닐루파르 Z. 마마달리에바
우즈베키스탄 과학아카데미 식물물질화학연구소
2011년 유네스코-로레알 선임연구원

페가눔 하르말라(Peganum harmala L.)는 남가새[자이고필라세이아(Zygophyllaceae)]과 식물이다. 중국 서부와 메나(MENA)지역 사이 광활한 건조 혹은 반건조 기후 지역에 자생하며 동유럽, 지중해 연안 그리고 코카서스 지역에도 분포한다. 이 식물은 키가 30~100 센티미터까지 자라는 다년생으로 뿌리가 지면을 따라 퍼지며 약 5~6 미터 깊이까지 뻗어 내려가 건조한 토양에 잘 적응한다. 하얀 색 꽃이 피는데 꽃이 지면 50여 개의 검은색 씨가 들어있는 세 개의 방으로 이루어진
포자낭 모양 열매가 열린다.
이 식물은 매우 쓴맛(알칼로이드 성분) 때문에 동물들이 뜯어먹지 않는다. 페가눔 하르말라에는 알칼로이드, 폴리페놀, 플라보노이드, 탄닌, 사포닌, 방향유, 지방산 그리고 안트라퀴논이 풍부하다. 알코올로 씨앗을 추출해 붉은 염료를 얻는데 보통 “터키 레드”라고 부르며 주로 카펫과 양모를 염색하는 데 사용한다. 또한 씨앗은 글을 썼을 때 보이지 않는 잉크를 만드는 재료이기도 하다. 잉크를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씨앗을 두드린 뒤 이틀간 물에 담가두는데, 여기서 빠져 나온 즙
이 종이에 썼을 때 보이지 않는 잉크가 된다. 글을 읽으려면 종이를 불꽃 가까이 가져가서 열을 쬐면 된다.
페가눔 하르말라는 수백 년 동안 많은 질병을 치료하는데 사용되었다. 이 식물은 지역에 따라 매우 다양한 이름으로 부른다. “이시리크(Isiriq)”는 우즈베키스탄에서 알려진 이름이며 북아프리카와 이집트에서는 “하르멜(Harmel)”이라고 한다. 북미지역에서는 “아프리카/멕시코/터기 루타(African/Mexican/Turkish Rue)”로 통한다. 타지키스탄에서는 “하조르 이스판드(Hazor isfand)”, 인도에서는 “하라말라(Haramala)”, 방글라데시에서는 “이쉬반드(Ishbandh)”, 아제르바이잔과 터기에서는 “우제릴크(Uzerilk)”라고 칭한다. 위대한 그리스 의사인 디오스코리데스(Dioscorides)는 페가눔 하르말라를 처음 사용했던 사람이다. 그는 이 식물을 “페가논 아그리온(peganon agrion)”이라고 명명했다. 수년 후 또 다른 그리스 식물학자가 이 식물이 가진 진정제, 진통제, 진경제 그리고 구토제로서의 특성을 발견했고 “페르사이아 보타네(persaia botane)”라는 이름을 붙였다. 또한 이 식물은 만성 천식, 배탈, 신경 질환 그리고 생리통에도 효과가 있다.

페가눔 하르말라 © 알림 가지예프

중앙아시아에서는 예로부터 페가눔 하르말라의 씨앗, 껍질 그리고 뿌리를 요통, 기관지 수축, 장 경련 치료제로 널리 사용했으며 면역체계 각성제로 쓰기도 했다. 열매는 진통과 살균 효과가 있고 씨앗은 해열제로 사용한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씨앗을 중추신경계 장애, 종양 치료에 사용했는데, 씨앗을 달여 천식, 류머티즘 치료에 음용했다. 대개 씨앗은 터키, 이란 그리고 중앙아시아와 중국에서 널리 쓰이며 기침, 류머티즘성 염증, 고혈압, 당뇨 그리고 천식 치료에 적용한다.
우크라이나에서는 뿌리를 이용해 류머티즘, 가려움 그리고 소아과치료에 사용한다. 코카서스에서는 신선한 약초를 짜서 액을 추출해 백내장 치료제로 사용하며, 씨앗은 수면제로 먹는다. 카자흐인과 우즈베크인들은 신경쇠약과 말라리아 치료를 위해 달여서 마신다. 키르기스스탄 사람들은 페가눔 하르말라를 달인 약을 위장병과 소화불량 치료제로 이용한다. 또한 아제르바이잔에서는 잎을 이용해 상처 치료 보조제나 농양 치료제를 만든다.

중앙아시아 지역에서는 소독과 향균은 위해 페가눔 하르말라를 사용한다 © 마마달리예바

중앙아시아에서는 씨앗이 든 꼬투리를 태울 때 나는 연기가 각성제, 이완제 그리고 성적 흥분제로 효과를 가진다고 믿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정화의식에 많이 사용
했다. 특히 아기가 태어난 직후와 결혼식 직후에 이식물을 태운 후 연기를 피워 올려 공기를 정화하고 귀신을 쫓아내며 공기 중에 떠다니는 병원균을 죽이는 데에 사용했다.

건조된 페가눔 하르말라 열매 © 마마달리예바

오늘날에는 약초의 향균 효능이 주목 받고 있는데, 하르말라 성분은 S. 아우레우스(S. aureus), P. 아에루기노사(P. aeruginosa), 브루셀라 멜리텐시스(Brucella melitensis), 살모넬라(Salmonella), 대장균(E.coli), 클렙시엘라(Klebsiella), P. 불가리스(P. vulgaris) 등 그람 염색법으로 실험한 그람 양성 미생물과 그람 음성 미생물 모두에 잠재적인 항박테리아 효능이 보고된 바 있다. 추출물 역시 다양한 칸디다(Candida)와 아스페르길루스(Aspergillus) 종에 대한 항진균성 효과를 보이는데, 헤르페스 심플렉스 바이러스 1(Herpes simplex virus 1, HSV-1) 그리고 콕삭키 B3(Coxsackie B3, CoxB3) 바이러스 등에 항바이러스 효과를 가진다.
페가눔 하르말라는 다양한 질병을 효과적으로 다스리기 위한 전통 의약 중 하나로 아시아 전역에서 광범위하게 사용해왔으며 오랜 세월 동안 공동체 구성원들에게 가장 경제적이고 효과적인 치료약으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식물을 사용한 의학적 전통지식은 세대 간 전승을 통해 활용되고 있으며, 현재에도 많은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널리 사용 중이다. 또한 현대의학에서도 전통의약에 사용된 식물이 가진 약리적·생리학적 효능을 밝히기 위해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