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하시 아카츠키(Akatsuki Takahashi)
전문가, 유네스코태평양지역사무소 문화프로그램

사모아는 풍부한 구전 전통과 신화, 전설을 가지고 있으며, 그 중 일부는 전통축제와 ‘아바(Ava)’ 혹은 ‘카바(Kava)’ 의식과 같은 제의와 긴밀하게 관련되어 있다. 카바 나무의 뿌리로 만드는 음료인 아바는 폴리네시아, 멜라네시아 전역과 미크로네시아 일부 지역에 널리 생산된다. 아바는 건조된 카바 뿌리를 분말로 만들어 타노아(tanoa, 한 조각의 목재로 만든 여러 개의 다리가 달린 둥근 사발)에 넣고 물과 섞어 만든다. 아바는 아바 의식을 행하는 중에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지기도 한다. 사모아인들에게 친숙한 이 의식은 중요한 사회문화적 의미를 지니며, 사모아의 족장인 마타이(matai)의 수여 의식에서 행해지는 가장 중요한 절차이다.

사모아의 신화와 전설, 기록은 사모아인들과 통가, 피지, 우베아, 투발루, 토켈라우, 파푸아뉴기니 등 다른 태평양 군도 주민들의 여러 연관성을 보여준다. 사모아에 전해지는 ‘돌고래로 변한 선원들’이라는 친숙한 전설은 투이피틸리(Tuifiti’Li)가 자신의 딸, 선원들과 함께 피지로 항해를 나섰다가 자신을 위해 아바를 준비하던 딸이 실종되는 일화를 묘사하고 있다.

전설은 투이피틸리가 딸 시나(Sina), 선원들과 함께 사모아 동쪽을 향해 항해를 떠나는 것으로 시작된다. 사모아에서 피지로 향하는 긴 항해에서 시나는 배에서 부친을 위해 아바를 만드는 임무를 맡는다. 피지에서 사모아 간의 거리가 꽤 멀기 때문에, 이는 바다에서 오래 항해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사모아를 떠난 일행은 파가사(Fagasa) 마을 근처에 정박했다. 여기서 시나는 아바에 필요한 물을 구하기 위해 바닷가로 갔다. 일부 선원들과 함께 길을 나선 시나는 타푸타푸(Taputapu)에서 물을 발견한다. 선원들은 물을 가지고 돌아왔지만 시나는 그곳에 풍부했던 율무를 계속 땄다. 율무를 따는 데 열중한 시나는 아버지의 아바를 만드는 데 쓰일 물을 가져가야 한다는 것을 까맣게 잊어버린다. 그녀를 따라갔던 선원들은 기다리다 지쳐 배로 돌아온다.

율무를 따 모으려던 시나의 욕심은 아버지의 아바를 만들 물을 잊어버리게끔 만들었다. 한편 부드러운 저녁 바람에 밀려 배는 천천히 해안을 빠져나갔다. 섬이 망각의 구름 속으로 빠져들어 가고 있을 때 투이피틸리는 문득 시나가 생각났다. 그는 선원을 시켜 시나에게 아바를 가져오게 하고 키는 조수가 잡도록 했다. 시나와 함께 바닷가에 갔던 선원들 외의 다른 선원들은 당황해한다. 조수에게 키를 맡긴 투이피틸리는 의자에 않아 음료가 오기를 기다렸다.

투이피틸리가 아바를 가져오라고 했을 때 모든 선원들은 시나가 사라졌음을 깨달았다. 그들로부터 시나가 사라졌다는 보고를 받은 투이피틸리는 딸을 찾기 위해 급히 배를 돌렸다. 배에 아무도 없음을 본 투이피틸리는 화가 나서 “네 놈들 모두 돌고래로 변해 버려라!”라고 고함쳤다. 그 때 그는 마치 배가 암초 속에서 파가사로 가는 길을 살피는 것처럼 배 옆에서 함께 헤엄치고 있는 돌고래들을 목격했다.

한편 시나는 자신이 아버지의 아바를 위한 물을 얻기 위해 바닷가에 왔었다는 것을 문득 떠올리고 물통과 율무가 담긴 자루를 들고 걷기 시작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바다를 바라본 그녀는 배가 시야에서 거의 사라졌음을 알고는 깜짝 놀랐다. 슬픔에 빠진 그녀가 두 개의 물통 중 하나를 떨어뜨리자 이는 투푸(Tufu)의 샘이 되고, 시나가 울면서 걸어갈 때 다른 물통도 떨어져 깨져서 파가사의 얕은 연못이 되었다.

그 때 토가마나(Togamana)라는 젊은 어부가 시나에게 다가와 그녀를 자기 집으로 데려갔다. 같은 날, 그녀는 눈물이 마르기 전에 부친의 배가 해안으로 돌아오는 것을 보았다. 딸과 재회의 기쁨을 나눈 투이피틸리가 토카마나에게 말했다. “시나에 대한 그대의 사랑에 감사하네. 그대는 내 딸과 살아도 좋네. 매년 그대는 이 곳 연안에서 말고등어 떼를 이끄는 아타(ata 큰 물고기)와 무리지어 이동하는 돌고래 떼를 볼 것이네. 물고기들은 잡아도 좋으나 아타는 돌고래들의 것이니까 절대 아타를 죽여서는 안 되네. 그들은 내 딸을 위한 혼인 선물일세.” 이 말을 마치고 투이피틸리는 딸에게 작별을 고했다.

급속한 현대화와 세계화 때문에 소멸 위기에 처한 사모아 구전 전통의 중요성을 인식한 교육체육문화부는 사모아 전설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 왔으며, 그 결과 2개 언어로 된 6권의 사모아 전설집을 출간하였다. 이러한 성과는 공동체의 집중적인 자문 및 현장조사의 결과였다. 사모아 10개년(2011~2020) 문화정책초안은 구전 전통과 전설을 포함한 사모아의 무형문화유산 보호를 특히 강조하고 있다. 최근 교육체육문화부는 유네스코 태평양지역사무소의 지원 하에 사모아 무형문화유산 보호 워크숍을 실시하였다. 이 워크숍에서는 무형문화유산보호위원회 발족, 현행 법안 재검토, 무형문화유산 국가 목록 작성 등을 포함하는 사모아의 무형문화유산 보호 활동 강화를 위한 권고안이 채택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