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룬스와스디 부리닷퐁
대학원생, 아시안기술연구소

오늘날 세계 각국이 지진, 화산 폭발, 강력한 폭풍, 홍수, 해수면 상승, 가뭄 등 갈수록 심각해지는 기후 위험에 직면해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우리가 사는 지구 환경이 변화하고 있음을 우리 모두 알고있으며, 기후 변화는 해마다 더 많은 자연재해를 촉발시킬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한 새로운 문제들이 이어지고 있다. 대부분의 재난은 사람들의 집과 땅, 지역 자원, 생계 수단 상실로 이어지고, 재난이 발생하면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생활터전을 옮겨야만 한다.
2004년 인도양 지진과 쓰나미를 미리 예견한 것으로 유명한 태국 남부지방의 토착 바다 집시(‘차오레이’, ‘바다 유목민’, ‘바다의 사람들’이라고도 한다) 공동체를 예로 들어보자. 쓰나미가 그들이 살던 마을을 휩쓸고 갔지만 부족민 대부분은 피해 지역에서 무사히 피신했다. 그렇지만 쓰나미 이후 46개 바다 집시 공동체는 토지권을 둘러싼논쟁, 민족 차별, 급속도로 전통 어업을 대체하는 관광산업은 물론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복잡한 위험 등 수세기 동안 이어져 온 그들의 전통적인 생활방식을 위협하는 더 큰 파도에 맞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태국에는 56개의 소수민족과 원주민 집단이 있다. 북부와 서부의 고산족과 남부 안다만 해안의 라농, 팡응아, 푸껫, 끄라비, 사뚠 등 5개 주에 거주하는 차오레이를 포함해 그들의 수는 600만 명을 넘어선다. 안다만해 동쪽 해안의 여러 섬과 연안지방은 모켄, 모글란, 우락라워이 등 독특한 부족 집단의 근거지로, 이들은 총 46개 공동체를 이룬 약 14,000명의 원주민이다. 이 바다 거주자들이 300년 넘게 이 일대에서 생활하며 생활양식과 지혜, 전통, 문화를 대대로 전승해 왔음을 입증하는 여러 증거가 존재한다.

관광객들을 환영하며 춤을 추는 어린 바다 집시들. © TransboarderNews, Thailand

대부분의 소수민족 집단은 천연자원 중심으로 생활을 영위한다.
그들은 주로 안다만해에 의지해 생계를 이어가며, 개중 일부는 수 주씩 바다에서 스킨다이빙으로 작살 낚시를 한다. 일부 집단은 안다만해에서 라탄과 철사를 엮어 만든 올가미를 이용해 어업을 함으로써 정착민에 가까운 생활을 한다. 그들의 전통적인 어업 방식은 생태계에 거의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그들이 살아가는 땅은 조상의 묘지이자 영적인 성지로서 그들과 철학적으로 이어져 있다. 따라서 그들의 믿음과 전통, 문화, 지혜는 서로 밀접한 관계가 있고 자연과 깊은 유대를 맺고 있으며, 이는 태국 사회의 다른 부분들과 차별화되는 그들만의 삶의 철학과 생활방식을 반영한다.
모켄족은 2004년 인도양 지진과 쓰나미 당시 부족 전체가 고지대로 피신하여 재앙을 무사히 넘긴 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들은 바닷물이 빠지는 것을 보고 큰 해일이 올 것을 미리 알았는데,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던 자장가에 그러한 내용이 담겨 있었기에 모두가그 일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다.
1988년부터 정부가 관광진흥 정책을 택하면서 투자자들과 사업가들이 투기와 향후 수익 목적으로 바닷가 토지 매입에 뛰어들었다. 관광업 호황과 더불어 새로운 개발에 대한 갈증으로 인해 차오레이는그들 조상의 고향, 배, 사당이 있는 땅에 흥미를 가진 개발업자들과 대립하는 입장에 놓였다. 토지 소유권 일부는 불법적으로 발행되거나 원주민 거주지와 중복되었다. 게다가 정부가 육지와 해상에 국립공원과 자연보호구역을 공표함에 따라 오래전부터 해당 지역에서 살고 있던 원주민들의 전통적인 어장과 토지 사용이 불가피하게 제한되었다.
이 문제는 모든 면에서 원주민 집단의 토착 생활양식, 문화, 생계에 영향을 끼쳤다. 그로 인해 바다 유목민들이 전통문화와 생활방식을 고수하는 데 있어 법률이 미칠 영향에 대해 심각한 우려가 제기되었다. 소수민족과 원주민 집단들은 불안정한 상태로 자신들의 권리를 박탈당했을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소외되었다. 그들은 소유 증서나 허가증도 없이 불법적인 취약 집단이 되었다.
이러한 문제는 아주 오랫동안 쌓여오다가 2004년 아시아를 휩쓴 지진과 쓰나미 이후 한층 크게 폭발했다. 피해를 입은 토착 공동체들이 함께 문제를 제기하며 정부에 해결책을 요구했다. 그들은 공동체와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제안 내용을 조정해 그들의 문제를 널리 알리는 한편 태국 정부에 국가 차원의 정책으로 문제 해결을 요청할 수 있기를 희망하며 ‘쓰나미 피해 공동체 네트워크’를 발족했다. 많은 연구에 의하면 그들이 직면한 문제는 아홉 가지였다. 가장 중요한 주거불안정 문제를 비롯해 종교적 공간(묘지와 의식을 치를 신성한 장소등), 바다 어업권, 교육, 민족적 편견, 아동과 청소년, 고유한 언어와 문화에 대한 자부심 결여, 보건과 위생, 대다수의 신분증 미소유 등이다.
근래 들어 문화경관과 자연자산 보전에 지역공동체가 참여해야할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광범위하게 확산되었다. 지역공동체는 정부나 관광객, 자연보호 활동가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그곳에 있던 사람들이므로 특별한 지식과 기술, 전통을 토대로 해당 장소 관리에 많은 기여를 할 수 있다. 국가 차원의 관광 및 개발 목표를 달성하면서도 토착 공동체와 환경에도 득이 되는 지속 가능한 해법을 찾는 것은이 지역은 물론 세계 다른 여러 지역에서 재난 이후 복구 계획의 큰 주안점이 되었고, 이는 각국 정부와 정책결정자들 앞에 놓인 중대한 과제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