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그메 초덴
연구원, 부탄 문화부 국립도서관아카이브

부탄에서 메밀(Fagopyrum Esculentum)은 토양, 지질, 기후의 변화로 인해 벼 등의 다른 곡물을 재배하기가 쉽지 않은 지역과 고지대에서 주로 재배되는 작물이다. 부탄 전역에서 즐겨먹는 메밀은 조리법이 다양한데 그 중 붐탕현(Bumthang Dzongkhag)의 메밀면인 푸타(puta)가 가장 인기 있는 음식이다.

부탄 중부 해발 2,400~2,600m 사이에 있는 붐탕은 매우 추운 지역으로 기계, 도로 그리고 인력이 없었던 고대에는 토지경작이 매우 어려웠다. 하지만 메밀은 추운 기후에서도 잘 자라는 작물이어서 붐탑(Bumtaps, 붐탕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메밀을 쉽게 재배할 수 있었으며 이를 수확하여 다양한 음식을 만들 수 있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푸타이다.

꽁디망(condiment, 역자 주 : 조리용 양념 혹은 소스를 일컫는 프랑스어)과 함께 내놓는 푸타는 매우 단순한 음식이지만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음식이다. 푸타는 종종 손님들에게 특별한 음식으로 제공된다. 축제나 의식이 치러지는 동안에는 신과 의식을 주관하는 신관(lam)에게 바치는 음식인 촉(Tshok)이기도 하다.

촉은 불교에서 공덕을 쌓고 마음을 정화하여 불성(佛性)을 가리고 있는 무명(無明)을 점차 걷어내기 위한 매우 중요한 행위이다. 공양은 이타주의적 행위이므로 정성을 다해 깨끗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붐탑은 아직도 지역 종교축제에서 푸타를 촉으로 공양하고 있다. 그래서 어떤 의미에서 본다면 푸타는 전통적인 불교관습이 지속되고 있다는 상징으로 볼 수 있다.

Mixing the puta ingredients © Jigme Choden

푸타를 촉으로 공양하는 것은 개인이 공덕을 쌓고 마음을 정화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신에 대한 사람들의 신심을 보여주는 행동이기도 하다. 푸타 공양은 추수하고 난 뒤 이루어지는데 신이 내려준 축원과 보호에 감사하는 뜻을 담고 있다. 사람들은 신에게 푸타를 공양함으로써 다음 해 풍년을 기원하고 마을 사람들의 건강을 빈다. 거의 모든 마을에서 열리는 지역 축제와 의식은 그들을 보호해주고 삶을 지탱해준다고 믿는 신께 감사하는 것이다. 이러한 의식과 축제가 열리는 동안 특별한 공양물로 푸타를 준비한다.

지역축제와 축하의식에서 푸타는 마을에 온 손님을 위해 마련하는 매우 특별한 음식이며 붐탑들에게는 그들 고유의 것으로 자랑스러운 잔치 음식이다. 축제 및 잔치 음식으로 푸타를 준비하고 공양하는 것은 이 음식이 붐탑 공동체와 그들 문화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푸타는 사람들과 그들의 조상들이 기대어 살아온 대지와 전통을 연결해주는 것이다. 힘든 노동을 끝낸 뒤 벌어지는 축제와 축하의식에서 사람들은 한자리에 모두 모여 친목을 도모하고 흥겨운 시간을 함께 보낸다.

붐탕현의 주리(Zhuri) 마을은 푸타와 관련하여 공동체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이다. 주리에서 축제가 열리면 한 집에서 푸타를 준비하여 집집마다 돌아다니면서 푸타를 나누어 준다. 이런 측면에서 푸타는 마을 사람들의 연대감을 강화하고 화합을 증진하는 하나의 특별한 방식이라 할 수 있다. 붐탑의 삶 속에서 푸타가 지니는 독특성과 상징성을 강조하는 것이 바로 이 공양이라는 행위이다.

붐탕지역 사람들에게 푸타는 오래전부터 일상의 음식이자 이들 삶의 일부분이며 이 지역만의 정체성을 보여준다. 따라서 붐탕이 푸타 전통으로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