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카무라 야에
교수, 한국외국어대학교 일본학대학 융합일본지역학부

사자춤은 사자 모양의 탈을 쓰고 하는 놀이로, 동아시아 각지에 분포해 있다. 일본에는 7세기에 불교와 함께 종교적 놀이로서 전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자는 신비한 힘을 가지고 있어, 신들이 찾아오는 길의 마(魔)를 물리치는 역할을 했다. 현재 사자춤은 경사를 축하하고 평화와 행복, 건강과 장수를 가져다 주는 놀이로서 사랑받고 있으며, 정월이나 축제 때 많이 공연되고 있다. 전국에 퍼진 것은 에도(江戸) 시대에 몇몇 예능 집단이 전국을 돌면서 사자춤이나 연극 등을 선보
였던 것이 그 계기였다. 춤은 가볍고 곡예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으며 오락적 요소가 강하다.

사자춤은 2인 1조로 구성되며, 한 사람이 사자 머리를 쓰고 앞발을 연기하고, 다른 한 사람이 몸통을 덮는 천 안에 들어가 뒷다리를 연기한다. 사자 머리는 사자가 모델이기는 하나 개와 비슷하고 처진 귀에 붉은 얼굴을 하고 있다. 몸통은 초록색 천으로 덮여 있는 경우가 많다.이것이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사자춤의 사자다.

일본 돗토리 현(鳥取縣)에는 이러한 일반적인 사자춤과는 많이 다른 특이한 사자춤이 전해진다. 바로 ‘기린사자춤’이다. ‘기린’은 일본의 맥주회사 이름으로도 유명하지만, 태평한 세상에 나타난다는 중국의 상상 속의 성수(聖獣)다. 이 사자춤은 사자 머리가 기린 모양을 하고 있어 ‘기린사자’라 불린다.

기린사자는 돗토리 시(鳥取市)를 중심으로 돗토리 현 동부에 148개, 인접한 효고 현(兵庫縣) 북서부에도 14개 정도 존재한다. 돗토리는 일본에서 가장 인구가 적은 현(縣)으로, 현청(縣庁) 소재지인 돗토리 시의 인구는 20만 명도 안 된다. 과소화가 진행되는 작은 지방도시에서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이 성수는 마을 단위로 열리는 축제에 등장해 평화와 행복을 부를 뿐 아니라 지역 활성화의 아이콘이 되고 있다.

기린사자의 가장 큰 특징은 외관에 있다. 지역별로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목각 머리에 하나의 큰 뿔과 큰 입이 있고, 얼굴은 길고 용을 닮았으며, 금빛으로 눈부시게 칠해져 있다. 몸통을 나타내는 선명한 주홍색 천에는 검은 등골이 있어 색의 대비가 아름답다. 일반적인 사자가 해학적인 얼굴을 하고 있는 반면, 기린사자는 신성하고 용맹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다.

기린사자에는 선도하는 역할을 하는 성성(猩猩)이라고 불리는 중국의 상상 속의 동물도 등장한다. 성성이는 술을 매우 좋아하는 붉은 괴수로, 일본의 전통예능인 노(能)에도 등장한다. 징과 북, 피리 장단이 흐르는 가운데 성성이가 막대기를 조종하며 사자를 데리고 나타나면 기린사자는 우아하고 중후한 춤을 신에게 바친다.

한쌍의 기린사자 © Oyudana Lion dance preservation society

대부분의 전통예능은 기원이 불분명하거나 모호한 경우가 많은데 반해 기린사자춤의 기원은 비교적 명확하다. 초대 돗토리 번주(藩主) 이케다 미쓰나카(池田光仲)는 조모가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의 딸이었다. 때문에 도쿠가와 가문의 핏줄임을 과시하기 위해 이에야스를 모신 닛코도쇼구(日光東照宮)로부터 신령을 분령(分靈; 제신(祭神)을 나누어 다른 신사에 모심)해 1650년에 현재의 돗토리도쇼구(鳥取東照宮)를 세우게 했다. 이 신사에서 열린 축제의 성대한 행렬에 기린사자가 등장했다는 사실이 오래된 자료에 기록으로 남아 있다. 미쓰나카는 닛코도쇼구의 건물의 모티브 중 하나인 기린을 자신의 권위의 상징으로 삼았던 것이다. 돗토리도쇼구로부터 시작된 기린사자춤은 돗토리 각지의 신사로 퍼져 나갔다. 번(藩)의 권위의 상징이 원래부터 있었던 자연신앙, 지역의 수호신을 받드는 우지가미신앙(氏神信仰)과 융합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필자의 출신지인 오유다나(大湯棚) 지역은 산간 지역에 위치한 불과 15채 정도의 가옥밖에 없는 작은 마을로 오와사미노미코토신사(大和佐美命神社)가 있는데, 에도시대 중기(17~18세기 무렵)에 만들어졌다고 전해지는 예술적 가치가 높은 사자 머리가 현존하고 있으며, 춤과 함께 일찍이 문화재로 지정되었다.

춤은 기본적으로 신과 관련된 행사이다. 지역의 남성들이 신사의 경내에서 춤을 춘다. 그 후 집집마다 돌면서 짧은 춤을 선보임으로써집안의 안전과 무병장수를 기원한다. 특히 어린 아이가 기린사자에게 머리를 물리면 병에 걸리지 않고 장수한다고 전해진다. 각 가정에서는 답례로 남성들에게 술이나 요리를 대접하고 잠시 담소를 나누며 시간을 보낸다. 엄숙하면서도 참으로 친근한 행사다.

현지 주민들에게 있어서 사자춤이라고 하면 기린사자춤을 의미한다. ‘기린사자’로 불리게 된 것은 돗토리의 사자춤이 관광 자원이 되면서, 다른 사자춤과의 차별화 과정에서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 어릴때부터 이 사자를 보고 자란 지역 주민들에게 기린사자춤은 당연한 존재였으며 동시에 마을의 독자적인 문화로 자부심을 느끼곤 했다.

기린사자는 돗토리현의 소중한 관광자원이다. 소중한 문화유산인 기린사자를 통해 자신들의 지역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여러 공동체를 수평적 네트워크로 연결하고 전국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덕분으로 일본 정부가 지정하는 ‘일본유산’에 기린 사자춤이 포함됐다. 또한 몇몇 사자춤이 지자체의 문화재에서 국가 지정 무형문화재로 승격된 것도 고무적인 일이다. 기린사자는 영화에 ‘출연’하거나 해외 공연을 하는 등 글로벌 무대에도 데뷔했다.

그러나 어느 공동체가 그러하듯이 무형유산을 전승하고 연행해야 할 지역의 인재가 줄고 있다는 점은 돗토리 현의 큰 고민거리이다. 사자에게 머리를 깨물리는 아이들도 확연히 줄어들었다. 과거에는 젊은 남성에 국한됐던 조직의 문호가 여성, 어린이, 외부인에게도 열리게 되었지만, 대부분의 작은 공동체에서는 한정된 인원으로 조직을 유지 하면서 난이도 높은 춤과 장단을 전승해야 한다. 그들의 고민은 이만저만 큰 것이 아니다. 전국적인 인구 감소 상황에서 전통을 전승하는 어려움은 지방 도시가 안고 있는 공통의 과제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