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카 포마나
부선임프로그램담당관, 통가 관광부 문화유산과
타파(tapa)제작 공예는 하와이, 사모아, 니우에 등 많은 태평양 섬에서 이어져 왔다. 최근에는 피지와 통가가 이 직물의 주요 생산지이다. 통가에서 느가투(Ngatu)1라고 불리는 타파직물은 꾸지나무 히아포(hiapo)의 껍질로 만든다. 이 글에서는 통가의 타파 제작공예, 특히 돋을새김을 하여 타파천에 찍어내는 쿠페시(kupesi, 스텐실)2와 관련된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어 살펴보려 한다.
느가투는 통가 여성들의 콜로아(koloa, 소중한 물품)의 필수적인 물품이다. 탄생, 졸업, 결혼 혹은 장례식과 같이 삶의 중요한 행사를 기리는 의식용 선물 교환에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이다. 통가에서는 여자가 침대 아래 느가투 하나 보관해놓지 않으면 가난한 여자라고 한다. 또한 느가투는 부와 번영을 상징하며 부지런하고 생산적이며 가치있는 여성임을 의미한다. 느가투는 목적에 따라 그에 맞추어 만들어지는데 사회적 지위가 높은 여성들은 언제 느가투를 만들지 미리 계획을 세우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는 다가올 중요한 생애주기 행사나 매년 열리는 교회의 모임과 같은 중요한 종교 행사, 즉위식과 같은 국가적 중요 행사를 미리 예측하여 준비하는 것이다. 느가투 제작은 여자 한사람이 모두 다 할 수 없다. 그래서 코카´안가(koka´anga)라고 하는 제작 과정에서 여러 여성이 함께 모여 페타´아키(feta´aki) 혹은 두드린 나무껍질 천을 이어 붙여서 만든다.
오늘날 느가투 생산은 주로 코카안가 그룹의 여성들이 담당한다. 이들은 만들려고 계획한 느가투의 형태와 크기에 따라 정해진 길이와 폭에 맞게 각자 페타´아키를 두드리고, 덧대어 짜맞춘다. 그 다음 정해진 날, 일주일에 한번 혹은 2주에 한 번씩 코카안가를 연다. 이때 만들어지는 느가투는 그 그룹 내 여성들 중 한사람을 위한 것이 될 것이다. 한 그룹에서 돌아가면서 순서대로 느가투를 만들어 가져간다. 토울랑안가(toulanganga)라는 말은 느가투 하나를 만들기 위해 랑안가(langanga, 페타´아키의 정해진 폭과 길이)를 알려주고 그에 맞추어 협력하여 작업한다는 의미이다.

Piecing together of feta’aki to get required length and width for koka’anga © Culture & Heritage Division, Ministry of Tourism, Tonga
코카안가가 열리는 날 여성들은 정해진 장소, 대개는 마을이나 교회의 강당에 정해진 길이와 폭으로 만든 페타´아키를 갖고 와서 이를 엮어 느가투를 만든다. 그날 만들어진 느가투를 갖게 될 여성은 자신의 느가투에 쓸 쿠페시를 선택해야 한다. 쿠페시는 아무 문양이 없는 페타´아키에 돋을새김하기 위해 코카안가 판에 붙이는 스텐실이다. 매우 다양한 종류의 전통 쿠페시 중에서 선택할 수도 있으며 자신의 기호에 따라 새로운 쿠페시를 디자인하거나 다른 창의적인 쿠페시를 선택할 수도 있다.
피에라케파(Fielakepa)에 따르면(2014:330), 느가투에 적용할 수 있는 쿠페시는 13종류가 있으며 각각은 그 문양의 이름으로 불리는 것이 아니라 쿠페시를 구성하는 선과 도형에 숨어있는 의미와 그것을 만든 사람의 이름을 따서 붙인 것이어서 나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이들 쿠페시 중 2개는 베´에툴리(Ve´etuli)인데 피에라케파는 모래 위에 찍힌 툴리 새의 발자국을 본 따 디자인한 것이라고 했다. 이 새는 계절 따라 섬 해안가에서 볼 수 있는 매우 드문 새이다. 이 쿠페시는 통카타푸(Tongatapu)섬에서 유래한 것이며 쿠페시 중에서 상급에 속한다. 이런 점을 염두에 둔다면 이 쿠페시는 추장이나 왕실 행사를 위해 제작되는 느가투에 사용되었던 것이다. 전통 쿠페시의 두 번째 사례는 파타´오툴 통가(Fata´o Tu´l Tonga)라고 하는 것이다. 이는 가장 오래된 쿠페시로 알려진 것 중 하나로서 투´이 통가(Tu´l Tonga, 왕)의 집을 장식하는 코코넛 실을 꼬아 만든 밧줄 모양을 본 딴 것이다. 누군가의 느가투에 이 쿠페시가 인쇄되었다는 것은 관례적인 의무를 수행하는 기념행사의 선물용으로 지위나 가치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요즘은 코카안가 판 위에 볼록하게 붙인 쿠페시 없이도 느가투를 만들 수 있다. 느가투 하나를 만들기 위해 페타´아키를 이어붙이지만 제작자나 소유주가 어떤 종류의 쿠페시든 자유롭게 그려 넣도록(경우에 따라 전통적인 문양이 될 수도 있고 새로 만든 디자인이 될 수도 있다.) 문양은 새겨 넣지 않는다. 이는 제작자가 느가투에 디자인을 그려 넣을 때 자신의 창의성을 표현할 수 있는 자유를 주는 것이다.
느가투 제작은 통가의 살아있는 유산이며, 지역민이나 여러 지역에 이주해서 살고 있는 통가인들의 느가투에 대한 높은 수요로 인해 꾸준히 제작되고 있다. 지식은 공유되고 다시 공유되면서 돌고 돌아 전승된다.
Notes
1. | ↑ | Ngatu, Cultural wealth of the Kingdom of Tonga. https://artsandculture.google.com/exhibit/ngatu-cultural-wealth-of-the-kingdom-of-tonga-ichcap/NAKi_qPipunBKA?hl=en |
2. | ↑ | Fielakepa, Tuna Kaimanu Tonga. 2014. Kupesi: A creative tradition of Tonga, In Traditional Knowledge and Wisdoms. Themes from the Pacific Islands. UNESCO/ICHCA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