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리니 사비키
지더스 스쿨 포르 엑셀런스의 교육자

판목 날염은 판목으로 직물에 문양을 찍어내는 기법이다. 문양을 인쇄하기 위해 목판이나 동판에 잉크를 발라 직물에 찍는 것이다. 판목은 주문에 따라 만들어지며 문양을 정교하게 새겨 넣는다. 그리고 만들어진 판목은 1∼6가지 색이 들어가는 문양의 디자인을 찍어내는데 사용된다. 이러한 판목 제작은 인도에서 지난 300년간 이어오고 있다.
인도 구자라트(Gujarat)의 아흐메다바드(Ahmedabad)에서 약 33km정도 떨어져 있는 페타푸르(Pethapur)는 오랫동안 판목 제작에 종사해온 장인들의 공동체가 자리하고 있다. 페타푸르의 판목은 인도에서 최고로 인정받고 있으며 2017년 지리적 표시(Geographical Indication, GI) 585번을 획득했다. 나는 페타푸르를 방문하여 숙련된 장인인 사티쉬 프라자파티(Satish Prajapati)와 판목 제작의 역사와 과정에관해 즐겁게 이야기 나누었다.

사티쉬 프라자파티씨가 블록을 천위에 대고 누르는 모습 © 샬리니 사비키

과거, 무늬 없는 옷을 입는 것을 지겨워했던 여성들은 팔찌를 물감에 담갔다가 그것으로 옷감에 문양을 찍기 시작했다.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은 목수가 다양한 디자인의 판목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바로 이것이 판목 날염 기술의 시작이 되었다. 페타푸르의 판목은 가자르 미스트리(Gajjar Mistry) 공동체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졌다. 프라자파티 공동체의 하리반다스(Harjivandas)는 이 기술을 가자르 미스트리에서 배워 전문가가 되었다. 이후 그의 아들인 고빈달 프라자파티(Govindlal Prajapati)가 이를 이어받아 장인이 되었다. 현재 그는 판
목 제작 기술에 있어서 인도 최고로 인정받고 있다. 바그(Bagh) 인쇄는 그의 노력으로 복원된 염색기술이다. 그는 바그 인쇄를 위해 수많은 판목을 제작했으며, 이 인쇄로 국내외에서 여러 차례 수상하였다.
그의 아들인 사티쉬 프라자파티는 3대째 이 기술을 이어받아 판목을 제작하고 있다. 그는 처음 그의 아버지에게서 기술을 배웠는데, 21세에 처음 입문하여 현재 쿳치(Kutchi) 인쇄용 판목 제작에서 27년의 경력을 쌓았다.
공예가들은 예전에는 튼튼하지만 비싼 쉬샴(Sheesham, 인도 장미목)으로 판목을 만들었다. 현재는 그보다 저렴하고 쉽게 구할 수 있으며 흰개미의 피해도 받지 않는 사그완(티크목)으로 만들고 있다. 사그완은 딱딱하지 않아서 조각하기도 더 쉽다.
그들은 발사드(Valsad)와 간디담(Gandhidham)등 다양한 지역에서 나무를 구한다. 발사드 정글에서 벌목이 이루어지면 그 나무는 경매에 부쳐진다.
가장 높은 가격을 부른 일부 응찰자는 이를 페타푸르에 사는 공예가들에게 판매한다. 공예가들은 다른 도시로 이주해 간 페타푸르의 상인들의 집에서목재를 얻기도 한다. 상인들의 집에는 티크로 만든 기둥이 있는데, 공예가들은 이 나무 기둥을 구입한다. 그들은 이 목재를 평평한 판으로 잘라서 며칠 동안 물에 담가놓는다.
그다음 6~8개월간 완전히 마르도록 둔다.
이렇게 해야 나중에 목재가 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이후 나무판을 작은 직사각형, 정사각형 혹은 타원형의 조각으로 자른다.

사티쉬 프라자파티씨가 만든 판목 프레임 © 샬리니 사비키

그리고 잘라낸 판목들을 다시 3일간 땅콩기름에 담갔다가 완전히 말린다. 이 과정을 통해 판목은 더 단단해진다. 다음 과정은 줄과 같은 여러 도구로 표면을 매끈하게 다듬는다. 라자스탄 지역에서 나는 카라(khaara)돌을 적셔서 윤이 나도록 판목을 문지른다. 완전히 매끈해졌는지 자로 재면서 거듭 확인해야 한다. 판목이 약간이라도 거칠면 인쇄할 때 문양이 제대로 찍히지 않기 때문이다. 문양을 새길 때는 먼저 흰색 포스터 칼라를 판목에 바르고, 그 위에 연필이나 바늘로 새길 문양을 그리는데 항상 이중선으로 그린다. 판목 위의 문양은 인쇄되었을때 문양과 반대가 되는 것을 염두하여 새긴다. 판목에 문양을 그릴 때는 기하학에 대한 지식이 매우 중요하다.

사티쉬 프라자파티씨가 만든 벽 프레임© 샬리니 사비키i

문양은 남겨야 할 부분과 잘라 내거나 버려야 할 부분이 구분되도록 색을 칠한다. 색을 칠한 부분은 남겨둔다. 판목은 끌, 송곳, 나무망치 등 여러 도구를 이용해 조각하며 불필요한 부분은 잘라낸다. 공예가들이 직접 만든 도구들은 세밀하게 조각할 때 사용된다. 이 작업에는 많은 인내와 기술이 필요하다.
그리고 판목에는 공기가 빠져나갈 구멍을 뚫는데, 이는 인쇄할 때색이 번져 문양이 뭉개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맨 나중에손잡이를 붙인다. 판목을 완성한 후 그 위에 잉크를 바르고 직물에 눌러 문양을 찍어낸다.
준비된 판목은 아지라크(Ajrakh), 바틱(Batik), 상가네리(Sanganeri), 쿳치(Kutchi), 바그루(Bagru), 다부(Dabu), 바그 지역과 염료인쇄업자에게 팔린다.
판목은 그 기능에 따라 여러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주요 판목으로 윤곽선 인쇄용은 레크(rekh) 판목, 색을 채우는 데에 쓰이는 것은 다타(datta) 판목, 4가지 색을 채우는 데에 쓰이는 것은 가다(gadda) 판목이라 한다.
인쇄용 판은 동으로도 만든다. 동선은 판목 위의 홈에 끼워 넣는다.
이것이 윤곽선용 레크 판목이다.
보통 판목 한 개로 5,000미터 정도의 직물을 인쇄할 수 있다. 판목의 크기는 1×1인치에서 10×10인치까지 다양하다. 판목 한 개의 가격도 크기, 디자인의 복잡한 정도 그리고 인쇄에 사용되는 색의 수에 따라 300루피에서 25,000루피까지 다양하다.
판목은 사용하고 나면 그때마다 매번 잘 씻어서 실내에서 완전히 말려 손상되는 것을 막는다. 햇빛에 말리면 젖은 나무에 균열이 생긴다. 장인들은 자신들의 기술을 활용하여 메헨디(mehendi (henna))판목, 보석함, 선물상자, 문손잡이, 가구 그리고 장식품 등을 만든다.
과거 페타푸르에는 판목 공예에 종사하는 사람이 약 300명 정도 있었지만, 지금은 젊은 세대가 이직하면서 그 숫자는 점점 줄어들고있다. 그래서 현재 이곳에서 판목 제작에 종사하는 공예가는 약 20명정도에 불과하다. 판목 제작에 들어가는 많은 공력 때문에 가격이 비싸지자 사람들은 판목으로 인쇄된 직물을 사는 대신에 가격이 싼 스크린 인쇄 직물을 선호한다. 판목 날염 인쇄에 대한 수요는 국제시장에서 늘어나고 있지만 페타푸르에는 숙련된 장인들이 부족하다. 판목을 활용한 제품이 더 많이 만들어지고 이 예술에 관심을 두고 배우는 사람들이 늘어나려면 분명 시간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