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리드 자바이드(Khalid Javaid)
파키스탄 록 비르사, 소장

파키스탄의 역사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파키스탄 서민들이 일상복으로 사용하는 다양한 수공예 직물이 친근할 것이다. 오 천년 전부터 인더스 계곡 지역에서 전해져 내려온 직물의 방직과 염색 전통은 중세를 거치며 면면히 전승되었으며 이슬람교 통치 하에서의 새로운 기술 개발과 새로운 문양 도입에 힘입어 크게 성장하였다.

파키스탄 의류 직물의 대부분은 나라의 주된 환금작물인 토산 면제품으로 제조된다. 자연환경과 국제 시장의 예측하기 어려운 변동에 따른 생산량의 심한 불안정성에도 불구하고 파키스탄은 세계 최대의 면직물 생산국 중 하나로서의 입지를 지켜 왔다.

파키스탄의 가장 중요한 직물공예 중 하나는 ‘릴리(rilli)’이다. 일반적으로 신디(Sindhi)족 여성이 보유하고 있는 릴리 기술은 널리 명성을 얻고 있다. 릴리라는 명칭은 고대 신디어로 ‘펼치거나 덮다’라는 의미의 ‘릴리알(rillial)’, ‘짜맞추다’라는 의미의 ‘밀리알(millial)’, ‘함께하다’라는 의미의 ‘갓디알(gaddial)’에서 유래한 것이다. 사람들은 진정한 예술가의 독창성을 바탕으로 오직 손으로만 완성한 직물을 릴리라고 부른다.

릴리는 두 겹의 직물(purr)로 제작되며 그사이에 깨끗한 천을 대고 누빈다. 이 공정을 ‘레(leh)’라고 한다. 아래쪽 천(안감)은 쪽빛이나 밝은 색, 혹은 최근 선호되는 녹색이나 검은색 염료로 염색된 소박한 원단을 사용한다. 위쪽 천(겉감)으로 사용되는 원단은 화려한 문양을 넣어 제작하기 때문에, 전체 공정을 단축하기 위해 안감으로는 남성들이 머리에 두르는 아르작(arjak)이나 여성들의 넓은 스카프인 츄니(chunee)를 사용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더 세련된 종류의 릴리는 패치워크나 아플리케 기법으로 제작된 겉감을 사용하여 한층 개성있고 화려한 아름다움을 지닌다. 따라서 이러한 방식으로 릴리를 제작하는 데는 훨씬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릴리는 다음과 같이 분류된다.

  • 투크란(tukran) 릴리 혹은 투크라테 와리(tukrate wari) 릴리 : 다양한 색상의 정방형 원단 조각을 바둑판이나 사선, 혹은 다양한 패턴으로 배열하여 제작한 작은 천
  • 투크(tukk) 혹은 카타(kataa) : 한뼘 크기로 잘라 아플리케 기법으로 문양을 넣은 정방형 천을 이어붙인 형태의 천.
  • 챠우 굴로(chau gullo) : 풀, 나비, 벌 문양 가운데 장미꽃을 비롯한 다양한 꽃문양을 적용한 천
  • 나우 굴로(nau gullo) : 별 모양의 꽃을 9개의 별로 이루어진 별무리처럼 장식한 천으로 희귀하고 아름다우며, 현지 여성들에 따르면 이 천을 달빛 아래 펼치면 그 아름다움이 별빛에 버금간다고 한다.
  • 아트 굴루(ath gullu) : 장미와 재스민을 비롯한 여덟 종류의 꽃 문양으로 장식된 천
  • 나우 탄(nau tann) : 신드족에게 친숙한 놀이판 문양을 중앙에 배치한 천
  • 소란 굴루(sorhan gullu) : 네 구석에 장미꽃, 가운데 재스민을 배치한 16개의 꽃들로 장식된 천
  • 트레쿤디 랄리(trekundi rally) 혹은 지르미르(jhirmir) : 작은 거울 조각이 부착된 다양하고 화려한 옷을 입은 인형들의 문양이 배치된 천. 진주와 구슬을 문양의 경계선에 부착하고 네 구석에는 향을 내기 위한 정향(丁香)과 카다몬(cadamon)을 매단 장식 술을 부착한다. 이 직물은 결혼식에 흔히 사용된다.
  • 카타흐 와리 릴리(catah wari rilli) : 여섯 종류의 문양들로 장식된 천
  • 아트 쿤디(ath kundi) : 여덟 개의 인형을달의 형태로 둥글게 배열한 천
  • 신드 조 갈리쵸(Sindh jo galeecho) : 이란 카펫 양식의 천

그 밖의 문양으로 꽃(gull), 황새(koonj), 낙타혹(uth kajao), 뱀의 갓(nang phan), 문양(hindoro), 보석(bansar, bulo), 여섯 개의 정사각형(chehen dablin wari), 일곱 개의 정사각형(sattan dablin wari), 원형 문양(khooh pheriwari), 장식무늬(dhatak wari) 등이 있다.

다양한 형태의 장식 직물인 릴리는 파키스탄의 가장 정교한 민속예술 종목 중 하나이다. 릴리는 개인의 일상생활은 물론 야외의 종교축제, 수피(Sufi)의 사당 등에서 깔개로 사용되고 있다. 릴리는 또한 청빈함을 표현하기 위해 낡은 천들을 기워 외투와 차도르, 모자를 만들어 입는 수피들과도 연관되어 있다. 오늘날 릴리 덮개는 신드족 가정의 한 가내용품이며, 파키스탄 전역으로 퍼지고 있다. 모든 신드족 사람들은 빈부와 무관하게 릴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으며 세계인들이 릴리의 예술성에 찬사를 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