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판 M. 크라우스(Stefan M. Krause)
미크로네시아 연방 민족인류학자
미크로네시아 연방(FSM, Federated States of Micronesia)에서 실시된 유네스코의 무형유산 프로그램은 얍(Yap)제도를 시작으로 매우 성공적으로 시행되었다. 얍 제도는 미크로네시아 연방국 중 최초로 유네스코의 무형유산 프로그램 시행이 지정된 나라이다. 최근에는 유네스코 무형유산 워크숍을 처음으로 개최하였으며 얍 제도 전역에서 많은 참여를 이끌어내었다. 그리고 이는 얍 제도가 지닌 무형유산의 가치를 대외적으로 인정받고, 보호할 가치가 있는 자산으로서 무형유산에 대한 논의에 지역민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되었다. 시작단계에서부터 가장 강조되었던 것은 얍 제도의 무형유산의 관리 운영은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이며 이 때, 유네스코와 필자와 같은 다른 외부 조력자들은 필요한 경우에만 기술적, 물질적 지원을 제공하기로 하였다.
얍 제도의 시민들은 무형유산이 지역차원에서 관리 운영되어야 한다고 주장함으로써 그들 나름의 방식으로 무형유산 관리에 대한 접근방식을 개발하고 그 과정에서 주도권을 행사하고 있다. 실제로 그들은 시대적 요구를 반영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무형유산의 가치를 규명하고 무형유산의 개념도 재정의하고 있다. 그러한 방식들 중 하나가 무형유산이라는 용어를 얍 제도의 지속가능한 개발의 핵심 개념으로 사용하기 위한 전략을 논의하는 것이다. 인근 팔라우 공화국은 최근 그들의 해양 및 육상 환경을 국제 관광시장에서 전망 있는 사업으로 규정하고 국가 자원으로 보호해오고 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의 성공을 접한 일부 얍 제도 사람들은 무형유산이 그들의 자랑스러운 유산을 세계에 홍보하고 위험에 처할지도 모를 그들의 무형유산 종목을 보호하는 데에 지역적 차원에서 집중적인 노력을 이끌어낼 완벽한 상징이 될 것이라고 여긴다.
얍 제도의 많은 사람들은 무형유산의 개념을 내재화하고 있으며 그들의 현재 담론 속에 녹여내고 있다는 것은 그리 놀랄만한 일도 아니다. 얍 제도가 이미 문화 보존을 장려하고 제도화하는 전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마을 주민들은 얍의 날(Yap Day) 행사를 앞두고 여러 달 동안 춤이나 다른 공연 연습에 참여하는 등 그들의 유산을 보호하는 일에 적극적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이어온 얍의 날 행사는 지역민과 방문객 모두에게 얍의 문화적 전통을 소개해온 국가적 차원의 전통적인 연례행사로, 이를 통해 그들의 문화적 전통을 생생하게 유지해오고 있다. 아주 최근에 조직된 연례 축제인 카누축제와 귀향환영회 역시 며칠에 걸쳐 진행되며 그 기간 동안 문화유산이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이 모든 지역 차원의 제도와 행사들은 무형유산이 어떻게 지속가능한 사회 발전에 진정으로 가치 있는 일이 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그리고 유네스코의 지원을 받기 시작한 무형유산제도 운영을 위한 집중적인 노력을 계기로, 얍 제도의 공동체들은 여러 행사 기간에 소개되지 않을지는 모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동체에게는 지켜야 할 가치가 있는 무형유산 종목들을 발굴, 지정하기 위한 수단과 자원을 좀 더 잘 갖추게 될 것이다
얍 제도에서 이루어지는 노력을 지켜보며, 무형유산 자문위원으로서 무형유산이란 우리가 가치를 부여하고 관심을 갖는 문화 종목뿐만 아니라 우리가 공유하는 일상생활의 관습, 지식, 표현을 문화 정체성이라고 부르는 것에 하나로 통합하는 과정임을 깨달았다. 이는 결국 우리가 무형유산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어쩌면 자명한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특정 영역에 딱 들어맞는 요소로 무형유산을 개념화할 때, 우리는 그것을 객관화하는 과정에서 그 형태와 의미가 화석화되지 않도록 이들 문화적 표현들의 살아 움직이는 특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무형유산이 변화한다는 점을 인지할 때 우리는 문화유산을 유지하고 전승하는 과정에서 한 문화의 각 구성원이 지니고 있는 개별적인 능력을 더 잘 깨달을 수 있다. 그것은 가장 중요한 것은 문화 그 자체가 아니라 사람이라는 점을 상기시킨다.
이렇게 사람과 운영과정에 모두 특혜를 제공함으로써 우리는 문화관습과 전승을 관리하는 지역 차원의 운영 과정에 무형유산 프로그램을 정착시키는 일이 중요함을 확인하게 된다. 왜냐하면 그것이 우리가 지원하고자 하는 생산적인 과정, 즉 지속적인 사회 발전이라는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유네스코가 개방적이고 완전한 참여 방식을 장려할 뿐만 아니라 프로그램의 이행을 위한 운영 과정에 있어 지역 공동체에 권한을 부여하는 일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포괄적 협력은 절차를 민주화하고 건전한 참여를 장려하며 미래의 무형유산 보호 및 보존 활동에 지속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기 때문이다.
미국 국립공원관리청과 미크로네시아 연방의 지원과 더불어 유네스코가 지원한다는 것은 얍 국민들이 이미 알고 있는 사실, 바로 그들의 무형유산의 가치가 인정받았다는 의미이다. 그와 동시에 이렇듯 외부세계가 그들의 문화유산을 인정했다는 것은, 이미 약속된 지원을 바탕으로 그들의 문화유산을 어떻게 하면 가장 잘 관리·운영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더욱 격렬하고 반성적인 담론을 만들어 내는 시작이기도 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역 공동체가 운영과정에 대한 완전한 관리권을 소유한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얍 제도 내에서 이루어지는 노력이 성공적이고 동시에 지속가능할 것이라고 확신하는 데에 커다란 도움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