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 워드
중국 다롄 해사대학교, 해양역사문화연구센터, 객원교수

베로니카 워커 바딜로
핀란드 헬싱키대학교 고고학과 박사 후 연구원

문화유산은 고고학 유적, 기념물 그리고 유물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여기에는 우리 조상으로부터 후손에게 전해진 의식, 의례, 공연예술, 세계에 대한 신념, 입법 관행과 같은 전통 혹은 살아있는 표현이 포함된다. 이러한 표현은 유형의 것은 아닐지 모르지만 지속적으로 진화하는 살아있는 전통의 한 형태로,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에 대응하면서 재창조되고 적절하게 변화해온 것이다. 그것들은 우리에게 정체성, 소속감 그리고 문화를 표현하는 포괄적이고 대표적이며 집단적 인 방식을 제공한다.
송왕선(送王船)은 그러한 표현 중 하나로서 인간과 해양 사이에 존재하는 깊은 연결성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행사이다. 2020년 12월 7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송왕선은 푸젠(福建)성남부에서 행해지는 일대 장관을 이루는 의식으로 중국 민난(闽南) 지역에서 유래했다. 현재는 샤먼만(厦门湾), 취안저우만(泉州湾)의 해안 지역 그리고 말레이시아 말라카 지역을 중심으로 연행되고 있다.송왕선은 해안 공동체가 정교하게 장식된 전통 목선을 운반하며 거리를 행진하는 의식으로 행렬이 끝나면 배를 불에 태워 바다로 보낸다. 3년마다 가을에 북동 계절풍이 불면 행해지는 이 의식은 당대(618-907 CE)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명대(1368-1644 CE)에 오늘날과 같은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이러한 의식화된 사회관습은 재난을 피하고, 평화를 바라며, 위험한 항해를 앞두고 마음의 평안을 주기 위
한 것이다.
매년 수많은 생명을 앗아간 태풍, 조난, 해적 그리고 해전과 같이바다에서 일어나는 위험에 대한 불안은 해양 공동체에 언제나 존재하고 있었다. 당시 해양 세력을 통제하기 위해 명 황제가 ‘호구등록’을 통해 항해사를 징집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같은 걱정을 안고 있었다. 이는 푸젠 남부지역의 모든 가정에는 바다로 끌려가 위험한 대만해협(台湾海峡)을 횡단해야만 했던 가족, 친구 혹은 친척이 있었다는 것을 의미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송왕선 의식은 황제의 형제들을 총칭하는 왕예(王爺)라고 알려진 신적인 존재들에 대한 숭배와 관련이 있다고 한다. 전설에 의하면 바다에서 표류를 하던 그들은 죽고나서야 이승에서의 덕행과 용감한 희생에 대한 보답으로 ‘선한형제들’이라는 칭호를 얻게 된다. 이들은 경계적 존재들로서 삶과 죽음의 경계에 갇혀 이승을 떠나지 못한 채 영원히 떠돌아다니는 외롭고 쉴 곳 없는 영혼이라고 전해진다.
왜냐하면 이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들이 희생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된 용감한 무신인 신인 ‘옹야(Ong Yah)’ 이야기로 들어가보자. 옹야는 천신을 대신하여 하늘을 순찰하고 조난과 다른 재난으로부터 선원을 보호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고 전해진다. 지역 공동체는 옹야의 배인 옹춘(Ong Chun, 왕선)이 폭풍이 이는 바다에서 피해를 입게 될 것을 걱정하여 매번 의식을 치를 때마다 새로운 배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이유로 사람들은 3년마다 왕선을 새로 만들어서 바다로 보낸다. 이때 전통 푸젠극(高甲戏)과 광대극(歌仔戏) 을 비롯해 용춤과 사자춤, 인형극이 포함된 공연이 행렬을 이끌며 행해지는데 이는 왕선, 옹춘(옹야의 배)이 지나는 길을 정화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믿어진다. 공연은 항해에 나선 조상들의 역사적 기억을 상기시키고, 해상 비상사태에 대응하는 사회적 연대감을 재형성하여 집단행동을 통해 인간과 해양 간의 조화를 약속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의식을 시작하기 위해 공동체 구성원은 지역 사찰이나 부족 회관에 모여 옹야를 맞아들인다. 그리고 나무로 만든 등에 불을 밝히는 의식을 통해 선한 형제들을 불러낸다. 사람들은 초대받은 선한 형제들이 왕선을 타고 와서 옹야의 평화를 위한 임무를 지원하고 덕행을 행한다고 믿는다. 그들의 임무가 성공하면, 선한 형제들은 고통에서 벗어나 부활하여 이승에서 인간으로 환생할 수 있게 된다고 생각한다. 의식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스스로의 사후세계로 가는 길을 순조롭게 하기 위해 필요한 ‘덕행’을 행한다. 그 덕행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음식이나 의복을 선물하는 것이 아니라 덕행을 통해 선한 형제들이 공동체 내에서 다시 한번 의미가 있도록 돕는 행위의 일종이다.
중국과 말레이시아의 관련 해안 지역의 공동체 내에서 전승되는것으로 알려진 송왕선 의식은 ‘인간과 해양 간의 지속가능한 연대감’ 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사례이다. 특정 문화공간에서 집단 행위로서 반복적으로 의식이 이뤄지는 것은 조난과 같은 해상 재난에서 기인하는 공동의 심리적 압박을 완화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또한 공동체연대를 강화하여 사회적 화합을 이루고, 공동체 간의 연결성을 재정립하는 것은 재난에 대한 후휴증을 경감시켜 정신적인 안정을 제공 하는데 도움을 준다.
이는 해양 실크로드를 따라 존재하는 공동체 간의 문화적 교류에서 오랫동안 중요한 역할을 해왔으며 그것을 입증하는 사례이다. 또한 지속가능한 발전에 부합하는 문화적 창조성을 반영한다. 사실상 이 의식은 인간과 환경의 복잡한 관계를 이해하기 위한 과정에서 탄생했다. 전통 지식과 민속적 지혜를 전승하는 것은 이러한 살아있는 해양 공동체의 세계관과 사회적 관습을 형성한다. 도시화와 사회적 변화로 인해 공동체의 불안정성이 생겨나고 있는 오늘날, 송왕선 의식은 관용, 평화 그리고 화해를 증진한다. 또한 공동체와 개인의 삶에 풍요를 주며 인본주의를 촉진하고 생태보존과 환경의 지속가능성에 이바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