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조
소장, 유네스코 방콕사무소
바네사 아칠레스
담당자, 유네스코 방콕사무소 문화부

2013년 유네스코 방콕사무소는 이슬라마바드, 하노이, 아피아, 타슈켄트 사무소와 공동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하였다. 이 프로젝트는 지속 가능한 발전에 관한 인식 제고 교육법의 하나로써 무형유산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인가를 시험하는 것이었다.

일본 정부의 재정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프로젝트 활동은 ‘지속 가능한 발전 교육 10년(2005~1014)’이라는 주제에 맞추어 이루어졌다. 시범 프로젝트를 통해 교사용 지침서와 시범강의 계획서가 만들어졌으며, 이는 교사들이 지역 지식 및 관습에 토대를 둔 교육자료 개발에 좋은 안내서가 될 것이다. 파키스탄, 팔라우, 우즈베키스탄, 베트남의 17개 학교가 이번 시범 프로젝트에 참여하였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히 문화만을 내용으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기존 교과 과목의 교육을 풍부하게 할 자료로의 무형유산 활용에 초점을 두었다.

1. 왜 무형유산과 지속 가능한 발전 교육인가?

2003년에 유네스코는 무형유산보호협약을 채택하였다. 2003협약은 문화유산이란 기념물, 유물 수집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국제 사회가 받아들인 것이다. 문화유산에는 구전 전통, 공연예술, 사회관습, 의례, 축제, 자연 및 우주 관련 지식과 관습, 전통공예 제작 관련 지식 및 기술 등 우리가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아 후손에게 전해 주어야 할 전통 또는 살아 있는 표현물이 포함된다.

무형유산의 중요성은 문화 표현 그 자체가 아니라 무형유산을 통해 세대 간에 전승되는 풍부한 지식과 기술이다. 공동체가 이를 자신들의 유산으로 인식하고 분명한 정체성의 일부로 간주하는 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무형유산은 공동체에 기반을 둔 비공식의 지식 공유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동시에 정규 학교 교육의 일부가 될 수도 있다.

지속 가능한 발전이란 미래 세대의 필요 충족을 희생시키지 않으면서 현재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발전으로 정의된다.(WCED, 1987)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합리화 방안은 후세대에게 이의 중요성에 관한 인식 제고다. 이러한 접근법은 교육 체계 속에서 꾸준히 추진되어 왔으며, 지속 가능한 발전 교육 10년을 통해 시행되어 왔다.

공동체는 사회, 경제, 환경 분야의 상호작용을 통해 형성된 복잡한 시스템 속에서 진화하고 있다. 이 세 가지는 지속 가능한 발전 교육(ESD: Education for Sustainable Development)의 중심축으로써 인간의 가치와 신념, 즉 무형유산에 상당한 영향을 받는다.

확고한 무형유산 관습은 학교 교육과 결합될 때 공동체 사회 및 학교 간의 연대를 촉진하고, 그 결과 무형유산 보호에 기여할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학생들이 자신들의 문화 관습과 사회, 경제, 환경 자산 간의 관련성을 분석할 수 있게 한다.

2. 무형유산과 지속 가능한 발전 교육의 통합 – 시범 국가에서 얻은 교훈

4개 시범 국가들은 각자 자신들의 상황에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프로젝트에 착수하였다. 이러한 접근법에 관심이 있는 다른 국가들은 자신들에게 맞는 방식을 찾아야만 했다. 하지만 이 시범 프로젝트를 시행하면서 얻게 된 중요한 경험은 길잡이나 자극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다음과 같이 요약, 정리하였다.

2.1. 다분야에 걸친 노력

상황별 활동을 원활하게 이행하기 위해 국내의 문화, 교육 등 다양한 분야의 활동가들이 포함된 팀이 구성되었다. 프로젝트의 성패는 정부 기관, 교사연수 기관, 연구소, 학교 등 협력 기관과 지식 보유자, 원로, 부모, 공동체 지도자, 교사, 문화협회 등 공동체 협력자들 간의 긴밀한 협력 여부에 달려 있었다.

공동체 협력자들은 문화 흐름과 역사를 이해하고 지역의 무형유산 정보를 정확히 확보하는데 중요한 정보원이었다. 기관 협력자들은 현실에 맞는 교육 내용의 이해를 제공하고 새롭게 개발된 자료를 기존의 교과 과정과 연계할 수 있도록 지원하였다.

2.2. 무형유산 관련 정보 수집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바로 지역의 무형유산이 교과 과정에서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지역의 무형유산을 먼저 이해해야 하는 것이었다. 2차 정보는 대개 출판물이나 인터넷을 통해 입수가 가능하다. 하지만 이는 교사나 학생들에게 전후 상황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프로젝트 협력자들은 교사와 연행자들 간의 만남을 기획하거나 현지 공동체 조사로 지역 공동체 구성원들에게서 가능한 한 많은 1차 자료를 얻기 위해 노력하였다.

이러한 접근법은 또한 중요한 무형유산의 기록화에 도움이 되기도 하였다. 예로 우즈베키스탄의 전통 악보, 팔라우 문화의 중요 자료, 파키스탄의 서체, 베트남의 나전공예 조상을 기리는 축제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무형유산을 조사하는 일은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업이며, 적절한 방법론을 활용하여 수행되어야 한다. 따라서 교사들이 이 작업에 지나치게 부담을 느끼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지역 문화 기관과 협력하여 수행할 필요가 있다.

2.3. 교과 과정 분석 및 틀 구축

이미 많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교과 과정 개혁이 쉽지 않다는 현실에 비춰볼 때 먼저 제안된 활동을 기존의 교과 과정과 교과목에 도입하는 것이 매우 중요했다. 프로젝트 팀은 국가별 상황에 가장 적합한 시작점을 찾기 위해 교과 과정의 틀 구축 작업에 착수하였다.

강의 계획은 학술 주제, 무형유산 관습, 지속 가능한 발전 교육이라는 세 가지 원칙에서 접근하였다. 예를 들어 팔라우에서는 기존의 과목인 팔라우학(Palauan Studies)이 자연스럽게 시작점이 되었다. 파키스탄과 베트남 팀은 우선 대상 공동체 내의 중요 무형유산을 확인하여 지역의 지식이 어떤 강의에 도움이 될지를 조사하였다. 우즈베키스탄의 경우 학생들은 특정 무형유산, 즉 민속음악과 민속놀이에 관심을 표하였다. 이 두 가지는 각각 음악과 체육 수업과 연계하여 연구되었다.

그럼에도 정규교과목 지식, 무형유산 종목, 지속 가능한 발전 교육이라는 세 가지 원칙을 반드시 강의에 통합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했다. 말하자면 생물 수업에서는 특정한 신체 기능과 관련된 음식 선택에 활용되는 전통 지식을 조사하고 소비 합리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2.4. 강의계획 개발

일단 무형유산-지속 가능한 발전 교육(ICH-ESD)의 통합을 위한 접근법이 결정되면 강의 계획 개발 때 고려해야 할 다음 단계는 학습 목표를 명확하게 하고 관련 교수법과 활동을 기획하여 강의 계획을 시범 운영해 보는 것이다.

각국의 프로젝트 팀은 ICH-ESD 단계에서도 학습 목표를 분명히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강의 계획은 학생들로 하여금 이건 타당한가, 이 활동이 다음 세대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등과 같은 질문을 던지도록 함으로써 지속 가능성 문제와 관련하여 교과목에 도전의식을 갖도록 할 필요가 있었다.

실용 학습 및 문제 해결과 관련된 실천 학습법 등 흥미로운 교수법 및 학생 중심의 활동이 학생들에게 상당한 효과가 있음은 이미 오래전에 입증됐다. 그러한 방법론들은 특히 학생들이 실천 방식으로 무형유산을 탐구하는 강의에 잘 들어맞았다.

파키스탄과 팔라우 시범 팀은 교실에서 습득한 지식을 확인하기 위해 현지 조사를 수행하였다. 무형유산 전승에서 공동체가 담당하는 중추 역할을 강조하기 위해 파키스탄과 베트남에서는 지식 보유자들을 초청하여 교사들과 함께 작업하면서 수업에 활기를 불어넣기도 하였다. 또한 시간 제약 때문에 시도하지는 못했지만 구상하고 있는 또 다른 접근법은 학생들이 공동체에서 개인 프로젝트나 연구 과제를 수행하도록 장려하는 것이었다.

일단 수업 계획이 개발되면 동료 교사나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업시간에 이를 시험 운영하였다. 이러한 테스트 과정은 교과목과 관련된 무형유산의 지속 가능성, ESD, 공식 교과과정 관련 수업 계획의 실현 가능성, 무형유산 지식의 정확성 및 수용 가능성, 무형유산 및 ESD 가치에 대한 학생들의 이해 등 정보를 제공하였다.

3. 프로젝트 성과

프로젝트에 참가한 국가들의 지리, 경제, 사회문화 상황은 서로 다르다. 그럼에도 이 프로젝트는 모든 참가국 공히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매우 흥미로운 것임이 입증되었다.

학생들은 지역의 관습 및 지식 체계를 새롭게 연결하는 작업에 적극 참여하였으며, 현실에 맞는 혁신 학습 방법에 고무되었다. 공동체 구성원들 역시 자신들의 지식 공유에 자랑스러워하면서 열심히 참여하였다.

그 결과 팔라우와 우즈베키스탄은 공식 교과 과정에 새로 제시된 자료를 포함시키는 조치를 취하였다. 파키스탄과 베트남은 이 교육법을 다른 학교와 지역으로의 확대에 지대한 관심을 표명하였다.

2년이 지나면서 4개국의 프로젝트 팀은 상당히 많은 정보를 수집, 생산하였다. 100여 개의 시범 학습 계획이 개발되었으며, 시범 수업은 동영상으로 촬영되어 유튜브에 게시되었다. 관련 지침서와 자료들도 각국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제작되었다.

이 결과는 우리를 매우 고무시켰으며, 다른 국가들의 관심을 끌기에도 충분했다. 비록 자료들이 개별 국가 상황에 맞추어 개발되었지만 프로젝트에서 얻은 결과는 광범위한 보급을 위해 현재 편집되고 있다. 편집 본은 2015년 1분기에 출간되며, 관심 있는 기관에는 지침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유네스코는 이 자리를 빌려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해 준 4개국의 모든 협력자를 비롯해 아낌없이 재정을 지원한 일본 교육문화스포츠과학기술부에 감사의 말을 전한다.

혁신 강의 계획 사례

파키스탄에서는 학생들이 부족의 자수공예로 기하학 기본 개념을 학습하였다.

팔라우학에서 학생들은 여행에서의 안전 및 준수 사항을 이해하기 위해 공동체 구성원 간의 전통 준수 개념을 바꾸어 놓았다.

우즈베키스탄 학생들은 체육시간에 자신들의 재능 향상과 팀 정신 및 소속감 증진을 위해 전통 민속놀이를 실시하였다.

베트남의 경우 학생들은 물리 시간에 전통 징인 무옹(muong)으로 진동의 원리를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