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리시 부니딜로
조교수, 하와이대학교

어느 사회에서나 박물관은 중요한 기관으로 여겨진다. 박물관은 많은 나라에서 그들의 가치 있는 지식과 유물의 저장소다. 어떤 사람들은 박물관을 위안, 문화적 성찰 그리고 영감을 찾는 곳으로 보며, 또 다른 사람들은 학교에 비유하여 과거, 문화, 전통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교육기관으로 여기기도 한다. 일부는 이곳을 과거의 수호자로 간주하기도 하는데 이는 박물관이 이전 시대를 살았던 한 집단의 사람들이 사용했고 현재까지 전승되어 온 유물들을 보호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자신들의 조상이 민족의 문화와 전통을 이어갈 새로운 세대에게 유산을 남겨주었다고 믿는것이다.
흔히 박물관이 학교와 같은 기관과 기능적 측면에서 유사성을 가진다고 여겨지나, 박물관은 다른 기관들이 할 수 없는 서비스를 지역 사회에 제공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왔다.¹ 이 글은 오세아니아의 박물관이 방문객에게 다가가기 위해 코로나19 상황에 어떻게 적응하고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다룰 것이다.
원주민들은 지식을 전달하기 위한 스토리텔링과 그것들을 융합하는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고, 가상 박물관과 온라인 팟캐스트는 중요한 기후변화 정보를 공동체에 전달하는 효과적인 디지털 매체로 자리잡았다. 본문에서는 피지 박물관과 저자가 만든 정보 공유 플랫폼인 “닥터 티와 탈라노아(Talanoa With Dr T)” 온라인 팟캐스트 두 가지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피지 박물관의 가상 박물관 페이지 © virtual.fijimuseum.org.fj

히리니 미드(Hirini Mead)에 따르면, 토착 박물관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² 하나는 선사시대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한 민족의 이야기를 담은 단일 목적의 박물관이다. 다른 하나는 뉴질랜드에서 마래(marae)라고 하는 다기능 부족 문화센터이다. 예를 들어, 뉴질랜드의 응아티 아와(Ngati Awa)족의 경우, 박물관의 기능을 하게 될 본관 건물 옆에 도서관, 연구소, 마을 회관 그리고 행사장 등이 지어지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미드는 또한 문화적으로 가치 있는 역사적 유물의 저장소였으며 종교적, 문화적 관습을 위한 의식 장소의 기능을 했던 솔로몬제도의 관습 가옥을 강조했다.3
오늘날 청년과 연장자, 도시민과 지방에 사는 사람들이 가상 스토리텔링을 통해 그들의 문화와 유산을 배울 수 있는 ‘가상 마래’와 ‘디지털 관습 가옥’이 있다. 또한 피지에서 만들어진 가상 박물관과 온라인 팟캐스트는 무형유산으로서 전통 지식이 코로나19 상황에서도 활용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 나아갈 길
현재의 코로나19 대유행에 대응하여 전 세계 박물관과 문화센터는 문을 닫았고, 세계의 많은 지역 사회역시 이 전염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봉쇄’와 ‘사회적 거리두기’ 유지 등 다양한 보건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그 결과, 공동체 간의 모임은 크게 위축되고, 이는 가족과 부족 간의 지식 공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태평양 지역의 이러한 엄중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가상 박물관은 현재 운영되고 있다. 많은 가족이 봉쇄중에도 안정적으로 인터넷을 통해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 모든 가상 박물관과 관련 소장품에 큰 어려움 없이 접근할 수 있다. 이러한 가상 박물관은 많은 사람이 재난 극복에 관한 토착 지식과 관련된 아카이브 자료, 사진, 시청각 기록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피지 박물관(Fiji Museum)의 ‘가상 박물관’ 플랫폼을 통해 온라인 방문객들은 선정된 유물과 전시를 볼 수 있다. 그들은 또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러한 유물에 대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그 결과, 온라인 방문객들은 이들 유물과 관련된 개인적인 이야기와 기억을 공유하기 시작했고, 피지와 해외의 피지인들 사이에서 온라인 “탈라노아” 혹은 스토리텔링 공간이 형성되었다. 이러한 스토리텔링 공간은 사회적 거리두기, 단체 모임금지와 같은 코로나19 관련 규제가 이루어지고 있는 요즘 시기에 아주 중요하다. 이러한 ‘가상 모임’은 섬생활과 해수면 상승이나 지구 온난화와 같은 그들이 직면한 일상의 문제와 관련된 의미 있는 논의로 이어지는 토착 지식 공유를 주제로 토론할 기회를 만들어준다.

3,050-2,500년 전 존재했던 라피타 문명을 보여주는 피지 본도 지도의 발견. 비티레부와 바누아 레부 섬에서 발견되는 라피타유적을 밑줄로 표현함 © Nunn, Patrick.(2007). Echoes from a distance: research into the Lapita occupation of the Rove Peninsula, southwest Viti Levu, Fiji.


박물관은 역량 강화의 공간이자 귀중한 토착 지식의 저장고이다. 땅, 바다, 하늘과 연계 되어 있는 구전 전통이 이곳에 기록되어 있다. 피지 박물관의 경우, 가상 박물관의 관람객들이 전시를 통해 문화적 지식을 탐험하고 즐길 수 있으며, 온라인에서 이어지는 토론이 전시의 부가가치를 높여주었다고 디지털 공유의 이점을 피력한 바 있다. 박물관 관계자들은 이온라인 공간에서 더 많은 상호작용을 하고 있다.
공유와 학습의 ‘가상 공간’이 가져올 수 있는 결과가 무엇인가에 대한 증거가 될 수 있는 또 다른 사례로 온라인 프로그램 ‘닥터 티와 탈라노아’를 들 수 있다. 작가이자 콘텐츠 크리에이터인 저자는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되던 시점인 2020년 4월에 이 온라인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피지의 어린이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1차 봉쇄 기간에 저자는 자신의 페이스북과 유튜브를 통해 이타우케(iTaukei, 토착 피지어)어로 하는 스토리텔링 세션을 열었다. 이 프로그램은 페이스북을 통해 4만 명 이상의 팔로워를 모았으며 회원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저자는 이런 힘든 시기에 피지인들에게 힘을 북돋아 주기 위해 감화를 주는 이야기를 함께 나눌 게스트를 초청한다. 피지, 특히 외곽 도서 지역에서 기후변화와 해수면 상승의 압박과 그 영향이 점차 증가하는 상황에서, 그녀는 이 플랫폼에 학자와 환경운동가는 물론 기후변화 전문가도 초청하여 그들의 연구 자료를 공유했다. 게다가 초청연사들 역시 관련 기후변화 정보가 피지 전역의 모든 가정에 전달될 수 있도록 이타우케어(보사 바카 바우, Vosa Vaka Bau)를 사용했다.
사우스퍼시픽 대학교(University of the South Pacific)의 로시아나 라기(Rosiana Lagi) 박사는 피지의 기후변화 옹호론자로 이 플랫폼에 두 번이나 초청되었다. 라기 박사는 빵나무 열매의 과잉 생산을 관찰함으로써 허리케인을 예측하는 전통 지식을 강조했다.

과거에 연장자들은 이러한 현상을 보게 되면 허리케인이 올 것을 예상했고, 지역 공동체가 목전에 임박한 재난에 대비하도록 했다는 사실을 공유했다. 그녀는 피지와 해외 참가자들에게 간단한 형식으로 기후변화와 관련된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이러한 인터뷰에 앞으로도 다시 출연할 것을 약속하며 깊은 관심을 표했다.
지리학, 지질학 그리고 고고학계의 저명한 학자인 패트릭 눈(Patrick Nunn) 교수 역시이 플랫폼에서 그의 연구 성과를 공유했다. 그는 피지의 구전 역사를 기록하여 전통 지식과 구전 역사의 힘을 강조했다. 최근 그와의 대담에서, 그는 로마비티(Lomaviti)주에 있는 오발라우(Ovalau)섬과 모투리키(Moturiki)섬 사이에 가라앉은 섬인 ‘부니 이비 레부(Vuniivi-levu)’라고 불리는 장소에 관해 이야기했다. 지질학자로서 그는 해양 아래의 판 구조 운동으로 인해 이 섬이 대륙붕에서 떨어져 나왔다고 했다. 현재 이 섬은 어디에도 없다. 하지만 그가 인근 모투리키섬에 대한 구전 역사를 조사했을 때, 섬사람들은 여전히 잃어버린 섬과 관련된 구전 역사를 가지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카다부(Kadavu)섬에서도 그는 아직도 존재하는 가라앉은 휴화산에 대한 이야기를 수집했다. 그는 이타우케 사람들에게 구전 역사의 중요성과 영원히 사라져 버릴 위험에 처한 이 역사의 기록 필요성을 상기시켜주었다.
닥터 티와 탈라노아 프로그램은 피지 내 주류 연구에서 공동체 준위까지 정보 공유를 가능하게 했다. 이타우케(iTaukei)어를 사용함으로써 중요한 기후변화 정보가 지역 공동체에 전달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정보는 특히 이주 및 재해 경감과 관련된 의사 결정에 상당히 중요하다. ‘가상 박물관’과 ‘온라인 프로그램’은 잘 연구된 자료의 공유를 보장하는 효과적인 공동체 지원활동으로서 피지의 이타우케 공동체에 이득이 되는, 가장 중요하게는 생명을 구하는데 활용될 수 있다.

참고 자료
1. Karp, I. (1992). Museums and Communities: The Politics of Public Culture. Woodrow Wilson International Center for Scholars. Washington, D.C.: Smithsonian Institution Press.
2. Mead, S., and B. Kernot (1983). Art and Artists of Oceania. Palmerston North: Dunmore Press.
3. Stanley, N. (ed.) (2007). The Future of Indigenous Museums: Perspectives from the Southwest Pacific. New York: Berghahn Boo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