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술존 미르자크메도프
블록날염 장인, 마르길란 공예발전센터
사이다 아지모바
선임전문관, 우즈베키스탄유네스코국가위원회

직물인쇄는 조각한 나무 도장을 사용해 면이나 실크(치트갈릭, Chitgarlik)에 꽃이나 다른 장식을 인쇄하는 과정이다. 이 응용예술은 고대 이래로 이 지역의 문화적·상업적 교류를 통해 이어져 온 중앙아시아의 공예이다. 이 직물 날염 공예는 실크로드를 따라 전파되어 중앙아시아의 여러 마을에서 번성했다.

국립우즈베키스탄역사박물관에 전시된 칼리코 조각은 수르칸다리아(Surkhandarya)지역 구 테르메즈(Old Termez)의 고고학 유적지에서 발굴되었다. 붉은 면직물에 찍힌 문양과 마름모 모양은 10~11세기경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이 문양 중에는 도자기, 금속 또는 직물과 마찬가지로 그 당시 중앙아시아의 전형적인 전설상의 동물 문양이 포함되어 있다.

중앙아시아 사람들은 탁자보, 담요, 스카프, 커튼, 벽걸이 등 일상 생활용품에 날염 직물을 활용한다. 제작과정은 매우 느리고 시간이 걸리지만 이 예술은 다른 종류의 공예품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독창적이다.

디자이너는 작업하면서 직물에 꽃문양 틀이 잘 맞도록 다양한 모양으로 만들어낸다. 인쇄된 꽃이나 식물 문양은 오늘날까지도 변함없이 남아있다. 단단하게 짠 직물 위에 인쇄된 치트가르(chitgar) 꽃 장식은 아미르 테무르(Amir Temur)의 아내인 비비카눔(Bibikhanum)의 무덤에서 발견된 14세기 직물에 보이는 문양과 거의 차이가 없다. 진보라색 테두리가 둘러진 검은색의 이미지는 그 당시 장인의 최고의 기예를 그대로 보여준다. 그 당시에도 다양한 색과 이미지가 있었지만 가장 인기 있는 것은 진한 파란색으로 장식된 직물이었다.

러시아의 과학자 P N. 네볼리신(P N. Nebolisin)에 따르면 중앙아시아 블록 날염 제품은 러시아에서 높은 품질과 장식 디자인으로 잘 알려져 있었으며 부카라(Bukhara)와 키바(Khiva)의 꽃문양 직물은 14세기까지 의복용으로 수출되었다. 19세기 후반까지 중앙아시아의 블록 날염 직물은 공장에서 생산되는 직물과 경쟁이 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값싼 러시아제 직물이 중앙아시아로 밀려들어 지역시장에서 수제 날염 직물을 몰아냈고 인공염료는 직물의 품질을 떨어뜨렸다.

Working process of the master Rasuljon Mirzakhmedov © Rasuljon Mirzakhmedov

블록 날염에는 “버즈(buz)” 혹은 칼리코라고 하는 면직물이 사용되며 색은 흰색, 검은색 그리고 붉은 색이 있다. 검은색의 날염 틀은 독특한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배나무 조각에 양의 기름을 먹여 1년간 건조시킨 후 꽃문양을 새긴다. 우즈베키스탄박물관에 소장된 대부분의 문양 틀은 배나무로 만들어졌는데 이 틀은 날염 인쇄뿐만 아니라 고대 목조각 예술의 탁월한 사례이다.

일반적으로 장인은 과일과 피스타치오 잎으로 만든 액체에 흰색 직물을 넣고 끓인 후 커다란 탁자 위에 펼쳐놓는다. 다음으로 면유 3리터를 3kg의 밀가루, 10kg의 녹, 5kg의 동물 뼈(대부분은 소의 뼈) 그리고 5kg의 물과 함께 100리터짜리 용기에 넣고 2시간동안 끓인다.

100리터가 7~8리터의 검은색의 액체로 줄어들 때까지 18~20일 동안 계속한다. 마지막으로 끓인 직물 조각에 선을 그어 보아 검은 색이 나면 완성된 것이다. 하지만 회색이 나면 장인은 10리터의 물을 더 넣고 2~3번 정도 더 끓인다.

다 된 검은색 염료에 살구풀을 넣으면 색이 더 진해진다. 이 혼합물을 양모로 만든 스폰지에 적셔 나무틀에 바른다. 그런 다음 나무틀을 흰 천에 대고 나무칼로 두드려 찍는다. 틀로 찍은 천은 한 동안 공기 중에 말린 후 마지막으로 흐르는 물로 헹궈서 남아 있는 염료와 풀을 씻어낸다.

블록 날염에 사용되는 천의 기본색은 밝은 색으로 한다. 인쇄하기 전에 천은 보통 석류껍질과 쪽으로 염색한다. 노란색은 계란나무(일본 벚나무) 꽃만 사용하며 붉은 색은 보통 자스민(Rubia Tinctorum, 루비아 팅크토룸)에서 얻는다.

다행히도 독립 이후 정부와 수많은 국제기구의 지원으로 다양한 우즈베키스탄의 수공예가 복원되었다. 솔리존 아흐마다 리에프(Solijon Ahmadaliev), 라술존 미르자크메도프(Rasuljon Mirzaakhmedov) 그리고 네마툴로크 미르자크메도프(Nematullokh Mirzaakhmedov) 등 10세대 장인들은 마르길란 공예발전센터(Margilan Craft Development Center)에서 전통 블록날염 기술을 보존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리고 본 센터는 국제지원을 통해 블록 날염용 나무틀을 복원하고 있다. 오늘날 젊은 전문가들은 우즈베키스탄의 유네스코 타슈켄트 사무소가 개최한 훈련세션에서 블록 인쇄의 비법을 배우고 있다. 나아가 기능 보유자인 타슈켄트의 압두라쉬드 라키모프(Abdurashid Rakhimov), 사마르칸트의 발로디아 아핫베코프(Valodia Ahatbekov) 그리고 부카라의 말리카 하비보바(Malika Habibova)는 자신들의 기예를 전승하고 자신들만의 기술과 색을 활용하여 블록 날염직물을 생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