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마 크루즈 바아이(Emma Kruse Va’ai)
부총장, 사모아국립대학교

여자들이 만든 지붕은 다 되었는데, 남자 쪽은 아직이다(eau le inailau a tamaitai). 이 사모아 속담은 공통된 목표와 공동의 노력을 통해 어떤 분야에서도 자신의 목적을 성취하는 사모아 여인들의 능력을 표현한 것이다. 이 속담은 옛 이야기에서 유래하였다. 남성들이 초가지붕의 이엉을 엮는 일을 전담하던 시절, 어느 날 남성들은 여성들에게 지붕 엮는 일을 도와달라고 부탁하였다. 여인들은 처음에는 단순한 보조 역할만 하다가 점차 숙련된 기술을 갖추게 되었고, 나중에는 지붕 엮는 일을 남성보다 더 훌륭하게 해내게 되었다.

사모아의 섬세한 전통 돗자리 공예 기술은 ‘여성 직업 개발(Women in Business Development)’이라는 단체에 의해 부활되었다. 심각한 빈곤에 시달리던 이 지역 여성들은 소규모 사업을 운영하기 위한 기술훈련과 제품의 품질보증제를 통해 마을 공동체의 경제적 이익 창출이라는 효과를 낳았다. 그들은 전통 돗자리와 같은 사모아의 독특한 문화상품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제작 기술을 복원함으로써 경제적 이익 창출에 기여하였다.

전통 돗자리가 주로 문화 교류를 위해 제작·사용되었다고는 하나 직조공들이 질보다는 양에 치중하면서 질적 저하를 초래하였다. 질이 떨어지는 조잡한 제품들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제대로 만들어진 훌륭한 제품은 ‘천 개 중 하나’(tasi ae afe)라고 할 정도로 찾아보기 어려웠다.

거친 판다누스(pandanus) 줄기로 만든 저질 돗자리는 밋밋하고 조악한 느낌을 주는 반면 전통 돗자리는 마치 아마포와 같은 섬세한 짜임새와 광택을 지니고 있다. 전통 돗자리는 먼저 돗자리 제작에 적합한 판다누스 잎들을 채취하는 것에서부터 바닷물에 담근 뒤 꺼내어 삶기, 말리기, 연화하기, 다듬기, 가늘게 자르기, 엮기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전통방식에 따라 제작하여 그 품질이 매우 뛰어나다. 돗자리 엮기가 끝나면 여성 직조공은 완성된 돗자리를 씻고 기름을 바르는 의식을 행한 뒤 자부심을 가지고 주민들에게 공개한다.

장인들은 자신들의 전통지식과 기술을 기꺼이 주민들에게 제공함으로써 전통 돗자리 공예를 새롭게 부활시켰으며 ‘여성 직업 개발’ 단체는 여러 마을에서 강좌를 개설하였다. 공예 기술의 부활과 확산에 따라 후원제도가 마련되면서 장인들은 매 주 자신이 만든 전통 돗자리에 대해서도 대가를 받게 되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대부분 촌락 마을 출신의 여성 직조공들이 정기적인 수입을 얻게 되면서 안정적인 생활을 꾸릴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노력은 지속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 전통 돗자리 공예의 부활과 실용화, 그리고 공동체 주민들의 안정적 수입 창출이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었다.

사모아의 전통 돗자리는 현재까지도 출산일, 혼인식, 장례식, 족장 즉위식, 종교적 서품식 등의 특별한 경우에 교환 물품으로 통용된다. 또한 격식을 갖춘 전통무용의 공연 시 남녀 무용수들은 전통 돗자리로 만든 우아한 의상을 착용한다.

이 외에 이포가(ifoga)라는 사회 행사에서도 전통 돗자리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포가는 가해자나 가해 집단이 피해자 혹은 피해 집단에게 용서를 구하는 갈등 해소를 위한 행사이다. 이때 가해자가 뒤집어 쓴 전통 돗자리는 가해자가 피해자 가족에게서 받게 될지도 모르는 보복 행위로부터 가해자를 보호해주는 방패 역할을 한다. 피해자는 가해자의 사과를 받아들이면 가해자의 돗자리를 벗겨주고 서로간의 대화를 이어간다. 이러한 전통적 화해 절차는 공동체의 평화로운 공존의 길을 마련해 왔다.

공연을 하거나 돗자리를 교환해야 할 경우, 남자들 혹은 여자들이 자신의 가족과 마을의 대변인 역할을 한다. 주로 남자들이 그 역할을 수행하며 여자들은 자신이 만든 돗자리의 품질과 행사의 품격에 걸맞는 고상한 태도로 돗자리를 펼쳐 보여준다. 전통 돗자리는 가족과 마을, 나아가 사모아인 전체를 하나로 결합한다는 상징적 의미를 가진다. 이는 그들이 전통 돗자리를 펼쳐 보이는 행사를 통해 가족과 마을 공동체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전통적 혈족 연대의식을 끊임없이 재확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사모아의 전통 돗자리는 사회적 교류의 유용한 수단으로서 대대로 그들 생활 속에서 중요시되어온 까닭에 지금까지 전승될 수 있었다.