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두라 두타
방글라나탁닷컴 디렉터

전 세계 원주민 공동체는 유네스코에서 ‘무형문화유산’이라 통칭하는 전통문화, 예술, 공예, 주변 환경에 대한 지식을 전승한 자들이다. 무형유산은 물리적, 사회적, 경제적 여건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고 적응한다는 흥미로운 특징이 있어 ‘살아있는 유산’이라 불린다.

차리다 가면 장인 마을의 공방 겸 상점 © 방글라나탁닷컴

인도는 다양한 문화적 집단으로 구성된 국가다. 저마다 뚜렷한 사회·문화적 전통성을 지닌 공동체가 집단적인 유대 관계를 맺고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땅에 거주하며 주변 환경과 문화적으로 상당히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며 살고 있다. 이들에게는 무형유산이 연행되는 전통 공간이 가장 중요하다. 인도에서 이러한 전통 공간은 대체로 전승자가 모여 사는 곳으로 예술과 공예를 대대로 연행하는 마을이다. 토착 무형유산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해당 유산이 문화와 삶의 방식, 사회적 가치, 전통 직업과 필요 불가결한 관계에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마을은 이러한 구체적 생활양식이 오랜 역사에 걸쳐 뿌리를 내리고 발달해 온 끈끈한 관계의 집단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전통문화의 맥락이 약해지고 전통 시장도 사라지면서 마을 공동체만의 전통적인 창의적 기술과 표현물은 더욱 위축되고 평가 절하되었다. 이들이 보유한 기술과 창의성이 사장되면서 각 지역의 무형유산 전승자들은 마을을 떠나 도시로 이주해 일용 근로자나 단순 노무자가 되어 가고 있다. 이처럼 현대 사회에서 전승자들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감정적 차원의 생존력이 크게 흔들리게 되자 전승자들조차 전통문화에 등을 돌리게 되었고 전승 계보의 단절로 무형유산이 소멸할 위기에 처하게 됐다. 젊은 세대도 점점 전통 기술을 배우려고 하지 않아 오랜 관습의 맥이 끊길 위험에 놓여 있다.
인도는 독립 이후 각종 국가 정책, 프로그램, 무형유산 후원자와 사회 개혁가들의 든든한 지원을 바탕으로 원주민의 예술과 공예의 부흥을 위한 홍보, 시장 창출, 훈련, 기술, 시설 마련에 힘써 왔다. 이 과정에서 장인들은 자신들이 속한 전통 공간에서 벗어나 인도뿐 아니라 전 세계 도시의 소비자를 상대로 무형유산의 상품 판매, 협업, 연행, 전승에 나서게 되었다. 하지만 무형유산 장인들이 태어나고 자라면서 작업의 거처로 삼는 실제 공간은 버려진 상태로, 장인들과 무형유산을 탄생시킨 고유한 환경 사이의 전통·문화적 관계가 단절되고 있다.

나야 마을에서 열린 파타치트라 축제 © 방글라나탁닷컴

인도의 비영리 사회적 기업 방글라나탁닷컴(banglanatak dot com)은 벵갈 근교 지역에서 전통 무형유산 관련 활동을 전개하는 한편, 삶을 위한 예술(Art for Life, 이하 AFL)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차원의 창조적인 창업 활동을 독려함으로써 전통문화 기술을 전문화하고 전승자들의 역량을 강화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무형유산 존속과 관련해 예술 교육과 지속적 연행을 가능하게 하는 지역 단위의 전통 공동체 공간의 얼마나 필수적인지 강조해 왔다. 현장에서는 기술 전수, 기록화, 홍보를 강화하여 전통 예술에 다시 활기를 불어넣고, 창의적인 사업 계획 개발에 필요한 기술과 자원을 제공해 예술가들에게 힘을 실어주며, 마을을 활기찬 문화의 거점으로 육성하는 데 집중했다.
이처럼 지역 공간에 존재하는 무형유산과 관련된 모든 개발과 보호 역량을 한데 모은 종합적인 접근법을 취한 결과, 해당 마을들을 무형유산의 연행, 협업, 증진을 위한 집단에 기반을 둔 무형유산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데 성공했다.
AFL 프로그램은 창의적 공동체의 문화적 정체성 구축과 인정에 중점을 두기 때문에, 예술가 마을을 무형유산의 탄생, 진화, 존속의 공간으로 육성하는 일이 중요했다. 이를 위해 다각도 전략에 따라 적절한 기반 시설을 조성했으며, 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을 통해 마을을 흥미롭고 유익한 공간으로 변모시켜 방문객 유치에 나섰으며, 무형유산의 산실로서 전통 공간을 부각하는 브랜딩 및 홍보 전략을 수립했다.
공동체 땅에 형성된 마을 내에는 마을 공동체가 소유하고 운영하는 자원 센터가 설립되었다. 기본적인 IT 기반 시설을 갖춘 자원 센터는 지역 주민들이 무형유산을 활발하게 연행, 교육, 훈련, 교류, 전시, 시연할 수 있는 공간, 공동체 참여를 바탕으로 하는 공간이 되도록 설계됐다. 센터에 마련된 박물관은 무형유산 전승자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기획·설립된 ‘살아있는 유산’의 공간이다. 모두에게 개방된 박물관은 무형유산의 집단적 정체성과 전통문화의 전승자들을 지키는 장소가 됐다. 박물관에는 마을 고유의 무형유산 공동체의 지식과 해석, 살아온 이야기, 집단 차원의 이해가 텍스트와 시각적 서사로 전시되어 있다. 자원 센터는 이런 전통문화의 역사, 사회적 가치, 문화 발전과 관련된 지역 차원의 서사를 부여하는 데에 도움을 주었다.

지금까지 각 공동체에서 소유하고 운영하는 박물관은 11개로 모두 서벵갈 지역에 위치한다. 이들이 보유한 무형유산 중에는 서부 메디니푸르 지역 핑라 마을의 파타치트라(Patachitra) 그림, 푸룰리아 지역 발라람푸르 마을의 차우 춤(chau dance)과 차리다 마을의 차우 가면(chau mask), 반쿠라 지역 비크나 마을 금속 공예 도크라(dokra) 등이 있다. AFL 프로그램에 따라 해당 센터들을 주축으로 매년 축제를 개최해 각 마을을 토착 문화 공간으로 브랜딩하며 벵갈 문화 관광 지도에 소개했다. 주최 공동체 주민들은 건강한 생활에 필수 요소이며 관광객 유치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청결과 개인·공공 위생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교육받았다.

테라코타 공예 마을 판추라에서
작업 중인 여성 공예가 © 방글라나탁닷컴

전통의 느낌을 소박하게 살려 방문객을 맞이하는 법도 배우고, 문화유산의 연행과 전시 능력을 함양하여 방문객을 모으는 데 힘을 보탰다. 현재 인도에는 전통 회화, 가면, 춤, 다양한 장르의 노래, 목각 인형, 금속 공예 등을 주제로 한 예술가 마을이 19개가 있으며, 3일간 진행되는 마을 축제가 매년 열린다. 축제는 각 마을 무형유산의 자연·문화적 환경에 따라 고유의 느낌을 잘 살려 관광객들이 멀리서 찾아올 정도로 인기다. 예술가 조합은 축제 준비 과정에 참여하여, 방문객을 위한 시연 기회를 마련하고 예술가의 자택 마당에서 상품을 판매하며 마을 문화 프로그램을 통해 전통문화 공연 등을 선보인다. 학생, 연구원, 교육자들은 예술가 마을을 방문해 다채로운 문화유산과 공예 제작 과정에 대해 배우고 예술가들과 교류한다. 작가, 사진작가, 도심의 예술가들은 이러한 마을 무형유산 공간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마을 예술가들과의 협업 기회를 모색한다. 인근 지역뿐만 아니라 도심의 사람들도 마을 특유의 분위기를 즐기며 예술가들과 함께 어울린다. 이러한 축제에는 많은 공예 소매업자와 문화 행사 기획자도 참여하기 때문에, 여러 네트워크를 맺고 다양한 사업을 도모할 기회가 창출된다.
지난 10년간 마을 예술가들과 인도 국내외 예술가들 사이에 마을을 중심으로 한 창의적 공방과 예술가 마을이 만들어지면서, 각종 문화 상품과 공연을 선보이는 협업 행사와 전시가 많아졌다. 그 결과 전통 음악의 거점으로 알려진 마을은 전 세계 방문객들의 발길이 향하는 음악 관광지로 자리 잡았다. 마을이 활기를 띠면서 대중적 관심을 얻게 되자 전통 기술을 배우고 직업으로 삼으려는 젊은 세대도 많아졌다. 일 년 내내 언제라도 마을을 방문하면 무형유산 전승자들이 선보이는 기술과 문화유산을 목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승자들이 소소한 일상에서 자택과 공동 공간을 오가며 어떤 식으로 작업하는지도 알게 되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쿠시문디의 한 마을에서 개최된 목공예인 교류 워크숍 © 방글라나탁닷컴

더욱 생동감 있고 다채로운 고유 전통과 문화유산의 도착지 같은 무형유산 전승공간의 매력을 더욱 살리기 위해 벵갈 지역 8개 공예의 지리적 표시 등록을 마쳤으며, 이를 토대로 전통문화 상품의 정통성을 드높이고 장인들의 거주지에 특수한 정체성을 부여했다.
무형유산마다 존재하는 사회적, 제도적, 전문적 구조 차원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AFL 프로그램은 의미 있는 고용, 일의 존엄성, 공동체의 정체성, 주민들의 자부심 등 여러 면에서 마을에 본질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이러한 노력이 마을을 성장시키고 활기를 불어넣는 계기가 되었다. 심지어 마을에서 도시로 향하던 예술가들의 이주 추세를 반전시켰다. 오늘날 무형유산 마을이라는 전승공간은 자택에서 일하는 전통 예술가들에게는 편안한 거처이자 전 세계가 주목하는 특색 있는 작업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