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우라 만카카리타디푸라
전문가위원회 위원, 인도네시아 유산도시네트워크

유네스코의 2003년 무형문화유산보호협약은 무형유산 보호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한다. 하지만 무형유산을 보호하는 과정에서 다른 장점도 누릴 수 있다. 본 글은 2004년 12월 끔찍한 쓰나미가 강타한 인도네시아 아체주의 전통 공연 예술을 통해 어떻게 무형유산의 전승과 보호 활동이 아이들의 마음과 열정을 회복시켰는지 그 과정을 살펴보려고 한다.
2004년 12월 26일 인도네시아 서부 시간 7시 59분 북수마트라 서부 해안 해저 30km 지점(북위 3.316°, 동경 95.854°)에서 리히터 규모 9.3의 거대한 지진이 발생했다. 뒤이어 발생한 지진 해일은 무려30m 높이에 초속 100m, 시속 360km의 속도로 아체주 해안 지대를 강타했다. 이 거대하고 강력한 파도로 주민과 가축이 물에 잠겼고, 광활한 면적의 주택, 농지, 상업 지구가 초토화되었다. 대형 발전선박 PLTD 아풍 1호는 내륙 5km 지점까지 떠밀려왔고 현재는 박물관으로 남아 있다. 인도양에서 333,000km3의 물이 육지로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13세기경 반다아체 중심부에 세워진 바이투라만(Baiturrahman) 사원은 살아남았다. 사원 주변의 수 킬로미터에 이르는 지역이 쓰나미로 초토화되었기에 이는 실로 기적이었다.
이 자연재해로 아체주에서 주민 23만 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산된다. 집이 사라져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은 50만 명에 이르렀다. 유엔에서는 이 사건을 역사상 가장 심각한 자연재해로 본다. 같은 지진의 여파로 발생한 여러 해일은 인도네시아뿐 아니라 환인도양 전역의 해안을 할퀴었다. 이 쓰나미는 막대한 인명 및 재산 피해를 냈을 뿐 아니라, 무수한 무형유산 공동체와 관습을 무너뜨렸다.
해일이 발생한 직후 인도네시아와 해외에서 파견된 구조팀은 먼저 인명 구조와 수십만 명에 이르는 피해 주민의 치료, 거처 마련, 음식 제공에 집중했다. 이후 가족, 집, 직장을 잃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 고민했다. “물리적 개입에 의한 재건과 복원은 쓰나미로부터 사회가 회복될 수 있는 전반적인 틀만을 제공했다. 복구 과정에서 또 다른 중요한 요소였던 피해 주민의 마음, 영혼, 정신의 회복은 문화가 가진 치유 능력을 통해 가능했다.”1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스트레스 강도가 매우 높고, 충격적이거나 괴로운 상황을 겪은 후에 나타나는 불안 장애이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있는 사람은 종종 악몽이나 회상을 통해 그 트라우마 상황을 다시 겪게 되며, 고독, 짜증, 죄책감을 경험할 수 있다. 또한 불면증 등의 수면 장애가 생기고 집중력이 저하되기도 한다. 이러한 증상이 심각한 수준으로 지속되는 경우가 잦아서 일상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1)
이 과정에서 비영리단체 신성한다리재단(Sacred Bridge Foundation)이 무형유산을 활용하여 쓰나미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등으로 고통받는 많은 아체 주민의 회복을 돕는 프로젝트를 유네스코 자카르타 사무소[당시, 히말출리 구룽(Himalchuli Gurung)], 인도네시아의 아체재건복원본부 및 문화관광부와 함께 시작했다. 동시에이 프로젝트는 쓰나미로 손상된 아체의 문화유산을 보호하고 무형유산 전승을 되살리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이런 비극을 경험한 곳 중 ‘ 쓰나미를 넘어서’와 비슷한 프로젝트들이 진행된 바 있는데, 그중에서도 시리아재단(Syria Foundation)의 림 사크르(Reme Sakr)가 추진한 프로젝트가 주목할 만하다. 이 프로젝트는 내전으로 외상을 입은 사람의 회복을 위해 시리아의 전통 공예와 인형극을 활용했다. 시리아의 그림자극은 유네스코 긴급보호목록에 등재된 무형유산이다.
신성한다리재단은 1998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창설된 비영리 문화 기관이다. 창설이래 신성한다리재단은 다른 배경과 전문 지식을 가진 다양한 세대를 배출한 본부가 되었다.재단의 창립 회원으로는 역사학자 우마르 카얌(Umar Kayam), 이슬람 학자 누르홀리시마드지드(Nurcholish Madjid), 사회학자 스티븐 힐(Stephen Hill), 작곡가 겸 음악가 스토무 야마시타(Stomu Yamash’ta), 건축가 로비 술라르토(Roby Soelarto), 민족 음악학자 프랑키 라덴(Franki Raden), 인류학자 토니 루단샤(Tony Rudyansyah), 경제학자 세라노 시안투리(Serrano Sianturi) 등이 있다. 신성한다리재단은 예술이 보편적인 언어라고 믿고 예술을 통해 삶을 축복한다. 2000년에 유네스코 문화 협력기관으로 선정되었으며 특별한 개성을 지닌 예술가 등을 소개하는 전시회와 콘서트를 개최한다.

사만을 공연하는 초등학생들 © Centre for Research and Development of Culture, Indonesia

‘쓰나미를 넘어서[Rising Above the Tsunami(RAT-1)]’ 프로젝트는 아체 지역의 예술과 문화를 통한 심리 치료 프로그램으로 “문화를 활용하여 아체 어린이의 마음을 치유하고 회복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2 라노 시안투리(Rano Sianturi)가 도입한 이 프로젝트는 2단계로 진행되며, 1단계는 2005년 2월부터 5월까지, 2단계는 2005년 12월 26일부터 2006년 2월 12일까지 시행되었다.3 주요 프로그램인 ‘수업 클리닉(teaching clinic)’은 2006년 1월 21일부터 반다아체 울리카렝 티카르판단에서 열렸다. 프로젝트의 훈련 내용은 유튜브(https://youtu.be/sly0KFnAtiI)에서 볼 수 있다.
아체주는 구전 전통, 공연 예술, 관습 및 전통, 자연과 우주에 대한 지식, 전통 공예 기술 등 5개 영역의 풍성한 무형유산을 보유한 지역이다. 사만(saman) 춤은 아체 무형유산 중 하나로 2011년 긴급보호목록으로 등재되었다. ‘쓰나미를 넘어서’ 프로젝트에서 아체 문화의 장인이 가르치고 이들의 지도에 따라 라파이(rapa’i) 타악 공연, 소년과 성인 남성들의 사만(saman)과 세우다티(seudati) 춤, 소녀와 성인 여성들의 라투자로(ratoe jaro)와 타리푸캇(tari pukat) 춤이 연행되었다.
이 프로젝트는 아체의 어린이, 특히 쓰나미로 상처를 입은 아이들에게 위에 언급한 아체 전통 공연 예술을 교육하고, 반주 음악에 담긴지역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2006년 5월 이 프로젝트에 참가한 아체 어린이 40명과 현지 예술가 12명이 자카르타를 방문해서 현장클리닉의 다양한 결과물을 공연하고 발표하며 프로젝트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이 공연은 2006년 5월 9일 문화관광부 발라이룽 삽타 페소나(Balairung Sapta Pesona) 대강당에서 개최되었고,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이었던 제로 와칙(Jero Wacik)도 참석했다.4 이 공연은 아체의 전통문화가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비공식적으로 전수되는 방식, 즉 장인으로부터 아이들에게 전수되는 사례를 보여주었다. 스티븐 힐 유네스코 자카르타 사무총장을 대신해서 참석한 린다 포사다스의 연설문에서 ‘쓰나미를 넘어서’ 프로젝트에 깊은 감사를 표했다. 제로 와칙 문화관광부 장관 역시 개회사에서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리푸탄6(Liputan6)는 2006년 5월 10일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아이들이 세우다티 춤 교육에 참가했다. 노래 가사가 종교적 성격을띤 이 춤은 아이들의 에너지를 활용했고 집중력을 요구했다. 따라서 댄서들은 다른 것을 생각할 수조차 없었다.5

Boys playing Saman on the steps of the Mersah dormitory © Centre for Research and Development of Culture, Indonesia

트라우마가 생겨서 낙담하고 우울에 잠겨 열정이 없었던 아이들은 이 프로젝트에 참가한 이후로 젊은 활기를 되찾았고 보통의 어린이처럼 다시 노래할 수 있게 되었다.
이 프로젝트는 끝났지만 아체주의 전통 예술은 주, 지방, 시 정부의 지원으로 계속 전승되었다. 아체주의 무형유산 보호 및 전승 활동이 앞으로도 계속되기를 희망한다.

참고문헌
1. UNESCO (2007), “Rising Above the Tsunami” https://unesco.org/archives/multimedia/document-3418.
2. Ms. Linda Posadas, speech on behalf of the Director of UNESCO Jakarta Office, Jakarta, 6 May 2006.
3. Sianturi, Boo-boo, SBF
4. UNESCO (2007), “Rising Above the Tsunami” https://unesco.org/archives/multimedia/document-3418.
5. Liputan6, “Menari untuk Menghilangkan Trauma Tsunami” [Indonesian], 10 May 2006. www.liputan6.com/news/read/122591/menari-untu k-menghilangkan-trauma-tsunam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