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야 라이
이사, 네팔 매듭공예 센터
샴 바단 슈레스타(Shyam Badan Shrestha)는 어려서부터 호기심이 왕성해 새로운 것을 배우기 좋아하는 소녀였다. 1968년 과학 교사가 된 그녀는 방과 후 특별 활동으로 아이들에게 공예를 가르치기도 했다. 그러다가 학교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한 마크라메 공예 책으로 매듭 공예품 만드는 법을 스스로 터득하고는 1980년 교직을 떠난 후 네팔 시장에 마크라메 기술을 본격적으로 소개하기 시작했다. 마크라메에 대한 그녀의 꾸준한 관심은 네팔 매듭공예 센터(Nepal Knotcraft Centre) 설립을 통한 사업으로 이어졌다. 샴의 노력으로 마크라메는 당시 카트만두에서 인기 있는 공예 기술로 성장하였다.
1990년대 네팔과 인도 간 무역 금수 조치로 마크라메 공예에 쓰이는 면 끈의 수입이 13개월이나 중단되었다. 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당시 공예가 수가 50명에 달하던 네팔 매듭 공예 센터를 지원하기 위해 샴은 자국산 대체재를 찾으려고 네팔 각지를 돌아다녔다. 그 과정에서 직조에 능숙한 마을 여성들이 각종 토종 식물을 끈으로 엮어 사용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구릉지대의 소수민족 집단이 생산하는 아름다운 직조물을 통해 예로부터 전해져 내려온 네팔의 직조 문화유산을 만난 순간이었다.

개량화된 직조기로 수쿨(sukul)을 짜는 여인 © Maya Rai
그렇게 샴은 마크라메에서 천연 섬유와 직조 개발로 눈을 돌리게 되었다. 이후 섬유 공예 발전에도 몰두하면서 이 기술로 여성들이 수입을 올려 지위를 향상하는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샴은 여러 마을 공동체의 공예 기법과 토종 식물 섬유에 대해 조사하고, 토착민들의 직조, 매듭짓기, 실 감는 기술도 연구했다. 그 과정에서 카트만두 구릉지 마을 여성들이 흙바닥을 덮는 용도로 제작한 볏짚 수쿨(Sukul) 매트에 주목했다. 볏짚으로 만든 매트는 얇고 먼지가 쉽게 쌓인다. 게다가 빨리 닳는다. 볏짚은 가축 사료로도 가치가 있다. 이에 비해 네와르족(Newar)이 역방향 꼬기 기법(counter twine method)으로 만든 매트는 더 두껍고 내구성이 뛰어난 데다 농업 부산물인 카다멈, 파피루스, 부들 등의 섬유로도 제작 가능하다는 사실을 샴은 알게 되었다. 역방향 꼬기 기법을 다른 마을에 전수했을 때 얻게 될 실용적, 경제적 혜택도 커 보였다. 집단지성이 되어 직조 기술이 개선된다면 제품 가치도 올라가고, 농업 부산물도 더 많이 재활용할 수 있으며, 고급 직조 기술 개발로 더 많은 수입을 올릴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역방향 꼬기는 현대 사회에 널리 알려진 직조 기법이다. 이 기술이 마을 공동체에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한 샴은 2001년 테라이(Terai) 지역의 한 마을에 기술 훈련 프로그램을 개설했다. 그곳에서 여성들에게 역방향 꼬기 기법으로 수쿨 만드는 방법을 가르쳤다. 테라이 여성들은 ‘파테르(pater)’라 불리는 파피루스 식물로 ‘차타이(chatai)’ 매트를 만들었다. 파테르는 습지대와 강가에서 자란다. 길고 부드러운 성질을 지닌 파테르 섬유로 매트를 만들면 직조하는 과정이 더 부드럽고 매끄러워 작업도 빠르다. 다른 마을에 기술을 이전하는 일은 쉽지 않았으나 이 기법이 서서히 보급되면서 마을 사람들도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의 가치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오늘날 이 기술은 많은 마을 공동체의 주요 수입원으로 자리를 잡았다.
공예 부흥 운동에 관한 관심이 커지면서 가계에 보탬이 되는 여성이 많아졌다. 샴은 이러한 움직임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세계 경제에서 여성의 역할 증대를 도모하고 이를 위한 준비도 했다. 산지에서 카다멈을 대량 발견한 그녀는 실험을 통해 이것이 훌륭한 직조 섬유임을 알게 되었다. 2007년에는 네팔의 구릉 지역인 단쿠타, 타플중, 그리고 람중의 여성들에게 네와르족 기술을 전수하였다. 이곳 농부들은 카다멈을 향신료로 대량 생산해 여러 국가에 수출하였다. 이전에는 카다멈의 농업 부산물을 강물에 버려 천천히 썩게 두었기 때문에 사용 가치가 없었지만, 지금은 카다멈 식물로 여러 실용적인 제품을 만들고 있다. 그 결과 많은 단체가 이를 수입 창출 수단이자 친환경 사업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처럼 재활용을 통해 농업 부산물의 사용 가치를 올리고, 시장, 기술, 디자인을 개발에 접목시켜 이를 지속 가능한 사업으로 키울 수도 있다. 직조는 단순 행위가 아니다. 마을 대대로 내려온 전통이자 문화이지만, 치열한 경쟁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변화가 필요한 생활 양식이기도 하다. 시장 개념과 디자인 트렌드에 대한 이해 없이는 지속가능성도 위협을 받는다. 샴은 공예를 “문화 정체성의 중요한 한 형태”라고 말하며 공예 교육과 홍보에서 지속가능성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한다. 많은 사람들이 네팔 마을에서 구한 토종 식물과 새롭게 배운 네와르족 역방향 꼬기 직조 기술을 통해 수입을 올리고 있고, 이 기술을 네팔 마을에서는 ‘카트만두 직조’라 부르고 있다.
현재 문화 교류 차원에서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직조 공예에 관한 관심은 네팔 마을 여성들의 뛰어난 손재주와 사업 수완을 세계에 알릴 좋은 기회이다. 네팔의 지역 경제를 키우고 여성들의 사업, 디자인, 기술 혁신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분야로 직조는 엄청난 잠재력을 품고 있다. 이처럼 카트만두 직조 기술은 네팔의 자연, 문화와 공동체를 더욱 긴밀하게 연결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NOTES
1. G. P. Vasilyeva, “Species of the women’s folk arts of Turkmen (their role in interethnic contacts)”, Journal of Ethnographic Review, Institute of Ethnology and Anthropology of the Russian Academy of Sciences. The author generalizes data on the folk arts that she collected during her expeditions to Turkmenia in the 1940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