 공간을 자랑한다. 이곳에서는 종교 활동과 비종교 활동이 일상적으로 이루어지지만, 특별한 행사 및 축제 기간에는 무형유산 연행을 위한 전승공간이 된다. 이 글에서는 군라 성월 기간(8~9월)에 카트만두 밸리의 불교 비하라에서 열리는 연례 활동을 다룬다.
군라는 축제를 기념하는 네와르 공동체의 언어인 바사(Bhasa)를 직역한 단어로 열 번째 달을 뜻한다. 이 기간은 네와르 불교계, 특히 카트만두 밸리의 세 도시인 파탄(Patan), 카트만두, 바크타푸르(Bhaktapur)에 거주하는 이들에게 신성하고 문화적으로 풍성하게 여겨져 무려 열세 번의 축제가 열린다. 신자들은 이 기간에 자신들이 속한 지역에서 불교 찬가, 불경 낭독, 사리탑과 성지로의 단체 새벽 순례 등에 몰입한다. 많은 사람이 시주하고 서약하며, 채식 이외의 음식 섭취 및 음주를 삼간다. 신자들은 이 신성한 달에 이루어지는 활동으로 고결함과 의의 길에 이르기 위한 푸냐(punya), 즉 공덕을 쌓는다.
이때 공동체 구성원들은 축제 조직을 위해 다양한 역할을 맡는다. 주요 활동은 행렬 가운데 각 도시의 대표 성지는 물론이고 여러 다른 사리탑과 성지, 수도원을 방문하는 것이다. 이 기간 내내 네와르 공동체 구성원들은 새벽부터 목욕재계 후 각자의 비하라에 모인다. 동이 틀 무렵이면 맡은 임무를 수행하고 참배 행렬을 시작하려고 모인 사람들로 비하라가 북적거린다. 과거에는 사람들이 전통 의상을 입고 행렬에 참여했지만, 최근에는 자신이 속한 불교 회중을 드러내는 비하라의 의장이 프린트된 규격 티셔츠와 같이 정해진 복장이 있다.

군라 성월 기간 참배 행렬을 마치고 비하라로 돌아온 사람들 © Swosti Rajbhandari Kayastha

전통 악기로 전통 음악을 연주하는 악단이 선두에 서는데, 악단은 양면 북 다(dhaa, 연주자가 목에 걸고 오른쪽은 스틱으로 왼쪽은 맨손으로 두드려 연주), 소형 심벌즈 타(taa), 대형 심벌즈 부샤(bhusya), 소형 북 나이킨(naykhin), 전통 장(長) 트럼펫 파옌타(payentha)와 츠후샤(chhusya) 등의 악기로 구성한다. 이 악단 전체를 군라 바자(Gunla Baja)라고 부른다. 행렬은 새벽 다섯 시경에 카트만두에서 모여 아침 일곱 시경 구릉 정상에 세워진 가장 신성한 곳인 스와얌부 마하(Svayambhu Maha) 사원에 도착한다. 필자는 이 사원에 가까이 사는 덕분에 악기들이 만들어 내는 매혹적인 선율과 강렬한 음색을 집에서도 들을 수 있다. 이따금 음악에 이끌려 언덕에 올라 이 신성한 활동에 참여하기도 하는데, 다양한 세대가 함께 참여하는 예배를 볼 수 있다. 이러한 종교 활동은 보는 이가 영적인 무아지경에 빠지도록 할 수 있다.

군라 성월 기간 참배 행렬을 마치고 비하라로 돌아와 아침 식사를 즐기는 사람들 © Swosti Rajbhandari Kayastha

스와얌부 사원에 펼쳐지는 광경은 사뭇 장관이다. 다양한 공동체가 모인 가운데 자신의 악기를 연주하고 찬가를 음송하고 예배를 위한 안무를 선보인다. 한편에서는 순례자들에게 물을 나눠주기도 한다. 이 매혹적인 광경의 강렬한 음악은 순례자가 아닌 사람까지도 사로잡는다. 행렬은 사리탑을 한 바퀴 돈 뒤에 언덕 아래로 내려가 각자의 비하라로 발길을 돌린다. 이때 아침 식사를 나눠주는데, 공동체의 일원이 후원하는 것이다.
이 기간에 열리는 매우 특별한 행사인 바히 데오 보예구(Bahi deo Bwoyegu)는 비하라의 여러 신을 전시하는데, 특히 네와르계를 대표하는 신, 디판카라(Dipankara)가 등장한다. 며칠 동안 비하라의 안마당에 신들을 잘 전시해 놓으면 순례의 일환으로 많은 사람이 방문하여 현금이나 현물을 시주한다. 이 활동은 네와르계의 부를 드러낼 뿐만 아니라 종교적 심상이나 귀중한 또는 그에 준하는 대상을 보호하도록 공동체를 촉진하며, 공동체 사람들 사이에 자부심과 신뢰를 심어준다. 신과 귀한 대상을 전시하는 이 기간에 일부 신자들은 비하라에서 번갈아 잠을 청한다.
나이 든 여성들은 행렬에 참여할 수 없기에 검은 찰흙으로 작은 봉헌탑을 만들며 이 시기를 보낸다. 각자의 상황에 따라 사원에 모여서 만들거나 가정에서 개인적으로 만들기도 한다. 월말이 되면 찰흙으로 만든 이 봉헌물들을 접시 위에 올려놓고 연주 행렬을 따라 강물에 잠기게 하는데, 자연과 조화를 보여주는 행위이다.
공덕을 쌓고 남을 돕는 헌신과 숭배의 기간이기에 다양한 형태의 기부가 이루어진다. 그중 인기 있는 것이 쌀, 도정하지 않은 쌀, 소금, 돈, 콩류의 다섯 가지 품목을 기부하는 판차-단(pancha-daan)이다. 이들 품목은 생존을 위한 필수품이자 저장 및 소비가 용이하다. 때론 과일이나 채소로 대체하기도 한다. 기부 관행은 물질적 부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것을 장려하고, 영적인 삶으로 가는 길을 열어준다. 이 기간의 마지막은 모두 함께 떠들썩하게 노는 대규모 연회인 파루 보예(Paru Bhoye) 축제로 장식된다.
비하라는 군라 기간 외에는 교육 기관의 역할을 한다. 청년들을 위해 다양한 악기와 무용 강좌가 열리고 성인들은 이곳에서 개인별 또는 단체로 악기 연습을 한다. 그 외의 기간에는 비하라에서 고전어 쓰기를 가르치는 등 다양한 수업을 진행한다. 무료로 의료 시설을 운영하고 다양한 자선 활동을 수행하며 공동체의 참여를 장려하며 구성원 간의 상호 화합과 존경심, 친밀감을 다지기도 한다. 이런 활동으로 무형유산이 계속해서 연행되고 명맥을 유지할 수 있다. 각 구성원이 하나 이상의 과업을 담당하고 있기에 공동체의 다른 구성원들에게 책임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공간은 정체성 그 자체가 되며, 구성원들이 개인 또는 집단으로 공동의 유산에 대한 자부심을 고취하게 한다. 이렇게 무형유산과 전승공간은 무형유산 연행과 전승을 위한 작업장으로 기능하는 동시에 유형유산 종목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가치를 갖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