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두현
사무처장, 세계탈문화예술연맹
전통문화는 서구화로 이해되는 산업화와 지연공동체의 붕괴로 인하여 전승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도적 장치로 무형문화유산을 보호하고자 하나, 무형문화유산이 가진 특성상 인위적인 보존은 박제화의 위험을 안고 있다. 한국의 경우 역시 무형문화유산이 자체적인 전승기반을 가진 종목은 극히 제한적이다. 대부분의 무형문화유산들은 인위적인 보호 장치를 통하여 연행이 보장된다. 이러한 가운데 무형문화유산 전승이 이루어지는 공간으로서 축제가 주목된다. 그 한 사례로 삼을만한 것이 바로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이다.
탈춤축제의 모태가 된 하회탈은 얼마 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하회마을에서 전승되는 탈춤(탈놀이)에 사용되는 도구였다. 하회탈춤은 또한 하회마을에서 연행되는 축제의 중요한 프로그램이었는데, 이것을 기반으로 1997년 새로이 현대적 축제로 만든 것이 바로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이다. 말하자면 하회탈과 탈춤을 기본으로 하고 한국과 지구촌에 전승되는 탈 관련 콘텐츠를 활용하여 축제판을 널리 펼친 것이다.
따라서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에서 중요한프로그램은 하회탈춤이며 축제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은 하회탈춤에 일차적으로 관심이 있다. 하회탈춤은 안동을 대표하는 브랜드가 되었고, 하회탈춤에 대한 지역민들의 애정은 높아져 이제는 하회탈춤을 연행하는 팀들이 10여개 이상이며 학교에서도 하회탈춤을 가르치고 있다. 덧붙여 현재 한국에서 전승되는 전통탈춤은 20여개 정도이다. 대부분의 전통탈춤은 탈춤축제에 참여하며 이를 통해 대중적인 관심을 받는다. 그리고 세계 곳곳에서 전승되는 탈과 관련된 공연, 연행도 탈춤축제에 초청된다. 말하wk면 전 세계에서 탈과 관련된 콘텐츠가 가장 많이 모이는 곳이 바로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이라고 할 것이다.
무형유산은 연행되었을 때 비로소 전승이 가능하다. 연행은 공연자와 그 공연을 보고싶은 사람을 연결하는 ‘판’이 이루어질 때 가능하다. 그리고 대표적인 연행의 ‘판’으로 축제가 있다. 일상적인 공간에서 무형유산의 연행은 어렵지만, 축제에서는 너그럽고 환영받는다. 축제가 가진 자유와 여유는 문화 이해의 장으로 연결되고 마침내 무형유산의 전승력을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은 탈춤축제에 참여하는 탈과 관련된 인적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세계탈문화예술연맹(International Mask Arts and Culture Organization, IMACO)을 만들었다. 인류는 탈이라는 보편적인 문화도구를 가지고 있지만, 그 어느 것도 같은 조형과 디자인을 가지고 있지 않다. 말하자면 유네스코가 지향하는 문화다양성의 특징을 가장 잘 드러내는 것이 바로 탈이다. 바로 이점에서 탈은 문화의 얼굴이자, 인간 본성과 내면을 드러내는 변화의 도구이다. 바로 이러한 가치와 개념을 가지고 세계인들이 함께 탈과 관련된 문화를 이해하고 미래지향적인 문화 이해의 장을 만들고자 IMACO를 만든 것이다.
현재 IMACO는 크게 세 가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 하나는 탈과 관련된 조형, 탈복장, 탈을 활용한 드라마, 탈을 활용한 무용, 탈을 활용한 제의 등의 탈 관련 자료를 모으고 정리하여 세계인들과 공유하는 것이다. 탈 관련 자료 그 자체가 가지는 의미는 매우 크다. 두 번째는 탈과 관련된 사람들의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이다. 연구자, 제작자, 예술가, 단체, 박물관 등이 서로 연결하여 논의하는 장을 만들어 미래 문화를 창의하는 일이다. 세 번째가 이를 총화(總和)하여 세계 탈 문화지도를 만드는 것이다. 탈은 문화의 상징이며, 기호이며 캐릭터이기에 인류 문화 권역, 공동체 권역의 탈 지도는 그 자체로 문화적 특징을 담아내는 작업이다.
탈춤축제는 축제 그 자체로서도 훌륭하다. 그리고 안동지역 뿐만 아니라 한국의 탈과 관련된 전통 무형문화유산의 계승현장이 되었다. 또한 세계인들이 각각의 전통의 문화유산이 모여서 인류 문화의 다양성과 독창성을 서로 이해하는 장이기도 하다. 나아가 이를 통해 전통문화가 어떻게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가를 검토하는 장이기도 하다. 전통을 계승하여 현대화 한 탈춤축제는 그래서 기대되는 축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