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술루 이사예바
컨설턴트, 유네스코아태무형유산센터

보드게임은 가족이나 친구와의 모임에서 빼놓을 수 없는 놀이이다. 여러 사람이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재미있는 수단일 뿐만 아니라 재정계획의 기초 개념을 세우는 것부터 공동체의 공감대 형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회적 기술을 향상시키는데 도움이 된다는 점이과학적으로도 밝혀졌다.

전통 보드게임은 교육적 활용면에서 큰 잠재성을 지니고 있다. 각 국가마다 그들의 다양한 문화에 담긴 의미와 문제해결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교육용 전통 보드 게임을 가지고 있다. 세계의 다양한 전통보드게임을 접하는것은 개인이 정신, 감정, 도덕, 사회면에서 여러가지 기술을 습득하는 데에 도움이 되며 다른 문화에 대한 지식을 넓히는 것에도 도움을 준다. 이런 점에서 보드게임은 재미있으며 빨리 배울 수 있는 장점을 가진 가성비 좋은 교육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몇몇 전통놀이가 놀이 기반 학습전략에 통합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도시화와 디지털화의 영향으로 그 실천과 전승은 여전히 위험에 처해 있다.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개최된 야외 마스터 클래스에서 토기즈쿠마라크 게임을 하고 있는 어린이들 © Togyzqumalaq Federation, UNESCO

토기즈쿠마라크
중앙아시아 보드게임은 대개 만칼라(mancala) 계열에 속하는 것으로 실크로드를 거쳐 중앙아시아로 들어왔다. 이 게임에서 핵심 규칙은 참가자 두 명이 번갈아 가며 전략게임을 진행하는 동안 각자 상대방의 말을 잡아서 자기 편에 계속 쌓는 것이다. 게임 말은 작은 돌이나 콩혹은 씨앗을 사용하며 땅이나 놀이판에 줄지어 만들어 놓은 구멍을 보드로 이용한다. 요즘에는 게임을 위해 특별히 제작한 보드를 쓴다.

토기즈쿠마라크(togyzkumalaq)는 만칼라 계열의 대표 게임으로 카자흐 전통 보드게임 중 매우 오래된 축에 속한다. 키르기스스탄에서는 이 게임을 토구즈 코르굴(toguz korgool)로 부른다. 토기즈쿠마라크는 키르기스스탄을 비롯해 카자흐스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일부 지역과 투르크메니스탄에서 행해지며, 아프가니스탄 북동부, 알타이, 카카시아(Khakassia), 사카(Sakha), 타르타리아(Tartaria), 투바(Tuva)와 같은 러시아 일부 지역에 사는 키르키스인들 그리고 서몽
골과 중국 북서부의 카자흐 소수민족도 이 게임을 한다.

토기즈쿠마라크는 게임을 하는 도중에 말의 움직임을 기록하는 공식적인 표기 방식을 쓰는데 이는 만칼라 계열 게임들 가운데 유일하게 변형된 형태이다. 전해 내려오는 것 중 가장 오래된 토기즈쿠마라크 보드는 돌로 만들어졌으며, 그 시기는 16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시간이 지나면서 돌로 만든 보드 대신 나무에 새기거나 플라스틱으로 만든 보드를 사용한다.

이 게임은 논리적이고 수학적인 사고뿐만 아니라 인내심 훈련을 위해 고안됐다. 게임을 하는데 드는 시간은 짧게는 30분에서 길게는 5시간 혹은 그 이상이 걸리기도 한다. 중앙아시아 유목민들은 이 게임을 신성하다고 여기며 민속신앙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는 숫자인 9를 기본으로 삼는다. 어떤 사람들은 이 게임을 “목동의 대수학”이라고 부른다. 언어적인 계산 능력을 발달시키는 데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교육적 가치
토기즈쿠마라크는 학습환경을 조성하는 데에 있어서 활용성이 매우높다. 많은 연구를 통해 학습 과정에 토기즈쿠마라크 활용 시 학생들이 수업 성취도가 더 높다는 것이 밝혀졌다. 일부 학교에서는 이미 토기즈쿠마라크를 교과 외 활동 혹은 추가 교과과정으로 시행하여 학생들을 위한 체계적인 교육 수단으로 전통놀이를 활용함과 동시에 카자흐인들의 문화도 소개하고자 했다. 학생들에게 토기즈쿠마라크는 인기 있는 선택 과목 중 하나이다.

토기즈쿠마라크는 신세대 교육에서 특별한 역할을 한다. 왜냐하면 게임 안에서 과제와 목표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즉 게임을 통해 참가자들에게 의미 있는 결정을 하도록 가르칠 수 있다. 토기즈쿠마라크는 기억력, 집중력, 창의성, 관찰력, 그리고 추론능력을 키운다. 이러한 종류의 게임은 집중력에 문제가 있는 과잉행동 아동을 가르치는 데 특히 활용 가능하다. 게임을 통해 그들에게 침착성과 균형감을 길러주고, 어려움을 극복하는 능력을 키우며 설정한 목표를 성취하도록 만드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특히 인내와 지구력 같은 특성은 이 게임의 필수적인 요소이다. 토기즈쿠마라크는 개인의 사고력을 확대하고 계산능력을 강화한다. 보드를 앞에 둔 모든 게임 참가자들은 자신의 인지적 조합을 통해 멀리 보는 능력을 입증해야 한다. 따라서 어릴 때부터 토기즈쿠마라크를 할 경우 깊은 사고력 계발, 지적 대화, 윤리적 소통 그리고 의사결정 능력을 향상하는 토대를 갖출 수 있다.

활성화와 보호 대책
토기즈쿠마라크는 소비에트연방 해체 이후 중앙아시아 국가에서 급속도로 인기를 끌었다. 2004년 카자흐스탄에서는 토기즈쿠마라크 연맹이 활동을 개시했으며 4년 후 국제 토기즈쿠마라크 연맹을 설립했다. 게임을 즐기는 인구 역시 매년 증가하고 있다. 토기즈쿠마라크 전문가에 의하면 이 보드게임은 세계 많은 국가에서 인기를 얻고 있으며, 온라인 게임 가운데서도 선두 주자로 방문자 수가 매우 높다고 한다.

현재 토기즈쿠마라크는 카자흐스탄의 중요한 정신강화 운동으로 자리잡았으며 여러 중앙아시아 정부가 국민스포츠로서 홍보하고 있다. 중앙아시아 국가들 사이에서는 정기적으로 지역 챔피언전이 열린다. 남녀노소 모두 즐기며 시각 장애인용 게임도 제작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카자흐스탄 연방 대통령은 “이 게임이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아쉬운 점이 많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 게임을 학교 교육에 도입해 어린 시절부터 토기즈쿠마라크를 통해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020년 12월 초, 마질리스(mazhilis, 카자흐스탄 하원)에서는 국민스포츠를 학교 정규 체육 과목에 도입하는 수정안을 승인했다. 문화체육부에 따르면 그들은 점차 국민스포츠를 학교 교육에 받아들이고자 시도하고 있으며, 카자흐 쿠레시(kazakh kuresi), 토기즈쿠마라크 그리고 아식 아투(asyk atu)가 우선적으로 도입될 예정이다. 이 외에 어린이와 청년을 대상으로 다양한 강좌와 활동을 제공하는 더 많은 새로운 국민체육예술센터를 다른 지역으로 확대하고 있다. 최근 새롭게 문을 연 아르가 알락(arga alak, 국민스포츠 센터)은 그 중 하나이다. 이 곳은 쉬기스(shygys, 어린이와 청년센터)를 기반으로 만들었다. 어린이들은 이 곳에서 토기즈쿠마라크 이외에도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토기즈쿠마라크와 키르기스스탄의 토구즈 코르골, 그리고 망갈라(mangala) 또는 괴쉬르메(göçürme)라고 불리는 터키의 전통게임이 2020년 12월 14~19일에 화상회의로 열린 제15차 무형유산보호협약 정부간위원회에서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새롭게 등재되었다. 전통지식으로 대표목록에 등재된 것은 향후 이 게임을 홍보하고 전승하는 데 있어 큰 의미를 가진다.

최근 디지털 게임 보급이 증가하면서 교육계에서는 토기즈쿠마라크의 또 다른 활용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다. 토기즈쿠마라크는 디지털 환경에 적합한 게임이다. 왜냐하면 요즘과 같은 팬데믹 상황에서 이 게임은 현장에서 직접 대면하거나 팀 활동을 해야 하는 다른 전통 게임과 달리 온라인 플랫폼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기때문이다. 토기즈쿠마라크는 온라인이나 모바일 앱을 통해 즐길 수 있으며, 이는 젊은 세대에게 놀이 기술을 전승하는 새로운 방식을 촉진한다. 온라인 토기즈쿠마라크 게임 개발자에 따르면 앱에서 전통게임이 가진 모든 특성을 보존하고 차원이 다른 어려운 과제를 제공하고자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교육에서 토기즈쿠마라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교육과정 자체뿐만 아니라 문화인식 제고에도 이점이 있다. 안타깝게도 이미 많은 전통게임이 사라졌으며 보통 사람들은 풍부한 문화유산, 특히 무형유산에 대한 지식 또한 많지 않다. 2003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보 호협약에 기반한 유네스코 계획 중 하나는 공식 및 비공식 교육을 통한 무형유산 종목의 증진과 보호에 관한 것이다. 학교 교육과 토기즈쿠마라크의 통합은 이러한 보호 대책을 활성화하는 데에 직접 기여하고, ‘무형유산에 대해서’ 가르치기보다는 ‘무형유산과 함께’ 가르치는 사례가 될 수 있다.

보드게임의 장점은 비용이 적게 들고, 쉽게 활용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학습 과정이 재미있다는 것이다. 전통게임에 기초한 학습은 참여적이고 상호적이며 교육적인 내용을 통해 젊은 세대가 문화유산에 좀 더 가까이 갈 수 있도록 지도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참고문헌
1. Election campaign chronicles. from News Materials. Available at https://liter.kz/wp-content/uploads/2019/05/liter20190525.pdf
2. Hinebaugh, J. P. (2009). A board game education. Lanham: Lanham: Rowman & Littlefield Publishers, Inc.
3. Pillai, J., Bangkok, U. O., Regional Bureau for Education in, A., & the, P. Learning with intangible heritage for a sustainable future: guidelines for educators in the Asia-Pacific region. In: UNESCO. UNESCO Office Bangkok.
4. Shotayev, Maxat (2015). Toğızqumalaq’s Compositions. Astana (Kazakhstan).
5. The Toguz Kumalak Federation of Kazakhstan http://www.9kumala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