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숙
민속무용학과 교수, 경상대학교

경상대학교 민속무용학과 아시아춤문화연구소는 2019년 11월 11일 미래의 4차 산업시대에 한국 전통춤의 위상을 상상하며 인공지능 로봇과의 만남을 컨셉으로 태평무, 살풀이춤, 동래한량춤, 그리고 진도북춤으로 구성한 전통춤 공연을 가졌다.

무용계에서는 인공지능 로봇과 전통춤을 함께 춘 것이 국내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고 평했다. 김경애 무용평론가는 이번 공연이 로봇과 함께 교감하는 무대였으며, 로봇이 오브제로 등장한 것이 아니라 같은 무대에서 각자의 춤을 보여준 것이 로봇을 춤에 어떻게 도입하고 발전시킬 것인가에 대한 미래 화두를 던졌다고 평가했다.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에는 많은 고민과 노력이 있었다. 과연 로봇과 어떻게 교감을 할 수 있을 것인가? 공연에서 무엇을 느끼고 찾아야 할까? 차가운 고철로 보이는 팔이 하나 뿐인 산업용 로봇과 춤을 춰야 하는 심정은 매우 난감하였다. 우리는 철저하게 로봇에게 우리전통춤의 기법을 입력시켰고, 로봇은 로봇답게 나는 나의 춤으로 무대에서 만나 함께 전통 춤 기법의 콜라보레이션을 만들었다. 시각적으로는 로봇이 오브제(object)로 나타났겠지만 이는 결코 오브제가 아니었다. 로봇과 무대 위 협업자로 교감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무한한 예술적 확장이 일어났다.

나는 언젠가는 기술적으로 인간이 밀려날 수도 있을 것 같은 두려움이 밀려왔다. 작업을 함께한 로봇 공학자인 영산대학교 김태희교수의 꿈은 감성을 가진 춤추는 로봇을 제작하는 것이라고 했다. 사람이 추는 춤의 아름다움을 로봇이 재현할 수 있을까? 로봇이 추는 춤이 아름답다면 그 아름다움은 어디서 올까? 사람의 춤에서 아름다움은 무엇일까? 로봇을 아름답게 춤추게 할 수 있다면 우리는 또 다른 아름다움을 알 수 있을까? 그는 이러한 화두를 가지고 맹렬히 작업 했다.

하지만 우리는 인간의 우월감을 과시하듯 로봇이 세상을 장악해도 감정을 가질 수 없다고 믿고 있다. 특히 사람의 몸짓의 영원함과 정신적 위대함은 언제나 상상 초월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여기서 드러나는 미적 표출과 향유만큼 인간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것도 없다고 한다. 나 역시 그렇게 믿고 있었으나 로봇과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런 생각들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언젠가는 무형유산의 전승도 로봇에게 자리를 넘겨줘야 하는 시기가 다가올까 하는 불안함과 함께 4차 산업 혁명시대를 미리 겁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번 “로봇과 함께 하는 우리춤의 대화” 공연은 어느 날 갑자기 생긴것은 아니다. 2016년 제9회 춤으로 만나는 아시아 공연의 캄보디아 압사라춤에서부터 시작되어 매년 아시아의 한 나라씩 인공지능기법을 접목시켜 본 실험적인 경험으로부터 이루어졌다.

“춤으로 만나는 아시아”는 아시아춤문화연구소에서 2010년부터 시작한 아시아민속춤의 대축제이다. 아시아 국가의 무용과 국제포럼, 거리공연, 문화강좌, 전문가 워크숍, 영상 다큐제작 등을 통해 다양한 국가들과 함께 아시아의 전통과 예술적 감수성을 확인하고 아시아 춤의 미래를 읽기 위해 마련되는 장이다. 아시아 각국 문화가 갖는 독특한 색깔을 다양한 춤으로 변주하여 하나의 축제 형태로 펼쳐 보이는 것이다.

아시아춤문화연구소는 2007년 설립 이래로 아시아의 춤을 발굴, 계승, 발전시키고 국내 및 전 세계에 널리 보급하여 아시아무용예술의 우수성을 알리며, 아시아 무용의 학술, 교육 사업을 통하여 문화콘텐츠를 개발하고자 했다. 이에 아시아전통무용단의 정기공연으로 올해 <로봇과 함께 하는 우리춤의 대화>를 시도하게 되었다. 우리의 전통춤은 먼 과거로부터 전해 내려오며 오랜 동안 축적되어 온 시간을 담고 있으며, 과거와 현재가 융합되어 응축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전통춤이 공학과 만나는 순간 우리는 조심스럽게 다가올 미래를 상상하게 된다. 멀지 않은 미래에 우리는 4차 산업사회를 맞이하며 인공지능과 로봇을 단순한 도구가 아닌 친근한 동반자로 느끼는 삶을 살게 될 것이다. 무대 위에서 펼쳐진 인간과 로봇의 콜라보 공연이 앞으로 우리가 맞이할 새로운 세상을 상징하고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아시아춤문화연구소에서는 지속적으로 무형유산과 인공지능의 융합이 가져올 새로운 콘텐츠개발에 힘을 쏟으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