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랑카 호르얀
관장, 크로아티아 흐르바츠코 자고르예박물관

새로운 도전 과제

지난해 크로아티아는 유네스코무형유산보호협약 채택 10주년을 맞아 두브로브니크에서 무형유산 국제회의와 페스티벌을 개최함으로써 무형유산 보호를 위한 세계의 노력에 동참하였다. 지난 10년 동안 수많은 활동이 수행되었지만 변화에 민감한 무형 자산을 어떻게 보호하고 증진할 것인가 하는 기본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채 남아 있다.

최근의 프로젝트인 ‘크로아티아의 매력’은 무형유산 증진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 이 프로젝트는 순차나 마티체(Sunčana Matić)가 시작했다. 그녀는 자연보호, 관광, 스포츠 등 다양한 문화유산 분야의 동료들을 한자리에 결집시킨 유산 전문가이자 운동가다.

프로젝트의 목표는 유 · 무형 유산은 물론 사람들의 관심과 활동, 생태 측면의 자연 보호, 지속 가능한 발전을 토대로 한 경제 성장의 잠재성 등 특별한 관광 경험을 집대성한 세계 최대의 관광 카탈로그 제작이다. 언론은 ‘크로아티아의 매력’ 프로젝트를 비중 있게 보도하였고, 카탈로그는 국가무형유산 발표와 더불어 크로아티아 전역에서 홍보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홍보 문제는 무형유산과 관련한 많은 문제 가운데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우리가 현재 우려하는 또 다른 중요한 문제는 무형유산을 오늘날 각 공동체의 요구와 어떻게 연계시킬 수 있느냐이다.

크로아티아의 많은 농촌 지역은 이촌향도 현상으로 인구가 감소하는 등 급격한 변화에 직면해 있으며, 이는 무형 자산의 보호를 비롯하여 향후 발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변화들은 또한 우리가 기록화와 보호 활동 및 공동체 내의 무형유산 발전에 인적 · 물적 자원을 투입해야만 할 경우 우리가 가치 있다고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가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에 관심을 기울이게 한다.

주요 문제는 전통 유지를 위해 자신들의 기술과 지식을 지속 활용해야 한다고 지역민들을 설득하는 것이다. 유산과 관련한 가치를 이야기할 때 우리는 종종 세 가지를 염두에 두고 있다. 본질적 가치, 제도적 가치, 도구적 가치다.1
하나의 문화유산 종목이 지닌 정체성, 전통 또는 유산과 관련된 측정이 어려운 본질적 가치 외에 제도적 가치 및 도구적 가치에는 유형의 특징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사회는 관련 전략을 수립할 때 무형유산과 관련된 주요 목적을 먼저 선별한다. 그러나 전통 무형자산에 생명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필요한 기술을 보유하고, 나아가 이 기술을 알리고 전승할 수 있는 사람에게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전통 기 · 예능 보유자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젊은 세대가 관련 지식을 습득하고 미래의 직업으로 선택하도록 그들의 관심을 유도하는 것이다.

보통 한 사회가 사회 발전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어쩌면 위선인지도 모른다. 우리가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할 때 중요한 것은 이러한 문제들이 단순한 경제적인 문제만은 아니라는 점을 아는 것이다. 관련 기예 습득에 수년의 시간을 보낸 사람들은 자신들의 일평생 생계유지 수단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생산품을 팔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한 사회에서 전통문화는 디지털 시대에 태어난 젊은 세대가 소중하게 여기는 오늘날의 가치와 유행 속에 무형유산을 통합하는 역할을 한다는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 오늘날의 수많은 직업학교는 취업률이 훨씬 더 높음에도 다소 수준이 낮고 잘 알려져 있지 않다는 이미지 때문에 학생들을 끌어 모으는 데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그래서 내가 흐르바츠코 자고르예 농촌 마을에 도입하고자 한 활동을 수행함에 있어서 새로운 기술과 경향은 온라인 커뮤니케이션만큼이나 중요한 역할을 한다. EU 프로젝트 ‘이컬트밸류(eCultvalue)’는 문화유산 기관들의 시장 개척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이 프로젝트의 공헌 중 하나는 ‘이컬트옵서버토리(eCultObservatory)’2를 구축한 것이다. 이는 다양한 이해 당사자들이 자신들의 필요에 맞는 정보와 사업의 해결 방안을 교환할 수 있는 상호 활동의 장이 될 수 있다.

흐르바츠코 자고르예 지역의 사례 연구

한편으로는 무형유산의 풍부함을 유지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소지역 단위의 개발에 적절한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지역 무형유산, 박물관, 창작 산업 및 문화유산 기념물 분야의 사기업이 참여하는 몇 가지 흥미로운 프로젝트가 시행될 수 있었다. 이로써 새로운 강점들이 만들어지고 새로운 기회가 주어졌다.

개별 현상은 젊은이들을 작은 마을로 유인할 수 있는 잠재력을 거의 갖추지 못한다.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다양한 행사를 조직하기 위해서는 좀 더 주도면밀한 프로젝트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아래의 두 가지 서로 다른 공개 행사가 열렸다. 각각 규모와 경쟁의 정도는 다르지만 두 행사 모두 EU의 자금 지원을 받았다.

사랑이야기박물관

사랑은 모든 사회 계층과 문화가 공유하는 보편의 가치이자 인간의 가치다.3 또한 역사, 정치 또는 문화에 깊이 뿌리내린 이야기에서부터 시인이나 작가들이 만들어 낸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솟아나는 이야기의 원천이다. 이 모든 풍부한 이야기가 라즈보르(Razvor) 마을의 바로크 양식으로 지어진 사랑이야기박물관 개념 형성에 영향을 주었다.4
풍부한 지역 민담, 동화, 전설은 관련 수집품뿐만 아니라 개인의 이야기 및 추억과 수다거리, 음악, 노래와 하나로 연결될 것이다. 이 박물관은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실험실이 될 것이며, 박물관 안에서 뿐만 아니라 ‘야외활동’을 통해 유산을 관객에게 소개하는 하나의 모델이 될 것이다. 이는 의사소통 방식에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는 것이다. 이 주제를 중심으로 사회 네트워크를 통한 참여가 적극 지속될 것이다.

이 프로젝트에서 중요한 것은 전문가들이 프로젝트 이행에 책임을 지고 프레젠테이션과 주제의 질을 관리하는 한편 진부하고 평범한 해결책을 내놓지 않는 것이다.

가장 큰 어려움은 세대 간 구전으로 전승되어 온 지역 민담을 수집하여 이를 어떻게 문서화한 기억으로 제시하는 데에 있다. 오늘날의 경향은 사람들이 잘 받아들일 수 있는 흥미로운 방식으로 기억의 문화를 제시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서사 구조가 전통 문화 및 명확한 유물과 관련이 있을 때 유효하고 새로운 맥락을 제공한다.

전시 역시 이런 종류의 무형유산과 관련된 구전 전통, 민담, 전설 또는 개인과 관련된 이야기 등 용어 간의 차이점을 다루게 될 것이다. 이는 문서, 디지털 기록, 박물관 유물 등 다양한 정보 자료를 축적함으로써 향후 박물관이 지향하는 교육 목표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다.

히자코벡(Hižakovec)-국가영웅 마티야 구벡(Matija Gubec)마을

메드베드니카(Medvednica) 자연공원 내에 위치하고 있는 히자코벡 마을은 크로아티아의 영웅 마티야 구벡이 태어난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구벡은 16세기 봉건 영주에 대항하여 반란을 주도한, 전설의 농민 왕이었다.

2001년만 해도 이 마을에는 약 30가구만 있었을 뿐 많은 전통 농장과 오두막들이 버려져 있었고, 이후 점차 폐허로 변하였다. 그러나 2005년에 이 마을을 구전역사, 전통문화, 독특한 자연을 배경으로 하는 관광지로 탈바꿈하기 위한 공동 기획이 시작되었다. 이 계획은 인근 마을과 농민봉기박물관의 공동 기획으로 시행되었다. 마티야 구벡의 전통 가옥은 인근의 구벡 라임나무 아카이브5, 전통 포도밭과 더불어 항시 관광객이 찾는 관광지로 조성됐다.

1573년에 일어난 농민봉기 이야기는 크로아티아 역사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으며, 이를 주제로 많은 활동과 행사가 개최되기도 한다. 마티야 구벡은 모든 명분 있는 전쟁의 대명사가 됐다.

매년 2월에 재현되는 스투비카 전투(Battle of Stubica)는 히자코벡에서 시작해 마지막 전투가 벌어진 전장에서 끝을 맺는다. 수많은 지역 민담, 시, 소설이 이를 주제로 하고 있다. 많은 예술가 역시 자신들의 작품 속에 이 역사의 한 장면을 담아낸다. 가장 유명한 것이 마티야 구벡 기념물이다. 이는 폭 40m의 청동부조로, 한가운데에 농민의 왕 조각상이 새겨져 있다.

2013년에 반란 440주년을 기념하여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이 기념물의 스토리텔링이 기획되어 농민반란에 관한 구전 전통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유명한 페트리카 케렘푸(Petrica Kerempuh)의 발라드, 영화, 음악의 삽입 부분을 활용하여 이 사건을 이미지로 해석하고 공연예술, 역사서, 새로운 기술과 접목하였다. 이 프로젝트는 ‘구벡 극장(Gubec Theatre)’으로 명명되었으며, 전국대회에서 은상을 받았다.

오늘날 히자코벡은 주거 건축으로 유명하다. 일부 목조 가옥은 전통과 예술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새롭게 단장되었다. 내부는 전통 장인의 감독 아래 꾸며졌고, 진흙과 지푸라기로 만든 벽은 프린팅 롤러로 페인트칠하였다. 가옥 내의 물건들은 관광객들이 전통 놀이를 할 수 있도록 제공된다.

이곳에서 벌어지는 전통 놀이는 지역 학교의 관심 주제가 되고 있다. 전통 정원 가꾸기 역시 전통지식을 활용한 환경 보호 시도로 널리 권장되고 있다.

현재 마을의 젊은 사람들이 사는 집은 최신 생활용품을 갖추고 있으며, 더 큰 마을에서 이 마을로 새롭게 이주해 오기도 한다. 많은 사람이 그들의 전통 오두막을 헐고 벽돌이나 콘크리트로 새로 건물을 짓기보다는 잘 보수하여 단장하기를 바라고 있다. 이는 어떻게 하면 지역민, 유산 및 관광 전문가들이 협력하여 무형유산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프로그램을 마련할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Notes

1. 2003협약 제2조
2. 이 온라인 사이트는 www.ecultobservatory.eu에서 확인할 수 있다
3. 이 박물관 프로젝트는 고랑카 호르얀과 이 박물관에 대해 함께 구상한 토미슬라브 솔라가 초안을 작성한 ‘글로벌 사랑 박물관’ 계획을 통해 수행되었다.
4. 이 프로젝트는 호평을 받았으며, 최종 승인을 받기 위해 국립박물관위원회에 제출되었다.
5. 450년 수령의 라임나무 묘목장이 만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