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대
교수, 중앙대학교 비교민속학과

뱀이란 동물은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다. 그렇지만 이 동물을 아시아권에서는 매우 의미있는 동물, 특히 인간에게 복을 가져다 주는 동물로 인식했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인도에서는 뱀을 신으로 모시는 신앙이 전승되고 있으며, 특히 이 신앙이 중국으로 건너와 용으로 발전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뱀은 긍정적인 동물이다. 뱀은 죽지 않고 영원히 살 수 있는 동물로 믿어 왔는데, 아마 뱀이 동면을 하고, 허물을 벗는 생태적인 특징이 사람들로 하여금 영생하는 동물로 생각하게 만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죽지 않고 겨울만 지나면 다시 부활하는 동물이라는 의미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뱀을 몸보신하는 데 가장 으뜸인 동물로 여겨왔다.

Hwangdo boonggi poongeoje, ritual for a big catch of fish in Hwangdo (1985) © Jongdae Kim

이와 함께 뱀은 한 집안의 재물을 관장하는 신, 혹은 한 마을을 보호하는 신으로 좌정하여 왔다. 이것은 뱀이 지닌 생산력을 바탕으로 얻어진 믿음으로, 특히 뱀의 머리는 남자의 성기와 비슷한 형태를 지녀 생산력을 강화하는 데 탁월하다고 믿어 왔던 것이다. 이러한 믿음은 뱀을 풍요를 가져다 줄 수 있는 존재로 인식하여 마을 신으로 자리 잡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인 뱀신앙 전승지는 제주도이지만, 육지에서도 충남 태안군 안면 읍황도리에마을신으로 자리잡고 있어 주목된다. 이들 지역은 섬이라는 지정학적 특징을 보이는데, 그 이유는 섬에 뱀이 많다는 사실과도 무관하지 않다. 특히 황도의 경우에는 뱀을 마을신으로 모시고 있기 때문에 섬 안에 돼지를 키우지 못하는 금기도 있다. 섬 지방에서 뱀신을 모시게 된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의 설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흥미로운 것은 뱀이 용처럼 수신(水神)적인 속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뱀이 풍요를 가져다 주는 존재로서 기능한다는 것이 더 유의미하다고 볼 수 있다.

제주도의 경우 『신증동국여지승람』의 기록에 광양당의 차귀당에 봄ㆍ가을로 사람이 모여 술과 고기로신에게 제사를 지냈다고 하여 그 연원이 오래됨을 알 수 있다. 특히 회색뱀은 차귀신이라고 하여 절대 죽이지 못하게 했다 고한다. 그러나 이런 신앙적인 대상은 점차 소멸되고 대신 본풀이 속에서 잔존하게 되었다. 칠성본풀이나 알당본풀이, 조상신본풀이 등에서 뱀이 등장하는데, 이들은 대개 재물신격으로서 육지의 업에 해당하는 속성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황도의 경우에는 이들과 달리 뱀이 마을신으로 자리잡고 풍어를 관장하고 있다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황도에 뱀신이 좌정하게 된 유래담은 다음과 같다. 황도 사람들은 옛날부터 어업으로 생계를 꾸려가고 있었다. 하지만 바다에 나가면 큰 뱀이 나타나 꼬리로 파도를 일으켜 고기잡이를 할 수 없을 지경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바다에서 간신히 마을로 돌아온 마을 노인의 꿈에 뱀이 나타났다. 뱀은 자신을 뱀왕이라고 소개하면서 뱀신도를 주었다. 그러고는 당을 짓고 이 그림을 걸어 제사를 지내면 해난사고 없이 풍어를 이루게 해주겠노라 하였다. 노인은 마을 사람들에게 꿈 이야기를 한 후 뱀을 서낭으로 모셔 제사를 지내게 되었다고 한다.

뱀이 신으로 자리잡게 된 이후 이 마을에 서는 돼지를 키울 수 없게 되었다. 뱀과 돼지는 상극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사에 쓰는 제물로 소를 잡게 되었으며, 이러한 전통은 현재에도 그대로 이어져 마을신앙으로 정월 초 이튿날 ‘붕기풍어제’를 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